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2:30 (목)
과학적 의료
과학적 의료
  • 조성돈
  • 승인 2015.05.31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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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루이 14세 고문에 가까운 치료
상식 이하의 어림짐작으로 시행
비과학적 치료 여전히 성행

 프랑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졌던 태양왕, 루이 14세. 왕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받은 것임을 주장하고, 왕권의 절대성을 나타내기 위해 ‘짐은 국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저 유명한 베르사유 궁전을 짓고, 프랑스풍 패션을 유럽에 유행시킨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주위 신하들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악취를 풍겼던 일화가 있다. 왜 그랬을까. 그는 중년에 들어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당대 최고의 의사로 알려진 주치의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다. 그는 두통과 소화불량 등 여러 질병에 시달렸는데, 주치의 처방은 황당한 것이었다.

 즉 주치는 이빨을 전부 뽑는 게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고 루이14세는 그의 권유대로 이빨을 뽑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루이14세가 주저하자, 주치의는 왕의 건강은 왕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라며 꼬드겨, 드디어 승낙을 받아내고는 이빨을 모조리 뽑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천장까지 지짐으로써 구멍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 음식을 잘 먹지 못했고, 유동식을 먹으면 코로 음식이 줄줄 흘러내렸다 한다. 황당한 일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주치의는 더러운 물로 인해 질병이나 전염병이 전파된다고 주장하고는 물로 몸을 씻지 말 것을 권했다.

 코로 흘러내리는 음식, 거기에다 1년 내내 목욕을 하지 않으니 냄새의 진동은 피할 수 없었다. 역사서에는 충치가 심해 이빨을 뽑은 것으로 나오지만, 단지 충치만으로 모든 이빨을 뽑았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당시의 잘못된 의학상식 때문이었던 것이다.

 1799년, 미국에서의 일이다. 임종을 앞둔 한 노인이 침대에 누워 있다. 의사들은 그를 소생시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쏟고 있었다. 의사들은 혈관을 찢어 12시간 동안이나 피를 마구 뽑아냈다! 거기에다 ‘염화제일수은’이라는 극약을 입속에다 다량 부어 넣었다. 그것은 치료가 아니라 공포영화에 나오는 독살장면이다.

 한편, 또 다른 독물질인 토주석을 환자에게 먹였는데, 독성이 매우 위험한 염이다.

 그래도 죽지 않자 의사들의 고문은 강도를 더해갔다. 물집을 유발하는 매우 자극성이 강한 찜질 약을 신체의 여러 곳에 바르는가 하면 식초증기를 강제로 들이마시도록 했던 것이다.

 조용히 죽게 해 달라는 애원에도 불구하고 악귀처럼 의사들은 고문을 계속해 나갔다. 얼마 후 환자는 고통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러한 가공스런 악마적 의료는 지금 같으면 살인혐의로 고소당할만한 끔직한 고문이었다. 그러나 당대로서는 미국 최고의 의료진이 행한 매우 과학적인 처치였다. 그 노인은 바로 미국의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었다.

 일반인들은 현재의 의학이 지극히 과학적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지극히 과학적이지 않다.

 지금도 많은 치료법들은 상식 이하의 어림짐작으로 행해진다. 행해져서는 안될 수술이 예사로 행해지고 ‘치료’라는 득보다 ‘부작용’이라는 실이 더 많은 위험한 약들이 빈번하게 처방되고 있다. 달라진 것은 없다. 피를 뽑아내고 극약을 억지로 부어 넣는 대신 방법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의료란 생명을 살리는 행위이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검증 과정이 생략되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풍토를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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