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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공습과 한국경제 먹구름
엔저 공습과 한국경제 먹구름
  • 이태균
  • 승인 2015.04.29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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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28일 원ㆍ엔 환율은 7년 2개월 만에 9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올해 연평균 900원으로 떨어지면 수출이 지난해보다 8.8%가량 줄어든다. 이미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한은이 1천731개 기업을 조사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전년도 0.7%에서 -1.5%로 뚝 떨어졌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줄어든 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기업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4.3% 급락해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다. 금융계에선 올해 말 엔ㆍ달러 환율은 120~125엔, 원ㆍ엔 환율은 850원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엔저 가속화는 향후 2~3년 이상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대외의존도가 높고 일본과 주요 수출 품목이 겹치는 한국으로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해 이후 3차례 기준금리 인하와 46조 원 규모의 재정 투입에도 성장 지표는 꿈쩍도 않고, 일부 지표들은 더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8%에 머물러 4분기 연속 0%대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간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의 비관적 전망처럼 올 성장률 2%대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원인은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6%에 머물렀고, 수출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다.

 여ㆍ야도 4ㆍ29 보선에 매몰돼 돌파구 마련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경제 살리기는커녕 그에 역행하는 일들도 속출하고 있다. 국회도 ‘성완종 리스트’ 문제로 경제는 안중에도 없다. 4월 임시국회 회기가 10여 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화급한 9개 경제 활성화 법안 심사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년 7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행정부는 어떤가. 이완구 총리의 사표는 대통령이 귀국하자 당일로 바로 재가했다. 경제정책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논리도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사정 대타협은 물 건너갔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나섰다. 그야말로 총체적 국정 난맥상이다.

 노사정 위원회 협상 결렬 여파는 예상보다 큰 파고가 되고 있다. 우선 노조단체가 총파업과 5월 전국노동자대회, 6월 이후에는 임단협 투쟁까지 이어갈 태세다. 따라서 지금으로써는 노사정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과연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회 전반에 노사를 다시 대화의 장으로 불러 세우라는 여론이 강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묘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27일 귀국했지만,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온 박 대통령 앞에는 난제가 많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서 공공 부문 개혁, 경제 살리기, 고립되는 형국의 외교현안까지 맞닥뜨린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남미 순방 중에도 박 대통령은 각종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강도 높게 천명했지만 겸허한 자기반성이 없는 권력의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한국이 고립되는 분위기 개선을 위해서도 리더십 회복이 절실하다.

 우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그리고 정치권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이를 막아야 한다. 더 과감한 재정ㆍ통화정책으로 난관을 뚫어야 한다. 추경 편성을 서두르고 추가 금리 인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노동 등 4대 부문 개혁과 신산업 창출 노력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엔저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수출기업에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도 시급하다.

 경제문제 예측기관들은 앞다퉈 올해 세계 경제가 2010년 이후 둔화 추세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현실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엔저 공습으로 국내 수출 중소기업체는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 극심한 내수침체에 수출전선까지 빨간불이 커지면서 이들의 위기의식은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유가나 환율 변동 등에서 대응력이 취약한 영세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더하다. 정부와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엔저를 이겨낼 수 있게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엔저 공습으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한국은행도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 모두가 빨간신호가 켜진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길에 앞장서야 할 때다. 여ㆍ야를 떠나 정치권도 성완종 리스트 문제는 검찰 수사에 맡기고 ‘성완종 블랙홀’에서 벗어나 경제살리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엔저로 허우적거리는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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