2024-04-20 16:42 (토)
정치판 다시 짜야 한다
정치판 다시 짜야 한다
  • 권우상
  • 승인 2015.04.21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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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상 명리학자ㆍ역사소설가
조선시대 벼슬 사는 일 비일비재
부정부패 심한 월남 정부 기능 미비

 이조 영조 때 한양의 남산골에 사는 가난한 선비 장경문은 당쟁으로 몰락한 정승의 후손으로 낡은 집 한 채에 의지해 간신히 연명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민생을 살피고자 암행길에 나섰다가 장경문의 가난한 생활을 본 임금은 장경문을 제주 목사의 벼슬을 내렸다. 그러자 장경문의 아내가 사람을 뽑을 때 돈을 받으라고 넌지시 귀띔을 했다. 이때 새우젓 최대 집산지인 마포 서강가에 사는 배서방은 그의 아버지가 새우젓 장사로 전답을 꽤 모아 가세는 넉넉했지만 건달 기질까지 있어 날마다 술과 기생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배서방은 돈 천 냥쯤 쓰면 비장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상놈이 벼슬자리를 얻자면 뇌물을 쓰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비장을 뽑는 날 장경문은 사랑방 문을 열고 거만하게 버티고 앉았다. 면접시험을 보는 젊은이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섰다가 한 사람이 사랑방 댓돌 밑으로 나가면 장경문은 긴 장죽으로 손짓을 하며 인물을 심사하는 것이었다. 장경문은 가까이 온 배서방에게 조그마한 종이쪽지를 하나 보여 주었다. 종이에는 이방 900냥, 호방 800냥, 예방 700냥, 공방 600냥, 그리고 행을 바꾸어 형방 800냥, 등등이 쓰여 있었다. 배서방이 주욱 훑어보니 다른 자리엔 각각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데 이미 팔렸다는 표시고 예방과 형방만이 빈자리였다. 벼슬을 하려면 돈을 쓰라는 것이었다. 배서방은 100냥을 더 쓰면 육방의 우두머리 이방을 차지할 수 있는데 벌써 팔려 나갔다니 분하기 짝이 없었지만 할 수 없이 800냥을 주고 형방을 사서 비장이 됐다. 역사 이야기에 나오는 배비장이 바로 그 인물이다.

 또한 조선 순조시대 임상옥이라는 가난한 장사꾼이 있었다. 임상옥은 당대의 권력가인 박종옥 대감과 만남으로서 큰 부자가 됐다. 요즘으로 말하면 정경유착이다. 첫 상면을 할 때 장사꾼 임상옥이 큰절을 하면서 엎드려 있는데 박종옥 대감이 “남대문으로 하루에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당시 남대문에는 하루에 적게는 2천명에서 많게는 6천명이 왕래하던 시절이었다. 박종옥 대감의 질문에 임상옥은 “단 두 명뿐입니다”하고 대답했다. “왜 두 명뿐인가?”하고 박종옥 대감이 묻자 임상옥은 “대감에게 이로운 사람과 해로운 사람 두 사람 아니겠습니까?”하고 대답했다.

 이 문답으로 장사꾼 임상옥은 박종옥 대감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서 인삼 독점권을 따내어 큰돈을 벌었다. 가난한 장사꾼이 임금의 외숙이며 막강한 권력을 거머쥔 박종옥 대감을 상면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임상옥은 안 먹고 안 쓰고 번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서 박종옥 대감의 잔치 때 요샛말로 표현하면 거액의 축의금으로 몽땅 보냈다. 그 돈을 받은 박종옥 대감은 임상옥에게 인삼 독점권을 주었다.

 패망하기 전 월남은 군(軍) 수뇌부 등 정부 관료들의 부패가 심해 미군이 지원한 월남군의 전투장비가 암거래로 월맹군에 넘어가 월맹군이 미군 장비로 전쟁을 하는 꼴이 됐다. 월남의 부패가 심각한 이유는 정부, 군부대, 지식인, 언론계, 교육계, 산업계 등 각계각층에 남파된 간첩과 교묘하게 위장된 월맹 추종파들이 관료들을 뇌물로 매수, 결탁해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등 사실상 정부 기능을 마비시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부 핵심 요직의 관료들이 뇌물을 받고 정부의 모든 군사기밀 정보를 월맹에 넘기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부패의 덩어리를 그냥 볼 수 없어 미군은 월남이 월맹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을 명분으로 철수했다. 그리고 월남이 패망하자 월맹의 수괴 레둑토는 월남 부패의 중심에 서 있던 정부 관료와 군 장성 등 600여만 명을 처형했다. 그중에서 부패의 주범이었던 정부 관료들을 먼저 색출해 처형하였다.

 지금 대한민국의 부패상을 보면 어디가 끝인지 그 종착역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34년 전 월남의 모습을 대한민국 영토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통영함 납품 비리 등 각종 군납비리를 비롯해 세월호의 해운 비리, 포스코 비리 등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죽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 사건이 일파만파로 핵분열을 일으키면서 정치권의 썩은 부위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더는 이대로는 안된다. 부패는 사회를 혼란에 빠뜨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론 분열은 정부 기능을 마비시켜 결국 국가를 패망시킨다. 위기는 기회란 말이 있다. 이 기회에 부패된 정치인은 모두 들어내고 정치판을 다시 새롭게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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