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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年會(송년회)
送年會(송년회)
  • 송종복
  • 승인 2015.12.16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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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送:송 - 보내다 年:년 - 해 會:회 - 모이다

 송년은 묵은해를 잘 보내고자 마지막으로 다 같이 모여서 즐기는 행사이며, 망년이란 그해의 안 좋았던 일을 다 잊고 다가오는 해를 맞이하자는 뜻으로 풀이한다.

 송년회(送年會)란 한 해의 마지막 무렵에 그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서로 나누기 위해 친한 사람끼리 모여 즐기는 모임이다. 즉 묵은해를 보내며 반성하는 자세를 가진다는 뜻이다. 한편, 망년회(忘年會)는 지난해의 온갖 괴로웠던 일들을 잊어버리자는 뜻인데 이를 일본식 한자표현이라 하고 있다. 즉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망년회(忘年會)를 보낼 송(送)자를 써서 송년회(送年會)로 쓰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근거가 희박하다.

 망년회란 중국 당(唐)나라 시성 이태백(李太白)이 현종(玄宗)에게 바친 시에 ‘제천정자 위에서 망년회(忘年會)를 열었을 때는 대궐진수가 줄줄이 이어지기도 했다’에서 망년회가 나온다. 또 조선 초기 서거정의 시(詩) ‘한강루의 망년회 석상(漢江樓忘年會席上)’에서도 망년회란 단어가 나온다. 이런 구절만 보아도 ‘망년회’의 원류는 일본어가 아닌데 일본이 앞서 망년회를 즐기고 있으니 이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일본은 1400여 년 전부터 망년(忘年) 또는 연망(年忘)이라 해 섣달그믐께 친지들끼리 어울려 술과 춤으로 흥청대는 세시민속이 있었으니 이것이 ‘망년회’의 뿌리가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망년(忘年)’ 즉 나이(歲)를 잊는다는 뜻인데 나이는 어리지만 재주나 인품을 보고 사귀는 것을 ‘망년지교(忘年之交)’라 한다. 그리고 연말은 ‘수세(守歲)’라 해 섣달 그믐날이면 온 집안에 불을 켜놓고 조상신의 심판을 기다리는 만큼 경건함을 지켰으니 요즘같이 흥청거림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일이었다.

 해마다 연말연시(年末年始)가 되면 뭔가 어수선하다. 송년회, 망년회, 종무식에 이어 신년회, 시무식, 하례식으로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니 근하신년(謹賀新年)이니 하니, 머리가 헷갈리고 정신이 핑 돈다. 차분히 헌 년(送年)은 보내고 새 년(新年)을 맞이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도 떠들썩 하는가. 하기야 오고 가는 년(年)이지만 지긋지긋한 년(年)은 어서 가고 참신하고 어여쁜 년(年)을 맞이하려고 그렇게나 마음이 들뜨는가.

 최근 연말 경기가 좋지 않은 탓인지 송년회도 조용히 보내고 있다. 나는 아직 송년회란 말보다 망년회란 말이 친근감이 더 간다. 올해도 잊고 싶은 일은 많다. 그 융통성 없는 묶은 양년(乙未)은 어서 보내고, 애교가 능란한 새로운 신년(丙申)을 맞이하며, 또한 헌 년(年)은 보내고 새 년(年)을 맞이해 즐겁고 기쁘고 환희에 찬 아담한 년(年)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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