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8:14 (토)
어느 축구인의 고향 사랑
어느 축구인의 고향 사랑
  • 박태홍
  • 승인 2016.01.11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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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매년 이맘때가 되면 진주에서는 각 종목의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실어나르는 팀 소속의 마크가 새겨진 대형버스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예부터 진주는 겨울기온이 온화해 동계훈련지로 각광 받아 왔다. 때문에 서울 경기지역 등 웃지방의 각종 운동팀들이 진주를 찾아오는 것이다.

 올해도 서울의 고교축구 강호 남강고, 언남고 등 50여 개 팀 700여 명의 선수들이 현재 진주에서 동계훈련 중이다.

 또 동계훈련을 진주에서 하겠다고 예약한 팀도 12일 현재 11개 팀 2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어 앞으로 진주를 찾을 팀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동계훈련팀들이 진주에서 쓰고 가는 돈은 정확한 통계수치는 나오지 않지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숙박비, 식대, 차량유지비, 의료비에서부터 잡다한 생활용품비까지 다양하다.

 이 때문에 서부경남의 지자체에서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이들 선수단은 진주를 기점으로 사천, 남해, 하동, 산청, 합천 등지에서 동계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서부경남 특히 진주가 동계훈련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온화한 기후와 더불어 운동장, 숙박시설, 먹거리 등 제반여건이 두루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끼리끼리 통한다고 서울의 언남고 축구 정종선 감독의 고향이 진주이다 보니 고교축구팀 수십여 개 팀이 진주로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언남고는 강남에 위치한 명문 고교다. 2001년 축구부가 창단되면서 언남고는 더욱더 유명해졌다. 축구부 창단 1년 3개월 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 고교축구계의 파란을 일으킨 탓이다.

 언남고 축구부는 창단 15년 동안 전국대회를 수십 차례 우승했는가 하면 고교축구를 평정하다시피 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축구계의 명문으로 손꼽히고 있다. 언남고의 교육기조는 ‘사과 속 씨앗의 개수는 셀 수 있지만 씨앗 속 사과개수는 헤아릴 수 없다’는 청소년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있다. 마찬가지로 축구부 육성 또한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축구의 우수한 기량연마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앞서 학교공부와 함께 인성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언남고와 정종선 감독의 묵시적 약속이었다.

 정 감독은 연세대를 나와 90년대 초 K리그를 대표하는 중앙수비수였으며 94월드컵에 참가한 국가대표 경력의 고교감독이다.

 창단 이듬해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언남고는 지금까지 제46회 대통령금배전국체육대회, 서울시장기 4연패 등 2000년대 고교축구를 평정하다시피 하며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했다.

 게다가 언남고는 걸출한 국가대표선수들을 육성해낸 고교축구계의 산실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 세계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슈틸리케호의 멀티플레이어 김민우 선수(일본 사간도스)를 비롯 K리그 득점왕으로 국가대표선수가 된 유병수 선수(로스토프) 등이 언남의 교육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언남맨들이다.

 정 감독은 봉래초교 축구선수 출신이다. 사간도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민우 역시 봉래 초교축구선수 출신이며 정 감독과는 사제지간이다.

 이 같은 인연이 계속되면서 언남고는 15년 동안 진주를 동계훈련지로 매년 찾고 있으며 김 선수 가족과의 교류도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몇 해년 전까지만 해도 진주에서 개최됐던 시장기쟁탈동계훈련팀 간의 대회 상금 전액을 진주의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는 선행도 있었다. 이는 정 감독의 고향 사람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정 감독의 고향 사랑은 김민우와의 사제지간에서 우러나오는 애틋한 정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경기인 출신들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 도리의 바탕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진주는 정 감독으로 인해 동계훈련팀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고교감독들의 합의하에 이뤄진 작은 선행으로 진주인들의 추운 겨울이 잠시나마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됐음을 부인할 수만은 없다.

 또 정 감독은 작은 인연을 중시하면서 매년 모교인 봉래초교축구부에 축구용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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