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59 (금)
새벽시장에 나가보세요
새벽시장에 나가보세요
  • 박태홍
  • 승인 2015.06.01 2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태홍 본사 회장
 “일상의 삶이 다소 지루하거나 고달프면 새벽시장에 한번 나가보세요” 어느 에세이 전집이나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한 번쯤 들어봤던 소리다.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들의 틈 속에서 나를 찾고 또는 사고하면서 그들과 함께함을 깨닫고 자기 성찰을 꾀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각양각색이다. 고달픈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복에 겨워 넘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많은 근심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새벽시장에서 움직이는 그들과 같이 작은 것에서부터 보람을 찾고 일에 대한 희열을 느끼면서 잘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들은 배워야 한다.

 새벽시장에는 그들과 함께 우리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상인은 상인대로 구매자는 구매자대로의 바람이 있다. 싸게 사야 하는 구매자의 생각과 많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상인들의 생각이 부딪치면서 흥정은 이뤄진다.

 이때쯤 되면 시끌벅적하다 못해 요란스럽다. 여명을 깨우는 즉석 두부 가게의 기계음 소리와 함께 상인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제철을 만나 산지에서 갓 나온 뽕나무 열매 오디도 상자째 진열되고 백열등이 켜진 수산시장 내의 생선가게에서는 갓 잡아 올린 각종 활어들이 펄떡거린다.

 상인들의 바쁜 몸짓과 살아있는 생물들의 움직임이 교차되면서 새벽시장의 열기는 작은 소망을 위해 치닫고 있다. 이들은 길거리 다방의 500원짜리 커피 한잔으로 어제의 근심을 달래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기대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낫겠지?’라는 바램으로 그들은 서로들 커피값 내기가 바쁘다. 선거철이면 철새들처럼 날아들어 시금치 한 단을 사거나 떡볶이 한 접시를 시켜먹는 시늉을 하는 정치인들보다 500원짜리지만 커피 한잔을 서로 사겠다는 그들의 모습이 소박하다 못해 싱그럽기까지 하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뿐 보기가 힘들지만 그들 상인들은 늘 함께하기 때문이리라.

 그들 상인들도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멱살잡이를 하고 싸운다. 자리싸움에서부터 시작되는 그들의 싸움은 사소하다.

 그리고는 곧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로 함께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싸움은 그렇지 않다. 나라를 뒤흔드는 큰 싸움들이다.

 정치인들 즉 여ㆍ야가 함께하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 국무총리 지명자의 인사청문회가 그랬고 세월호특별법을 비롯한 공무원 연금개혁 개정안 등 법안마다 서로의 의견을 달리한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근데 오랜만에 정치권에서 한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이 7개월 만에 여ㆍ야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7개월이었지만 여ㆍ야 정치권이 함께 했다는데 우리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총에서는 3권분립 위반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 비춰져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상인들의 자리싸움과 다를 게 뭐 있는가? 7개월 동안 끌고 가야 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었다.

 공무원 연금법개정안 개편 주요 내용을 보면 기여율, 지급률, 소득분배, 소득 상한, 기여금 납부 기간, 개시연령 등이 한마디로 말하면 거기서 거기였다.

 7개월이란 세월이 흘러 난산 끝에 탄생한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핵심은 더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로 돼 있다. 하위직은 상대적으로 더 받고 고위직은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되는 ‘하후상박’의 개념인 소득재분배를 일부 도입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 모두는 정치권 국민들의 사고와 시각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는 종전의 법이 바뀌면서 얼마를 더 받고 덜 받는 차이는 분명 아닐 것이다. 당사자들은 내가 덜 받더라도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모티브를 찾길 바랄 것이다. 눈앞의 손실보다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 내일보다 나은 미래를 당사자들은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ㆍ야 정치권의 몫이다. 여당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야당의 쓴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리고 소통해야 한다. 야당이 부르짖고 있는 혁신 그 속내도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한 번쯤은 가져야 한다.

 야당을 대표한다는 사람이 제 살을 내어주고 상대의 뼈를 끊겠다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전쟁터에서나 사용해야 할 고사성어를 국민들은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