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51 (금)
사회질서와 통념 앞세운 정치
사회질서와 통념 앞세운 정치
  • 박태홍
  • 승인 2015.11.02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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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나라 경영은 질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구멍가게는 구멍가게대로 백화점은 백화점대로 상도의에 따른 질서와 통념이 있다. 이처럼 사회전반에 걸친 모든 조직과 단체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지자체와 국가는 사회질서에 따른 통념과 함께 정해진 헌법에 의해 경영된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다. 때문에 법에 정해진 대로 따르면 만사형통이다. 그런데도 이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는 사회질서에 따른 통념이 헌법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둘로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이상야릇한 명사 하나 때문에 정치인은 물론 지식인들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보수와 진보를 서로 주장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냥 그대로 지켜가려는 사람과 뜯어고쳐 나가겠다는 사람들의 싸움질인 것이다.

 옛날 옛적 배고팠던 시절에는 먹고 살기가 바빠 자기의 주장을 제대로 펴지 못하다 먹고 살만하니 민주주의란 이름을 걸고 자기의 사상과 이념을 사회전반에 걸쳐 송두리째 심으려는 것이다. 이는 정권을 잡기 위한 수단일 수도 먹고살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매한 국민들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특히 배우는 학생들의 교과서를 볼모로 해서는 더욱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끄럼 없는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이라고 자처하면서 정치권을 맴도는 사람들은 이를 마다하지 않고 국민들을 둘로 쪼개듯 갈라놓았다. 해방 이후 이념논쟁이 극심할 때보다 오늘날이 더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발표되면서부터 보수와 진보는 극을 치닫듯 둘로 쪼개져 싸움질이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논객들의 필설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요즈음이다.

 어느 진보논객은 고인이 된 박정희 전 대통령께 편지까지 보냈다. 신문 한 면의 절반을 차지한 이 편지문에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보고 듣기 거북한 내용들이 수두룩하게 나열돼 있다. 단지 자기의 사상과 이념에서 느낀 그 당시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 반대편 사람들의 사고와 이념은 고려치 않은 반쪽에 불과한 그 당시의 정치적 평가며 현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 글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를 생각지 않은 내용들이다.

 편지문 형식을 빌려 쓴 이 기사에는 고 박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라도 하듯 아픈 곳을 더 아프게 필로 찔러놓았다. 필이 총보다 무섭다는 말을 이글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휘갈겨 놓은 것이다. 이는 단지 필자의 생각일 뿐 사회질서나 통념은 무시한 것으로 보여진다.

 부관참시라는 글을 접하고 보니 조선시대 성리학자이며 형조판서까지 지낸 김종직(1431-1492)이 문득 떠오른다. 김종직은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꼬는 내용의 의제를 위한 제문(조의제문)으로 사후에 부관참시 당한 사림의 거두였다. 조의제문이란 세조가 단종을 죽인 사실을 항우가 의제를 죽인 것에 비유한 제문이다. 이 제문은 후에 무오사화의 원인이 돼 많은 사림들이 죽임을 당했다.

 성종실록의 사초에 조의제문을 실은 김일손과 이를 연산군에 고한 유자광 역시 역사적 사실로 기록돼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 당시 조선시대는 훈구파와 사림파로 갈라진 붕당정치가 나라를 이끌어 갔었다. 훈구파는 정치적 지배세력이며 사림파란 야권 또는 재야세력이랄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훈구파는 중앙집권통치와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반면 사림파는 향토자치를 강조하면서 도학정치를 추구를 했다. 또 훈구세력은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학풍을 고수했지만 사림세력은 관념적인 이기론 중심의 학풍을 계승 발전시켜 나라 경영에 접목하려 한 것이다. 이를 미뤄볼 때 그때도 지금처럼 여ㆍ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처럼 임금을 막 대놓고 욕하지 않았다. 재야세력일지라도 그들은 도학을 중시하는 등 사회질서와 일반적인 통념을 앞세운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정치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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