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16 (금)
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
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5.03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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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존 밀턴(영국 시인 )은 경고했다. “욕망을 억제하라. 그렇지 않으면 죄와 그 검은 심부름꾼인 죽음이 너희를 덮칠 것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이와는 달리 긴 세월에도 욕망이 낳은 역사의 상흔(傷痕)이 아물지 않은 가슴 아픈 달이다.

 5ㆍ16은 공과(功過)에도 혁명에서 쿠데타로, 5ㆍ18은 광주와 전남 일원에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한 민중 항쟁이 일어나는 등 역사의 상흔을 되새겨야 하는 날짜가 달력 곳곳에 새겨져 있다. 특히 권력에 대한 욕망이 내란죄 등으로 서훈이 취소돼 훈장을 반납당하는 등 역사바로세우기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역사적으로 많은 교훈을 주는 달이기도 하다. 또 절대 권력은 부패와 함께 추락한 교훈도 안겼다.

 ‘권력은 측근이 원수이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다’라는 말 만큼이나 권력욕을 둘러싼 골육상쟁도 빈번하게 일어나 절대 왕조 시절 피를 나눈 형제도 권력을 놓고 피비린내를 불렀다. 조선왕조 때 27명의 임금 중 맏아들로 왕위를 이은 인물은 7명뿐이다. 문종ㆍ단종ㆍ연산군ㆍ인종ㆍ현종ㆍ숙종ㆍ경종 등이다. 차남이 왕이 된 경우도 12명이다.

 이 과정에서 골육상쟁의 비극은 숱하게 진행됐다. 조선왕조 개국의 주역인 삼봉 정도전은 무신이 아닌 문신이 중심이 되는 유교적 질서에 입각한 ‘재상 정치’를 꿈꿨다. 그가 뿌린 씨앗은 권력을 놓고 혈육 간 다툼이 벌어지는 골육상쟁(骨肉相爭)으로 이어졌다.

 조선 개국 공신인 이방원만 해도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으로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수많은 문신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등 조선왕조 500년 기간 중 강력한 왕권통치로 이어졌고 태종 이방원의 무자비한 정적 숙청은 왕권 강화로 이어졌다. 역설적이지만 그 결과, 세종시대 문화 르네상스가 꽃을 피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권력욕망은 조카 단종을 죽인 조선의 세조 등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같이 당초 의도와 정반대로 상황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아 역사라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다.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정치권력이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없게 됐고 세습도 불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대신 자본주의의 무한대적 확장으로 돈의 힘이 커졌다. 정치권력의 비정상화는 부패와 함께한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특히 절대 권력은 부패와 함께 추락한 교훈을 남겼지만 우리 사회는 지난 역사의 교훈에도 욕망이 부패와 뒤엉키면서 비정상화는 꼭짓점에서 추락하는 모양새다.

 우리 사회는 꼭 1년 전에 그것을 절감한 적이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패의 진구렁에 빠져버렸다. ‘관(官)피아’로 대표되는 공직사회 부정부패와 민ㆍ관 유착 비리는 구린내가 진동, 국민을 화나게 만들었다. 참사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너무도 큰 만큼 부패와 민관 유착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 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뻔히 아는 잘못을 도려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미래를 논의하겠는가. 전직 관료들이 산하기관에 눌러앉아 업계의 방패막이를 자임, 선박 안전 감독과 견제의 제 기능을 기대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그 후 1년, 또 대형사건이 터졌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가난을 겪은 그가 사업을 일궜고 장학재단운영 등은 귀감이됐다. 그러나 욕망이 정치권력과 결탁, 그 결과는 부패였고 우리는 지금 부패의 환부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실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월의 강을 스스로 건넜지만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물론 메모의 진실공방은 검찰이 가릴 일이지만 우리는 두 사건에서 욕망은 사람을 살아 있게 하는 동력이지만, 부패와 결탁할 때 삶 자체를 망친단 사실에서 환골탈태해야만 희망이 있다. 지난 얘기지만 어느 재벌 오너가 우리 정치를 삼류라 칭해 곤욕을 치렀지만 그 자신도 형제간 골육상쟁의 당사자였다. 서울지검 특수부 수석검사, 삼성의 재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그는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고 이기는 게 정의’랄까 봐 섰다는 ‘삼성을 생각한다’는 우리 사회의 비정상과 부패가 너무 깊고 넓다는 현실을 일깨웠다.

 이번에는 부패란 환부를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 지난 교훈은 부패한 정치권력과 공직사회의 구린내로 인해 애긋게도 선량한 국민이 삼류국가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하는 치욕을 안겨 주었다. 국민의 고통이 너무도 큰 만큼 검찰은 부정부패와 민관유착 비리를 이번에야말로 뿌리 뽑아야 한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어서는 ‘부패의 늪’에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정치권은 물론, 공직사회와 업계 등 곳곳에 도사린 적폐, 부정부패의 청산은 사명이고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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