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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운동기념탑 이전해야 하나
형평운동기념탑 이전해야 하나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6.03.02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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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근 제2사회부 부장
진주정신 대표 상징물
현재 자리 존치 등 모색
불가피할 땐 옮겨야

 현재 진주에는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진주성 촉석문 앞 2만 5천㎡에 달하는 넓은 이 부지는 일명 장어거리로 알려진 곳이다.

 진주시가 광장 건립에 나선 것은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을 되새기는 공간이 없다는 여론에 따른 것으로 진주대첩의 역사성 제고와 호국충절 진주의 얼을 되살리고 첨단산업 문화도시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2007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에는 보상비 600억 원, 시설비 380억 등 총 98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2016년도 연말까지 착공해서 2018년 하반기에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는 장어거리가 없어진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언제부턴가 진주성 앞 장어거리는 진주의 명소로 자리 잡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 사업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게 또 있다. 진주정신 근거의 하나인 형평운동기념탑이 쫓겨날 운명이다.

 진주시에서 형평탑 이전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논리는 광장의 기본 콘셉트가 ‘비움’의 광장이란다. 그래야 진주성이 잘 보이고 남강유등축제나 개천예술제, 진주대첩제 등 대규모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된다는 것이다.

 형평운동기념탑은 1996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무려 1천500여 명의 진주시민 성금으로 이곳(현 진주문화원 옆)에 세워졌다. 꼭 20년 전의 일이다. 원래 형평사 창립 축하식이 열렸던 시내 옛 진주극장(현 J-CITY) 앞에 세우려 했지만 부지가 협소하고 지가도 비싸 지금의 자리로 변경된 것이었다.

 형평운동기념탑이 있는 그 자리는 비록 외성이긴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진주성 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백정들의 한을 달래주는 의미도 있었다. 어떤 역사적 유물이나 유적은 원래 있었던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그것이 장소성이고 그 자체가 역사다. 지금의 형평탑은 성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백정들의 피맺힌 한이 서려 있고 그것을 달래고자 한 진주시민들의 거룩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을 구실로 형평탑을 진주성 밖으로 내치는 것은 백정들의 영혼을 차별하는 것이다.

 형평탑의 ‘두 줄기의 나란한 기둥’은 영원히 평등과 자유의 정신을 높이 찬양하고, 다가올 미래는 “가진 자도, 못 가진 자도, 배운 사람도, 못 배운 사람도, 늙은이도, 젊은이도, 모두 ‘평등의 문’을 넘어 평등과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세계가 될 것”임을 상징하고 있다.

 형평역사공원 예정 부지로 형평운동의 아버지 강상호 선생 묘역이 있는 새벼리 석류공원 주변을 계획하고 있지만 지주와의 토지보상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평운동기념탑의 이전이 불가하다면 그 대안으로 진주대첩기념광장을 진주역사(문화)광장으로 바꿔 진주정신을 대표하는 상징물의 하나로 현 자리에 존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동안 진주시가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과연 진주시민들의 의견 수렴과정이 충분했는가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진주시는 행정 절차를 준수했다고 하겠지만, 진주에서 알 만한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업계획에도 설계자문위원회를 구성ㆍ운영하겠다고 돼 있는 만큼 향후 실시설계 과정에 진주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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