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9:09 (금)
누구 없소, 경남에는
누구 없소, 경남에는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1.10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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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은 복잡다단(複雜多端)하다. 그 결과는 보는 각도에 따라 평가를 달리하겠지만 새해 들어 경남도, 경남교육청, 창원 등 경남의 대표적 기관단체장이 화합과 상생을 외친 게 허언으로 느껴지면서다. 새해 처음 열린 도의회 임시회 때 눈길은 물론, 악수도 나누지 않고 스쳐지나치고 현안을 빌미로 기관 간 각(角)을 세우는 게 다반사다.

 이는 경남공직사회가 상생과 화합을 위한 노력은커녕 각 기관 나름의 논리만을 개발하고 ‘주군(단체장)’을 위한 용비어천가로 넘쳐나는 게 그 반증이다. 그 결과, 경남은 혼란스러움과 갈등이 증폭됐지만 공직사회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직언(直言)이 없다.

 사관(史官)의 직필이 역사를 만들고 선비의 직언이 나라의 명운을 가른(신봉승의 직언) 조선왕조가 5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단일왕조의 틀을 유지한 것은 직언과 직필이었다고 직시했지만 경남의 공직사회는 직언을 하지 않는다. 직언과 직필을 편년체의 일기로 집대성한 것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까지 등재된 국보 151호가 조선왕조실록이다.

 물론,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에 매달리면 직언을 기대할 수 없다. 절대군주 시대, 고위관직에 있으면서 임금의 뜻을 거역하면서까지 공론을 주장하는 것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면전에서의 직언은 목숨이나 직(職)을 내걸었지만 손끝 하나 다치지 않으려 하는 경남은 지금, 기대할 게 없다. 이 같은 갈등 구도는 단체장에 취임한 후, 그 이전의 구원(舊怨)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무상급식과 연계된 경남지사와 교육감의 동시소환, 누리과정 예산문제, 글로벌 테마파크, 로봇랜드 민간사업체 선정, 창원 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창원광역시 승격 건 등 제반 현안에 대해 각급 기관 간의 협의 등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일방적 사고에서 비롯됐다는 것에 있다. 그 앙금은 4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일단이 드러났다.

 각자도생의 스멀거림을 지울 수 없는 것은 경남도 등이 공동주최한 신년인사회에 박종훈 교육감이 불참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또 타 시장 군수가 참석한 것과는 달리 안방(창원)에서 개최된 신년인사회도 참석하지 않은 안상수 창원시장 등 모두가 나름의 해명 등 명분이야 있겠지만 제각각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도 따져봐야 할 정도로 모양새는 결단코 아니란 것이다.

 특히, 경남도민이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이를 지켜만 보고 있는 경남 공직사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직필과 직언을 마다하지 않은 조선 선비의 절반이 영남에 있다는 옛말에 빗대, 모두들 귀양 가버려 경남에는 선비도 없고 원로도 없느냐는 자조적 한탄이 불거질 정도다.

 그 반증으로 경남도에는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타 단체장의 쪼잔한 행동을 나무라는 듯한 목소리가 넘쳐나고 경남교육청은 동시소환과 겹친 무상급식 협상, 누리과정 예산문제 등 경남도와 복잡한 난제에도 ‘할 말을 속 시원하게 했다’는 등 용비어천가만이 넘쳐난다.

 또 5일 창원시가 개최한 신년인사회의 키워드는 창원광역시 승격추진이었다. 광역시는 도의 동의와 도의회의 의결, 도민의 찬성, 국회의 법률안 제정 등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정부도 체제개편 없는 광역시 승격에는 부정적이지만 각을 세운 상태다. 도내 시ㆍ군민의 반발 등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꺼낸 카드여서 전선(?)은 시군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하지만 창원시청 직원들은 창원시장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또 도내 공직사회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 가사문학의 백미인 관동별곡의 송강 정철의 꺽질지언정 휘어질 줄 모르는 강직함, 낡고 부패한 나라를 개혁고자 목숨을 바친 조광조의 칼날보다 더 무서운 직언, 오직 정도(正道)를 위해 독선을 통렬하게 탄핵한 고산 윤선도, 노환의 중풍에도 불구하고 귀양을 택한 백사 이 항복의 직언 상소 등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직언의 결과 파직과 귀양, 사약을 받은 공통점이 있지만 임금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고 나라의 잘못을 바로잡고 백성을 고초로부터 구해주는 등 희망을 주고 후학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시공(時空)을 초월, 민선 후 지방권력을 움켜쥔 단체장들의 전횡도 다를 바 없지만 용비어천가만 울려 퍼지는 게 현실이다. TV에 비취는 정부의 각료회의나 도청의 실ㆍ국장, 교육청이나 시군의 간부회의 때면 직언은 없고 지시만 있을 뿐이다. 경남의 원로가 원로구실을 하고 도내 각급 기관 공직자의 직언만이 경남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데도 그러하다.

 단체장이 직언을 허(許)하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고 스쳐 가듯 하면서 화합과 상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변해야지, 변하지 않으면 경남이 불행해진다. 논어에 오십구비(五十九非)란 ‘나이 60이 돼서 생각해보니 그동안 다 잘못 살았다. 지금부터 다시 해야겠다’며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공자가 말하고 있다. 그러니 ‘경남지사도, 교육감도, 창원시장도 변해야 하지 않겠는가’ 경남도민들이 새해 벽두에 간곡하게 전(傳)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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