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2:47 (토)
송죽대절 간곳없고 이전투구만…
송죽대절 간곳없고 이전투구만…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5.10 19: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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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조선팔도, 지역 사람들의 특징을 표현한 게 4자평(四字評)이다. 당시 경상도 사람들은 송죽대절(松竹大節), 소나무와 대나무 같이 곧은 절개가 특징이다. 경기도 사람들은 경중미인(鏡中美人), 거울에 비친 미인으로 충청도 사람들은 청풍명월(淸風明月),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 같은 품성을, 전라도 사람들은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에 하늘거리는 가는 버드나무와 같다고 했다. 강원도 사람들은 암하노불(岩下老佛), 바위 아래 있는 늙은 부처와 같은 품성을 지녔고 황해도 사람들의 특징은 춘파투석(春波投石)으로 봄 물결에 돌을 던진 것과 같다. 평안도 사람들은 산림맹호(山林猛虎)와 같고 함경도 사람들은 이전투구(泥田鬪狗)라 했다.

 이 4자평은 조선 태조가 삼봉 정도전(鄭道傳)에게 묻자 답한 말로 함경도 출신인 태조가 함경도 사람의 특징이 이전투구라는 말을 듣고는 안색이 붉어졌다고 한다. 그러자 정도전은 함경도는 석전경우(石田耕牛), 곧 돌밭을 가는 소와 같은 우직한 품성도 지니고 있다고 말해 태조의 기분을 누그러뜨렸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이전투구는 원래는 함경도 사람의 강인하고 악착스러운 성격을 특징짓는 말로 사용됐지만, 오늘날에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또는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볼썽사납게 다투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쓰인다.

 곧은 절개의 고장인 경남도 최근 들어 이와 다를 바 없다. 마치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현장인양 각계의 주장에 앞선 목소리가 들쑥날쑥 이다. 물론, ‘세월의 강’을 건넌 한 기업인이 남긴 메모가 원인이겠지만 홍준표 경남지사의 검찰 소환을 전후 비친 모습이 그렇다.

 홍 지사의 ‘1억 의혹’은 사법기관이 진실을 가려야 함에도 경남의 지금 상황을 보면 이념을 달리하는 측은 호기인지, 연일 선공을 날려 안타깝다. 홍준표 개인에 앞서 경남지사 검찰 소환은 경남의 위상, 발전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그렇다. 물론 정책을 달리한 단체들의 목소리겠지만 진실에 앞서 기정사실화 한 주장은 지양돼야 한다. 특히 정파를 달리하면서도 ‘진실이 밝혀져 도정공백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는 한 야권 인사, ‘선출직 도백인 점을 감안, 100% 증거가 나올 때까지 도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경남상의협의회 최충경 회장 등 도정공백을 우려하는 게 다수가 갖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란 점에서 그렇다.

 이 와중에 경남교육청은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되길 기대한 바람과는 달리, 경남도의회의 무상급식 중재안마저 걷어 찬데서야 쓰겠는가.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 6일까지만 해도 무상급식 혜택을 받던 도내 초ㆍ중ㆍ고 28만 5천명의 학생ㆍ학부모를 대상으로 도의회 중재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취합해 18일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런데 박종훈 교육감이 진행 중인 학부모 설문조사를 중단하면서까지 갑자기 무상급식 중재안을 거부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만약 경남지사 소환이 계기였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당당하지 못한 처사다. 또 홍준표 개인에 앞서 경남지사의 검찰 소환은 도민의 시각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기에 이를 기회로 밀어붙이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비칠까 봐 유감이다.

 홍준표 지사의 경남도정은 다소의 시끄러움에도 역대 어느 도지사에게는 볼 수 없는 특유의 집중력과 추진력으로 ‘경남발(發) 혁신’과 ‘경남 미래 50년 전략 사업’을 강력하게 이끌었다.

 경남발 혁신은 경상경비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사회복지 분야 특정감사를 통한 복지누수 차단 등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7천606억 원의 채무를 상환,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정 건전화를 선도한 것은 선심성 예산낭비에 대비, 정부개혁의 롤 모델이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 지난해 12월 진주ㆍ사천 항공, 밀양 나노융합, 거제 해양플랜트 등 3개 국가 산업단지를 지정을 받아낸 것은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된 지 40년 만에 이룬 쾌거이지만 앞서 경남은 그동안 이렇다 할 역동적인 변화가 없었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정부, 국회 등과 마찰도 빚었지만 진주의료원 폐업, 도청서부청사개청 등 홍 지사 개인적 ‘맨 파워’로 경남의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한 만큼 ‘메모 건’으로 추동력에 제동이 걸릴까 봐 염려된다. 지난 10년, 도지사를 지낸 3명과 현재의 홍준표 지사를 포함, 도정현안에 대한 공과(功過)를 논할 경우 어느 누가 변방이었고 중심이었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정치와 돈은 불가분의 관계라지만 ‘검은돈’이란 게 드러날 경우 불문곡직하고 곤장부터 쳐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하는 멋대로의 재단과 단죄는 옳지 않다. 정책을 달리한다고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란 현수막을 펼쳤겠지만 ‘하나를 심어 백을 거두는 것은 사람(一樹百穫 人)’이란 점에서 진실에 앞서 주장에 우선한 행동은 제고돼야 한다. 이전투구만 흩날려서는 경남발전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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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현 2020-10-27 03:34:44
구구절절 옳은 말씀에 공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