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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실크에 대한 소고
진주 실크에 대한 소고
  • 박태홍
  • 승인 2015.10.12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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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50여 년 전만 해도 서울 동대문의 포목거상들이 돈 자루를 걸머지고 진주를 찾아왔었다. 그 당시 전국적으로 각광받고 인기를 끌었던 비단과 뉴똥을 선금주고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금융업무가 발달되기 이전이어서 현금거래가 상도덕상 관례였지만 좋은 제품을 확보하기 위한 거상들의 장사수단이 큰돈을 제조업체에서 선금조로 맡겨두고 완성된 제품을 받아가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그 당시 진주의 경기는 어느 지역보다 활성화됐으며 동양염직, 해동직물, 대흥직물 신화실크 등 몇몇 큰 공장들의 월급날이 지나면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아가는 자금유통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화학섬유공업이 발달하면서 진주의 천연섬유 산업 즉, 실크산업은 퇴화의 길을 걷게 된다. 게다가 중국의 저가생산은 우리나라 실크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진주의 실크산업에 타격을 가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진주의 실크산업은 우리나라 전체의 실크업체 102개사 중 61개사가 진주의 상평공단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태리꼬꼬, 일본 교토, 프랑스 리용, 중국의 소주, 항주와 더불어 세계 5대 실크 생산지로 손꼽히고 있다. 한복지, 넥타이지, 양장지 등을 생산하는 진주의 실크업체는 진주지역의 경제점유율 9.8%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런 관계로 진주에는 한국 실크 연구원이 1988년부터 지금까지 존립해오고 있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42조에 의해 실크산업발전에 필요한 생산기술의 연구 개발, 지도보급, 인력양성 등의 목적에 근거를 두고 설립됐다.

 2015년도 연구원의 총 예산은 46억 원이며 임직원 27명의 임금지불도 빠듯할 정도로 적은 예산이다. 한국실크연구원의 주기능인 실크기술의 연구개발, 기술지도, 패션디자인 개발연구 등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실크연구원은 2015년도 진주실크 박람회를 지난 1일 개천예술제, 드라마 페스티벌, 남강유등축제와 함께 개최, 11일 종료했다. 이때 진주실크디자인경연대회도 함께 가졌다. 이는 진주실크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우수한 디자인을 전국적으로 공모함을 목표로 하는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우수디자인의 신제품개발만이 진주실크산업의 살길이기 때문이다. 우수디자인 하나가 세계시장을 강타할 수 있는 저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데도 실크연구원의 적은 예산 탓에 대상 1명, 상금 500만 원, 산업통상부장관상 최우수상 1명, 상금 300만 원, 도지사상 우수상 2명, 상금 각각 100만 원, 진주시장상 등 수상자 10여 명에 총상금 1천750만 원이 고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제6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물은 100℃에서 끊는데 99℃까지 불을 때서 노력을 해도 1℃를 채우지 못하면 물은 끓지 않는다”며 “마지막 100℃가 될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자”고 당부한 바가 있다. 대통령의 뜻과 정부정책이 이 같은 실정이라면 디자인경연대회의 대상 시상은 마땅히 대통령상이어야 하고 상금 또한 이에 걸맞게 격상돼야만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이래야만 99℃의 물이 100℃를 넘어 끓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면서 대통령의 뜻과 부합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실크연구원은 진주시의 지원을 받아 DS실크, BJ실크, 서진실크, 신화실크, (주)실키안, 순실크, (주)유창 실크 등 7개 업체가 해외시장 개척사업으로 뉴욕 박람회에 참가했다. 지난 1월부터 오는 12월까지 1년간에 걸친 사업실적은 각 업체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진주실크의 글로벌경쟁력강화 및 마케팅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전체상담 건수는 107건에 상담액수만도 138만 달러에 달했다. 이와 병행해 지난 7월에는 뉴욕 맨해튼에 진주실크 판매전시장을 개설하면서 미국의 보타니 업체와 MOU를 체결했다. 미국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울실크, 파일실크, 카튼실크 등에 원단 120칼라를 전시하고 보타니에서 직접 바이어 상담 및 판매, 유통비 절감과 우리가 생산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계기를 구축한 것이다.

 진주실크는 진주시와 함께 진주실크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기술개방은 물론 디자인향상과 고급화를 위한 제품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디자인경연대회의 대상은 대통령상으로 격상하고 그 대상작품으로 드라마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유명연예인 즉 사회를 봤던 소녀시대의 수영이나 아이유가 드레스를 지어 입고 생방송에 출연했더라면 진주실크의 위상 및 홍보효과는 어떠했을까? 한 번쯤 고려해볼만 하지 않는가? 아니면 완판녀로 널리 알려진 박 대통령께 올해의 대상작품으로 블라우스 하나쯤 선물하는 것도 진주실크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데… 이는 박 대통령이 주창하고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3년의 경제혁신이 30년의 경제성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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