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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공감 자질 길러주자
자녀에게 공감 자질 길러주자
  • 이유갑
  • 승인 2015.06.16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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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지효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심리학박사
 최근 일본 칸사이 지역에 있는 가쿠인 대학의 연구팀들은 쥐에게도 이웃에 있는 동료 쥐의 고통에 공감하고 도움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충격을 주고 있다. 자기의 이득을 재빠르게 챙기는 사람을 우리는 ‘생쥐같다’라고 비난해 오지 않았던가?

 쥐가 동료 쥐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연구 결과는 벌써부터 있었다. 2011년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진들은 쥐를 플라스틱 관에 가두면 동료 쥐가 빗장을 풀어서 나오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결과는 쥐가 단지 함께 있을 동료가 필요했을 뿐이지 동료 쥐의 고통에 공감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에 부딪혔다.

 이번에 일본 가쿠인 대학 연구팀들이 내놓은 결과는 이런 반박이 잘못된 것임을 명확하게 보여 주었다. 이 실험에서 연구팀들은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두 방에 각각 쥐를 넣었다. 한쪽 방에는 물이 차 있어서 쥐가 겨우 머리를 내밀 수 있을 정도였는데, 물이 차지 않은 방에 있던 쥐는 곧 두 방 사이에 난 빗장을 풀어서 물에 빠진 쥐가 자기가 머무는 방으로 건너오도록 도우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번의 연구 결과가 놀라운 것은 바로 가까이에 먹이 유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빠진 동료 쥐를 먼저 구하는 행동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실험 상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쥐를 가운데 두고 한쪽 방에는 물에 빠진 쥐, 다른 쪽 방에는 쥐가 매우 좋아하는 초콜릿을 놔두었는데, 동료 쥐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상황이 되자 실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쥐들은 초콜릿의 유혹을 물리치고 물에 빠진 쥐가 있는 방의 문을 먼저 열었다.

 이 실험의 연구팀들은 실험쥐는 동료 쥐가 물에 잠기기 전에는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고 하면서, 실험쥐가 물에 빠진 동료 쥐를 구한 행동은 동료 쥐의 고통에 공감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결과를 보고 있노라면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표현을 이제는 쓸 수 없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언제부터인지 승자가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지독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우리들은 타인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하고,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선천적인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자녀들이 오로지 남을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지적인 능력을 키워가는 데에는 관심이 많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심리적인 자질을 키워주려는 노력은 소홀히 하는 세태처럼 보인다.

 정서지능 혹은 감성지수(EQ)는 개개인의 지적 잠재 능력을 나타내는 지능지수(IQ)와 비교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이 정서지능 평가의 중요한 하위 요인들 중에서 첫 번째는 공감(empathy)의 능력이다. 이는 다른 사람이 지금 느끼고 있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나도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는 것인데, 그래서 그 전에는 감정이입(感情移入)이라는 다소 어려운 용어로 쓰이기도 했다.

 몇 년 전 OECD 국가 청소년들의 협동지수를 조사한 연구에서 한국의 여자 청소년 집단이 맨 꼴찌, 그 바로 위가 한국 남자 청소년 집단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 결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성원들끼리 우선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질을 키워가는 것이 교육 본연의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에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나(I)’만 내세워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나는 없이 ‘우리(We)’로서만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만 내세우게 되면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기반이 결국에는 무너져서 살 수 없게 될 것이고, 나보다는 우리가 우선인 삶은 사는 의미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우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삶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게’라는 원래의 이상적인 교육의 목표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다시 재조명되기를 기대한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 머리는 늘 뜨겁고, 가까운 이웃에게는 무심하거나 가슴은 차가운 자녀들의 현재 심성을 바꿔 놓아야 한다. 세상의 지식을 받아들여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머리는 항상 맑고 차가워야 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아픔을 함께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가슴은 뜨거워야 하는 것이다. 이래야만 우리의 자녀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어른들이 먼저 나서서 남이 힘들어하면 같이 아파하며 위로해주고, 남이 기뻐하면 나의 일처럼 같이 웃어주는 그런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자. 사회 곳곳에 이런 바람직한 행동 모델들이 넘쳐난다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이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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