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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야적과 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
벼 야적과 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
  • 박태홍
  • 승인 2015.11.09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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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올가을에는 유난스레 안개가 많이 끼더니 풍년이 오려고 그랬나 보다. 가을 아침에 안개가 자주 낄 경우 일조량이 많아져 벼의 결실이 좋아지면서 수확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올해는 대풍이란다. 그것도 3년 연속 풍년이 이어진 것이다. 예전 같으면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쓴 깃발을 앞세우고 꽹과리를 치며 풍년가를 마을이 떠나가도록 울렸을 테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3년 연속 풍년으로 인해 쌀이 남아돌아간다. 소비량은 감소하는데 3년 연속 풍작으로 쌀은 남아도는 실정이니 쌀값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0㎏들이 한 가마니에 17만 원 하던 것이 올해는 15만 원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올해도 예상 생산량보다 더 많은 풍작을 했으니 쌀값 하락을 부채질하기라도 하듯 농심을 울린다. 때문에 진주시 농민회와 여성 농민회는 지난 2일부터 시청 앞 광장에 나락 수천 포대를 적재하면서 지난해와 다름없는 벼 야적 투쟁에 들어갔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며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매년 치뤄지는 연례행사처럼 터를 잡았다. 군사정부는 물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시절까지 계속돼온 관공서 앞 나락 야적은 박근혜 정부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쌀 생산량은 늘어나고 소비량은 줄어드니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원리를 박근혜 정부는 특단의 조치로 농심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수십 년째 계속돼온 농민들의 원성을 이쯤에서 끝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공공비축비 20만t 추가수배와 민간 매입지원 방안도 별 실효가 없다는 농민들의 볼멘소리도 농정당국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게다가 농민들은 현재의 쌀값 하락원인을 풍작에 두지 않고 막대한 수입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전국의 농민단체들은 오는 14일 서울에서 전국농민대회를 개최, 정부를 상대로 쌀값 안정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 집회에 참가하는 3만여 명의 농민들은 쌀값 하락에 정부수매마저 줄어 생산비도 못 건진다며 아우성칠 것임이 분명하다. 십수 년 되풀이되는 농민들의 절규, 속 시원하게 풀어줄 대안, 즉 특단의 정부방침은 없는 것인가? 묻고 싶다. 농민들의 나락 야적 행위와 오는 14일 개최될 대집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으로 인해 한켠으로 밀려나 있는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데올로기 논쟁이고 농민들의 나락 야적 행위 및 집회는 그들의 생사를 건 투쟁이기 때문이다.

 진주시청 앞 광장에는 성난 농민들의 나락 야적이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 진주종합경기장 일원에서는 100세 시대를 위한 농업과 항노화의 만남이라는 주제의 2015년 진주국제농식품 박람회가 11일부터 열린다.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지만 진주 농민들의 두 얼굴이 한 컷의 사진에 동시 연출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국제행사로 승인받았다. 이는 진주시의 농정당국과 진주의 농민들이 함께 이뤄낸 쾌거이기도 하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는 30개국, 300여 개사, 700여 부스가 참여한 대규모 국제행사다. 이는 서부경남신성장동력으로 손꼽히고 있는 항노화산업과 진주에서 생산된 농식품을 연계한 주제관을 비롯, 9개의 테마별 전시장도 마련했다. 첨단농기계산업관, 농기자재산업관, 임업바이오농자재관, 해외관, 농업기술 실용화재단관, 항노화주제관, 체험관, 식생활교육네트워크관, 바리스타대회관, 농자재판매관, 식품판매관, 글로벌 비즈니스관으로 꾸며진 9개의 테마별 전시장에서는 농축업과 식품 및 가공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배울 수 있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는 세계적인 다양한 학술세미나가 분야별로 열려 박람회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진주박람회는 정부승인 국제행사로 치러짐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한국임업진흥원, 한국농수산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관광공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KOTER,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NH농협,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농자재산업현회 등 20여 개의 정부기관 및 업체들이 공식적으로 참여했다. 게다가 미국, 호주, 프랑스, 인도, 중국 등 외국정부기관 업체 등의 참여도 줄을 이어 명실상부한 국제농식품박람회로 발돋움할 수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한편, 부대행사로는 13년째 계속돼온 국화전시회와 토종농산물종자박람회가 함께 치러져 농업인들의 긍지와 사기를 드높일 수 있게 했다. 박람회가 개최되는 종합경기장 일원에는 4만 5천여 점의 국화로 된 조형물을 연출, 수백만 송이의 꽃으로 수를 놓은 듯 축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지만 시청 앞 광장의 나락 야적과 상쇄시킬 수 없음이 오늘날의 농정현실이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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