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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 리더십과 막장 최고회의
문 대표 리더십과 막장 최고회의
  • 이태균
  • 승인 2015.05.14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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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품격과 합리성에 대한 우려가 날로 늘고 있는 가운데, 최고위원회의가 막장 코미디로 전락하고 말았다. 4ㆍ29 재ㆍ보선 패배 뒤 문 대표 리더십의 실체는 거의 드러났는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 흔한 ‘자기 성찰과 반성’조차 없었다. 전선을 공무원연금 쪽으로 돌려 청와대와 여당을 공격하는 것으로 선거 책임론 모면이 가능하다고 여겼다면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 정 최고위원의 막말 사태도 따지고 보면 친노 수장 문 대표의 리더십이 내부 단속도 못 하는 약체라는 의미다. 선거 패배를 거듭해도 아무런 변화와 혁신 없이 강경 투쟁만 일삼는 고질병이 정 최고위원의 막말로 터져 나왔을 뿐이다.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어진 소동은 제1야당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4ㆍ29 재ㆍ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사퇴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그를 겨냥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친다”고 비난했다. 주 위원은 “치욕”이라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후 회의장을 나갔다.

 이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이 갑자기 ‘봄날은 간다’라는 대중가요를 불렀다. 어버이날이기 때문에 노인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유 최고위원이 정당 지도부회의에서 노래를 부른 건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를 구분하지 못한 게 아닐까. 어쩌면 그는 최고위원 회의를 경로당쯤으로 착각한 것으로 변화와 개혁을 사실상 거부하는 문 대표와 친노의 새정치연합이야말로 봄날이 멀찌감치 가버린 것 같다. 우선 새정치연합은 제1야당의 품격을 살려야 할 것이다.

 선거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정당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국민에게 노출된 공식 회의에서 벌어지는 언행의 품격이다. ‘공갈’이라는 표현으로 동료 최고위원을 노골적으로 공격한 것은 상식적 수준의 품위를 저버린 것이다. 정 최고위원의 거친 표현은 자주 있었지만, 당내 최고지도부 회의인 최고위원회에서는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게 옳다. 최고위원들이 유권자와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인 언사를 사용하거나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것은 정치 선진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4ㆍ29 재보선 참패 이후 친노와 비노 간의 갈등이 폭발하면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연금 개혁 및 민생입법 무산에 따른 책임론까지 더해지면서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한마디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체제가 흔들리며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최근 한국갤럽이 공개한 정당별 지지도를 보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른 41%를 기록했지만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한 24%로 주저앉았다. 문 대표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면서 새누리당과의 지지율 격차로는 최대치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은 문 대표의 리더십 부재와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불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보이콧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하며 “패배의 고통보다 더 아픈 건 패배한 것도 모자라 당의 분열과 갈등으로 국민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 모습이 친노대 비노, 친노 패권주의라는 분열의 프레임”이라며 “그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제가 감히 당 대표가 돼 사심없는 당 운영으로 기필코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 이유” 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은 저와 우리 당의 변화가 부족하다고 질책했으며, 더이상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희망과 미래가 없다는 게 국민의 뜻”이라며 “그 뜻을 받들어 더 과감히 변하고 혁신해야 한다. 국민 지갑을 지키는 ‘유능한 경제정당’과 함께 공천혁신ㆍ네트워크정당ㆍ지역분권정당의 3대 혁신과제도 속도 높여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문 대표가 지난 2월 당권을 잡으면서 했던 첫 번째 약속이 ‘당내 계파 청산’이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또다시 친노 대 비노의 고질적인 계파 다툼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비노 측은 문 대표가 취임 후 3개월 동안 당내에서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면서 몇몇 비선의 친노 측근에게만 의존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할 때마다 소통 부족과 측근 의존을 문제 삼았다. 그런 문 대표가 당을 운영하면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1 야당이 내부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야당 자신뿐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문 대표는 이번에 당내 화합과 민생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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