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6:18 (목)
위기 극복하는 국민성
위기 극복하는 국민성
  • 박태홍
  • 승인 2015.08.31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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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1997년 우리나라는 부도위기에 처했다. 외환 부채가 자그마치 300여억 달러를 넘어섰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자금을 지원받지 않으면 국가 부도가 날 지경이었다. 정부는 IMF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9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간신히 국가 부도 사태를 면할 수 있었다.

 이때 IMF에 빚을 갚기 위한 일환으로 국민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금을 나라에 팔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에 달러화가 부족하면 그만큼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우리 돈으로 달러를 바꾸려면 엄청난 손실이 있기 때문에 금으로 대체, 부족한 외화를 메꾸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국가 부도 위기에 국민들은 금을 팔면서 동참했다. 이때는 여ㆍ야가 따로 없었고 빈부도 따로 없었다. 각 가정에 있는 금붙이는 모두 다 내다 팔았다. 이 길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고 정부에서도 계도했고 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때 금을 내다 판 사람이 모두 350만 명이나 된다고 하니 전 국민이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금도 227t이나 모였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렇게 IMF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부터 2001년 8월까지 4년 만에 빌린 돈을 모두 갚고 IMF의 관리체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금 모으기에 동참한 국민이 350만 명이라지만 이는 350만 세대나 가구로 보면 된다. 이 땅에 사는 국민 모두가 함께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할 수 있다. 국가의 존폐위기에 참여한 우리 국민들의 저력은 오래전부터 계승돼 온 이 나라의 국민성이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도 민ㆍ관ㆍ군 모두가 뭉쳤었다.

 1593년 2월(선조 26년) 행주산성의 전투에서도 부녀자들이 치맛자락에 돌을 담아 날아 성벽 아래의 일본군들을 격퇴시켰는가 하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의병들이 들고일어나 일본군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기도 했다.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한 덩어리가 됐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도 우리 국민들 모두가 뭉쳤다. 16강 진입도 어렵다는 세계 축구계의 예상을 뒤엎고 우리 태극전사들은 월드컵 사상 아시아 팀 최초로 4강에 진입했다. 히딩크를 앞세운 태극전사들의 기량도 우수했지만 ‘꿈은 이루어진다’는 슬로건을 내건 온 국민들의 열망과 성원이 이 같은 쾌거를 일궈 낸 것이다.

 최근 발생한 북한의 목침지뢰도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오랜만에 여ㆍ야가 한목소리를 냈다. 천안함 피격 사건 때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 야당의 변화에 국민들은 다소 의아해하면서도 새로운 모멘텀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아닌가하고 한껏 부풀어 있다.

 여당은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단호한 응징과 재발 방지 약속 등 강경원칙을 고수했고 야당 또한 현 정부의 대화에 따른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남북 간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새로운 모멘텀을 희망했다.

 정말 이례적이다.

 궁즉통(窮則通) 즉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주역에서 말하는 궁즉통 통변즉 변즉구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풀이하면 ‘막히게 되면 통하게 돼 있고 통하게 되면 변하게 돼 있고 변하게 되면 오랫동안 지속되게 돼 있다’라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여ㆍ야와 북한 관계가 이렇게 됐으면 싶다. 막힌 곳이 통하고 변해서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통일의 길이 성큼 다가오길 고대해 본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여당은 “안보의 벽을 높이 쌓고 대화벽을 낮춰서 응징할 건 응징하고 협력할 건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야당에서도 여당의 주문을 지지하면서도 인간의 보통감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를 가진 사회현상이나 경제현상 따위를 전체적ㆍ종합적으로 파악한 즉 거시적 남북관계 해결을 희망했다.

 아무튼 여ㆍ야의 견해가 다소 다를지라도 북을 향한 외침이 한목소리임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국민성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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