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0:10 (토)
여ㆍ야 모두 ‘탈’ 벗어야 한다
여ㆍ야 모두 ‘탈’ 벗어야 한다
  • 박태홍
  • 승인 2015.12.14 2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태홍 본사 회장
 복면한 사람들을 보면 무섭다. 모두들 괴한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 드라마, 소설 속에서 보아 온 복면의 사나이는 의적도 있었지만 대개 도적이나 괴한들이었기에 그렇다. 바르지 못한 일을 하기 때문에 복면으로 자기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MBC의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이 인기 절정에 있다. 출연자들이 복면을 쓰고 나와 노래를 불러 승부를 가리는 음악 예능프로그램이다. 출연진 대부분 가수들이지만 아나운서, 성악가, 탤런트, 예능인들 등 다양하다. 가면을 쓰고 나오기 때문에 누구라는 것을 쉽게 분별할 수 없다.

 이 프로는 가면 뒤에 숨겨진 출연자들을 알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묘한 심리를 이용,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복면가왕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우뚝 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청률도 높다. 또 가왕 자리를 놓고 노래대결을 하는 출연진들의 음악적 소질도 뛰어나지만 쓰고 나오는 가면 또한 특이해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복면이란 헝겊이나 천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이지만 이 프로에서는 가면, 즉 탈을 쓰고 나와 출연자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했다. 출연자들이 쓰고 나오는 탈 자체가 다양하면서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요소일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 제목 자체가 복면가왕일 뿐이지 출연자들은 요상한 모양의 가면, 즉 탈을 쓰고 나와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게 하는 데서 이 프로의 묘미가 주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국민가수로 불리워질 정도로 인기가 있는 가수가 가창력이 좋은 무명의 가수에게 지는 경우도 있고 직업이 가수인데도 가수가 아닌 아나운서 출연자에게 패하는 경우가 있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이 프로의 진행 방식이 더욱더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이 모두는 탈을 쓴 출연자들이 누구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즈음에 새누리당이 복면금지법(안)을 국회에 접수했다. 정갑윤 국회부의장 등 32명의 새누리당 소속의원의 서명을 받아 집시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이날 정부의장은 “평화적인 시위에 복면을 하면 익명성으로 인해 과격시위로 돌변할 수 있다”며 이 법안을 발의한다고 했다. 이어서 “인터넷이나 금융 및 부동산에도 실명제가 있듯이 시위 역시 실명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복면을 쓰고는 데모나 시위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자는 법안이다.

 이같이 새누리당이 집시법개정안의 복면금지법(안)을 국회에 접수 발의한 것은 지난달 있었던 대규모시위에서 복면을 한 시위자들이 경찰차를 부수고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는 과격시위를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집시법개정안은 7년 전인 지난 2008년 새누리당으로 당명이 바뀌기 전 한나라당 시절의 신지호, 성윤환 의원이 발의한 적 있다. 그 당시에는 마스크(복면) 착용 금지법안이었다. 다시 말하면 집시법개정안의 복면금지법(안)이 새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있었던 것을 작금에 들어 다시 도마 위에 올렸을 뿐이다.

 왜 복면금지법(안)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느냐는 국민 모두가 잘 알 것이다. 물대포 살수로 인한 농민시위자의 큰 부상도 있었지만 복면을 하고 쇠파이프를 마구잡이 휘둘러 경찰차를 부수고 경찰관의 부상당하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이를 간파한 새누리당이 예전에도 있었던 일을 새로운 양 복면금지법안을 국회에 발의한 것이다.

 그러자 정의당이 지난 1일 ‘복면금지법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이란 토론회를 가지면서 심상정 의원과 참석자들이 정부여당의 복면금지법추진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가면을 쓰고 나와 도하언론은 물론 각 방송 매체에 포즈를 취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복면가왕은 신분을 숨겨 누구인지 알 수 없게 해 흥미를 자아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시위대의 복면은 이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지난 5일 제2차 대규모시위가 있었다. 그야말로 평화적 시위였다. 종교인을 앞세운 평화적 시위에서는 복면이 아닌 꽃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민들 모두는 이 같은 평화적 시위를 원한다. 복장이란 묘한 것이어서 그 복장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각 기관의 상류층 지식인들도 예비군의 날 예비군복만 입으면 보통사람의 예비군이 되듯이 가면, 즉 탈을 쓰면 인간 본래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자아를 잃고 사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당이 민주주의에 복면을 씌운다고 복면금지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복면금지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여당이나 이를 반대하는 야당 모두가 탈을 벗어 던져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도리이고 사명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