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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없는 김해시, 살기 겁난다
대학병원 없는 김해시, 살기 겁난다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3.07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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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 위원
 평균수명이 120세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원인으로 의료기술을 꼽는데 이견은 없다. 이런 이유로 의료 사각지대를 살기 좋은 곳으로 보기는 어렵다.

 60만 대도시를 눈앞에 둔 김해시가 대학병원 하나 없는 의료 사각지대로 내팽개쳐지면서 도시 발전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 필자는 김해지역 의료인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분들의 공통된 이야기가 충격이다. 대다수 시민은 대학병원들이 적자 운영을 우려해 병원을 짓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한다. 김해지역 개인병원과 종합병원들이 대학병원 유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 중의 하나가 김해지역 대학병원 유치였다. 지난번 김해시장 선거에서 이만기 후보와 김성규 후보 등 몇몇으로 줄어든 대학병원 유치 공약은 이번 김해시장 재선거와 총선에서는 더민주당 이준규 예비후보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다른 후보들은 김해지역 의료계에 몸담은 유권자들이 대학병원 유치를 반대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슬그머니 공약에서 빼 버렸다.

 대학병원들도 굳이 반대하는 병원을 적자까지 감수하면서 지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인제대학교와 백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1997년 11월 김해 삼계동 북부택지개발지구 내에 백병원 종합의료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3만 4천139㎡ 부지를 141억6천800만 원에 매입했지만, 백병원의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20여 년째 병원 건립을 미루고 있다. 최근 인제대는 김해시에 용도변경을 요청하고 부지 매각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용도변경이 이뤄져 매각에 성공한다면 5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얻게 되는 대박 부동산 투기가 된다.

 동아대도 부동산 대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아학숙은 2001년 5월 동아대 부속병원을 짓겠다며 김해시 대청동 장유택지개발지구 내 1만 695㎡를 39억 5천700만 원에 사들였지만 15년째 소식이 없다. 해당 터가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이 이뤄지면 시세는 매입가 대비 열 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대학병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꿈꾸는 것인지 정말로 수지가 맞지 않아 병원 건립을 차일피일 미루는지 지역 병원들의 반대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사이 김해시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대학병원을 막는 이들은 열악한 의료환경 탓에 얼마나 많이 우리 곁을 떠났는지 가늠해 보기 바란다.

 “김해 병원에서 수술합시다.” “당신 나보고 죽으라는 이야기예요?” 얼마 전 필자의 지인과 병에 걸린 그의 아내 사이에 오간 이야기다. 김해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하라는 것이 곧 죽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필자는 최근 지역 내 종합병원이 김해시민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판단할 일을 직접 당했다.

 얼마 전 필자의 아내가 김해 OO 종합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혹시나 해서 필자는 아내를 모시고(?) 양산부산대병원을 찾았다. 여러 검사와 진단을 마친 교수는 한숨을 쉬면서 “수술하실 이유도 없고 약물을 복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6개월 마다 검사만 받으시면 됩니다. 지역 병원들이 필요 없는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많아요”라는 말을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하염없이 울었다. “좋은 소식을 듣고 왜 우냐?”는 필자의 질문에 울먹이던 아내는 “김해 OO 병원이 괘씸해서 운다”고 답했다.

 김해 모 종합병원 의사의 잘못된 판단은 환자에게 심적 고통뿐만 아니라 온 가족을 공황 상태에 빠트렸다. 얼마나 많은 환자가 아내와 필자의 가족 같은 고통을 겪었을까? 김해시민이 김해지역 종합병원들의 돈벌이 때문에 건강과 생명을 얼마 동안 저당 잡혀야 하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건강과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인구와 직장만 늘린다고 명품 대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김해지역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은 다른 것들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소중한 것을 맡길 수 없는 이들이 많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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