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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은혜
어버이 은혜
  • 정창훈
  • 승인 2015.05.05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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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 어버이날은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로 퇴색돼 가는 어른 봉양과 경로사상을 확산하고 국민정신계발의 계기로 삼아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사회건설에 기여하도록 하는 범국민적 기념일이다.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해 경로효친의 행사를 해오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날’이 거론돼 1973년에 제정, 공포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버이 날’로 변경 지정했다.

 여성은 친가의 부모 슬하에서 신체적인 성장과 가정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나는 단계와 혼기에 이르러 출가하면 새로운 가정에서, 두 번째 단계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출가하면 남편의 부모를 모시게 되고 그 가문의 법도에 따라서 생활하게 되며, 아이를 가지게 되면 비로소 어머니가 된다.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은 여성에게 주어진 임무를 어쩔 수 없이 떠맡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녀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숭고한 자기희생의 정신이 싹트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어머니의 가슴은 한없이 부드럽고 포근하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에 미친 어머니의 힘은 강했고 위대했다. 어머니는 희생자인 동시에 창조자이기도 하다. 누구나 어머니를 생각하면 감미롭고 포근하며, 따뜻하고 든든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장 힘들고 어렵고 절망적일 때 어머니를 부르며 어머니에게 다가가기를 갈망한다.

 영국문화협회가 세계 102개 비영어권 국가 4만 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어단어는 어머니(mother), 열정(passion), 미소(smile), 사랑(love), 영원(eternity), 환상적(fantastic), 운명(destiny) 순서인데, 아쉬운 점은 어머니는 1위인데 아버지는 78위라고 한다.

 누군가 가족 FㆍAㆍMㆍIㆍLㆍY를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라고 풀어 쓰는 사람들이 있다. Father가 맨 앞에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아버지란 누구인가?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직장은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괴물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속담도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의 인상은 4세 때에는 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 7세 때는 아빠는 아는 것이 정말 많다. 8살, 아빠와 선생님 중 누가 더 높을까? 12살이 되면 아빠는 모르는 것이 많다. 14세에는 우리 아버지요? 세대 차이가 나요. 25세,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기성세대는 갔다. 고 단정한다. 30세, 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40세,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 전에 아버지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한다. 50세, 아버님은 훌륭한 분이다. 60세가 돼서는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꼭 조언을 들었을 텐데 후회한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2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이다. 아들, 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하지만 혼자서 차를 운전하면서는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간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어버이날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생활환경의 변화로 어버이날의 풍속도도 많이 변했다. 자식들이 모두 객지에 나가 있으니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도 어버이날 자식들이 직접 쓴 한 통의 손 편지를 받는다면 벅찬 감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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