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0:24 (토)
정치인 말에 헷갈리는 도민들
정치인 말에 헷갈리는 도민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8.30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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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지만 어린이들의 꿈이 장래 대통령이라 말한다고 해서 꾸짖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격려해 주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차기 지도자감으로는 거론되지도 않거나 다소 거리감이 있고 풀이 꺾인 것에도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라 한다면 이를 희화하려 하거나 스쳐 지나갈 뿐이다. 꿈은 앞일에 대한 어떤 기대를 만들고 바람은 희망을 주지만 몽상(夢想)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생각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현실과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물의를 일으키고 쪽박만 찬 경우를 우리 정치사에서 흔히 봐 왔다.

 특히, 몸집을 키우려고 이런 말 저런 말을 가리지 않고 해대는 경우, 잦은 말실수가 자신을 이슈화하는 정도라면 다행일 수도 있겠지만 감내할 수 없을 정도라면 부메랑이 될 뿐이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경남도가 추진한 대우건설과의 로봇랜드 투자협약에 제동을 걸었지만 경남도의 투자 철회 발표에 관련 국장의 보직해임을 단행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등 백기를 들며 잘못 뱉은 말에 대한 쓰디쓴 대가를 치렀다. 또 도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북한의 포격으로 난장판이 된 연평도에서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란 말의 실수(失手)는 아직도 놀림감이 되고 있다.

 정치인의 말이란 게 실수를 하지 않아도 경우의 수에 따라 이해를 달리하는데 하물며 잦은 실수를 해댈 경우 용납하지 않는 게 민심이다. 물론, 대통령 불출마 선언에도 약속을 못 지켰을 뿐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며 비켜선 후, 대권을 거머쥔 경우도 있지만 본선(대선)은 물론 예선전에도 나서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설혹 당내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말의 강도가 다르고 힘이 실리지 않아 흥행은커녕 꼴사납게 비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파장이 없다면 그 말은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몽상일 뿐이다. 최근 안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대선 관련 발언은 애매모호해 도민을, 창원시민을 헷갈리게 할 뿐이다. 전말(顚末)은 지난 25일 창원시장이 한 종편에 출연, 중앙 정치에 복귀할 생각은 없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2년 후에 치러질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힌 것에서다.

 이어 다음날인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2년 후에 치러질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싶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정치철학인 정치개혁과 지방자치 발전 해법을 밝히는 것이 창원시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경선 출마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데 이어 “참여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참여선언과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별개”란 입장발표로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급(級)이 있다면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는 게 마땅하다. 그게 정치인의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지렛대지만 안 시장은 그 배경을 두고 이런 말 저런 말이 나돌 뿐, 조용하기 그지없다. 또 뜬금없지만 경남도를 비롯해 도내 전 시장ㆍ군수의 반대로 창원광역시 추진이 벽에 부딪힌 것도 안 시장이 대선에 희망을 품게 된 나름의 이유일 수도 있다.

 안 시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대통령 후보가 창원광역시 승격을 공약으로 내세우길 원한다”며 “내가 경선에 참여해 광역시 승격을 주장하면 새누리당 대선공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중단된 로봇랜드 조성사업은 안 시장의 사과와 경남도 수용으로 겨우 재개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또다시 경남도와의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누가 보더라도 광역시 승격과 대권 도전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는 고스란히 경남도민의, 창원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며, 지자체의 수장이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경남도민, 창원시민이 안 시장에게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대통령 출마’가 아니다. 경남은 여당의 소외지역이 된 지 오래인 탓에 경남도(창원)의 미래 비전을 위한 명확한 좌표를 제시하고 그런 비전을 도내 시군과 함께 일궈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

 한때 중앙 정치인으로 자리한 안 시장도 지금은 기초자치단체장인 창원시장이다. 경남도민들은 “고향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겠다”는 창원시장 출마의 변을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기초단체장인 창원시장으로의 할 일을 다 하는 게 옳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지만 말은 할수록 거칠어지는 것이 세상 이치다. 누구를 탓할 수도, 나무랄 수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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