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키지 못한 지나간 일이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에서 병적 상태인 건망증(健忘症)과 비교될 정도로 혹평한다. 하지만 고향은 달랐다. 당 대표의 이력 등 거물이란 닉네임에도 사실상 정계 은퇴 상태이거나 고려해야 할 처지였지만 경남도민들은 그들을 반겼다.
고향에 돌아온 것이 본마음이면 귀향(歸鄕)이요, 어쩔 수 없으면 낙향(落鄕)이지만 경남도민들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답은 없고 선택만 있다는 게 정치라지만 그들을 택했다.
그 이유는 풍부하고도 화려한 정치적 경험에 바탕, 그 역량을 경남발전에 매진하라는 도민들의 명령이었다. 경남지사 재선과 창원시장 도전에 성공한 홍준표 지사와 안상수 시장은 검사 출신에 4선 국회의원을, 원내대표와 당 대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낸 경력도 같다. 하지만 고향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과거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 쌓였던 앙금을 씻어 내지 못했다.
지난해 6ㆍ4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안 시장이 “2012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양보했다”는 발언과 함께 경남지역 민생탐방을 시작하자 홍 지사는 “안 시장이 양보한 적도 없고, 이게 서로 나눠 먹기 하는 거로 착각하고 있다”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2010년 한나라당 대표 자리를 놓고 거칠게 맞붙은 후 지사 출마를 포기, 시장 출마를 택하면서 홍 지사 상대 후보 지지 선언은 중앙정치에서의 악연이 지방선거를 통해 다시 겹치게 된 동기다. 경남도의 로봇랜드 사업자 선정을 두고 창원시가 직원문책 운운한 게 공동사업 중단이란 폭탄선언의 원인이 됐지만 마산부흥 계획인 집창촌 폐쇄, 명품 야시장 개발과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등 사사건건 안다리걸기 식이었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운환홍 행정부지사가 경남도의회에서 “창원시는 뭐했습니까? 능력이 있습니까? 전문성이 있습니까? 시비만 걸고 있잖아요”란 발언은 창원시의 공무원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란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아무튼 앙숙 간 다툼을 두고 거물정치인인지, 고물정치인인지 알 수 없다는 게 도민들의 여론이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고향에서 폼 잡으려다 신세망친 사례는 귀감이다. 1980년대 ‘정의사회 구현’을 주창한 전두환 대통령 때의 실화다. 면서기출신인 A씨, 고향군수로 금의환향했지만 ‘잘못된 만남’으로 피 터지게 쌈질하다 피죽만 뒤집어쓴 사실이다.
순시 후 갖는 지역 인사와의 접견 때 면장을 지낸 B씨는 위세 등등했던 지역사회정화위원장이란 직함으로 참석, 부임한 군수를 옛 부하인 면서기로 대한 것이 원인이 돼 둘 다 몰락한 것. 당시 경남도에 보고된 동향은 “난 군수다. 넌 옛날 직원”이란 서로 상반된 인식이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행사 때 옛날 면장을 초청대상에서 빼버려 따돌렸고 이에 발끈한 정화위원장은 군수의 걸음 등 행동거지까지 흠을 잡았지만 결국은 둘 다 몰락한 사건이다.
이 같이 고향에서 피 터지면 정치적 생명은 끝이다. 과거의 관계, 현재의 직위에 앞서 고향에서는 ‘장군이 없다’는 것을 인식, 앙금을 털고 소통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도 티격태격한다면 경남도민을 핫바지로 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인 현재의 본분에 우선, 넘어서려는 것은 옳지 않다. 또 현안에다 광역시를 지향하려는 현 창원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구역개편의 결과물이란 점이다. 이를 정치놀음으로 몰아붙이고 ‘창원시정에 전념하라’는 것에 잘못이 있다면, 간과할 일이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면 숙고해야 한다. 경남도민을 분열시키는 또 다른 단초이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메모 건으로 잠시 주춤거리고 있지만 경남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법조ㆍ정치에 이어 행정 경력까지 갖춘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안 시장은 창원시장에 당선되면서 고향발전에 전력하겠다는 약속이행도 가능해졌다. 따라서 ‘고기도 저 놀던 물이 좋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고향발전에 매진하는 게 큰 자산이며 응원도 이어질 것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내미는 ‘아름다운 손’을 기대한다. 경남도민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