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1:27 (목)
경남도의원 자질논쟁
경남도의원 자질논쟁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6.14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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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도의원들 간의 자질논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경남도의회 도의원 간의 설전이 사과요구와 명예훼손 논쟁으로 비화된 진풍경이 그 단면이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자질론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무보수 명예직에서 출발, 보수와 특혜를 누리는 집단으로 행세하지만 감사 사각지대, 관광성 외유, 혈세 낭비의 현장 등 실상은 구린내가 풀풀 풍길 정도다. 문제는 지방의원들의 묘한 갑(甲)질에 있다. 은근슬쩍 윽박지르고 안 되면 회기 때 신상발언을 통한 면박 주기 등 다양하다. 면책특권이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다.

 전국 지방의원들의 형태는 낙제점이다. 범죄 행위도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공무원을 협박, 82억여 원 상당의 각종 공사를 수주하는가 하면 사업 편의 제공을 내세워 업체에게 거액을 받은 의원도 있다. 모 시의회 의장은 아파트 재건축과 관련해 1억여 원의 뇌물을 받는 등 지방의회는 겉돌고 있다. 긴 세월이 흘렸고 당초 무보수 명예직에서 2006년부터 연간 수천만 원의 의정활동비까지 지급받는 유급제로 바뀌었지만 지방의원들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도사’란 빈말일 뿐 ‘갑(甲)질을 행세하는 완장’으로 변질돼 버린 느낌이다.

 공무원들에게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을 하고, 간부 공무원의 멱살을 잡아채고 걷어찬 지방의원도 있다. 심지어 골목대장마냥 별 볼일 없이 힘깨나 쓰는 응원군(?)을 불러 세(勢)를 과시하는 등 꼴불견이다. 지방의회 출발 때부터 자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현 선거 체제상 공익 활동에 적합한 인물보다는 사천(私薦)이 더 행세하는 현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요원하다. 또 국회와 마찬가지로 지방의회 역시 제 식구 감싸기에 매몰돼 내부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1995년 출범한 지방의회 의원은 당초 무보수 명예직에서 2006년부터 유급제로 바뀌었지만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젠 유급보좌관제도 요구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바닥이어서 지방 곳간을 지켜야 할 지방의회가 외려 제 밥그릇만 챙기고 있는 꼴이다. 끝 모를 탐욕이 이어지니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온다. 차제에 지방의회의 구조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자질도 문제지만 탐욕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모범적인 지방의원들의 명예를 위해서도 지방의회에서 개혁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례는 한둘이 아니지만 경남도의원 간에 빚어진 진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새누리당 이성애(남해) 도의원은 노동당 여영국(창원) 도의원을 지목, “10대 의회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짧은 기간 동안 매번 회기 때마다 약방의 감초마냥 빠지지 않고 총 10번의 발언을 한 바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도민을 위해 집행부를 견제한 게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근거도 없이 수준 이하의 논리와 상식 이하의 단어들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집행부의 수장을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사퇴하란 억지는 선거결과를 부정하는 쿠테타적 발상임’을 지적했다. 이어 “안하무인의 행태는 동료의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며 발언한 사례를 들어 하나하나 지목했다. 문제는 사과요구에 명예훼손 고발 등 언쟁이 오간 지방의회가 도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단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자질논쟁에 도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하지만 그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기 위해 도민들이 뽑은 지방의원들이 도민보다는 개인이나 정파에 치중, 과시형 질문에서부터 ‘흠집부터 내고 보자’는 게 ‘풀뿌리 민주주의’라면 가당치도 않다. 또 회기 때면 공무원을 상대로 끊이질 않는 갑(甲)질에는 밤낮이 없다. 변죽 울리는 질문도 문제지만 ‘사냥에도 원칙이 있다’는 게 공직자들의 하소연이다. 이젠. 자질논쟁을 계기로 경남도의원들도 적폐청산에 나서길 바란다.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짖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용서하라’는 명심보감의 ‘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 恕人’(책인지심책기 서기지심 서인)을 인용, 자질에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는 남해 출신 이성애 도의원의 발언은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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