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6:37 (수)
[기획/특집]인간의 삶 단면 현대미술로 조명
[기획/특집]인간의 삶 단면 현대미술로 조명
  • 이병영 기자
  • 승인 2016.03.16 2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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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the living’과 ‘단색조’ 경남도립 미술관 전시
현실적 문제 정면주시 현대인 자화상 등 직면
 따스한 봄 햇살이 얼굴을 스치면 사람들은 어느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그 강렬한 유혹을 잠시 누그러뜨리고 인근 미술관으로 예술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경남도립미술관(관장 김경수)은 올 2차 전시를 오늘부터 5월 25일까지 연다. 탁 트인 마당을 밟고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기분은 아주 상쾌하다. 그 길을 따라 먼저 지상에서 예술 여행을 떠나보자.

 동시대 미술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 ‘you, the living’과 한국현대미술 ‘단색조 한국 현대미술의 정신’이 마련된다.

 1, 2, 3전시실의 ‘you, the living’전은 스웨덴 영화에서 빌려온 전시명으로 ‘living’이라는 단어를 보다 더 입체적으로 해석해 삶의 단면을 현대미술로 진단하고 공감하는 전시다.

 살림, 생계, 생존, 생활 등으로 해석되는 living의 의미를 긴밀케 연결해 일상에 배어있는 현실적 문제들을 정면으로 EH는 다르게 바라보고자 기획됐다. 또한 각각의 공간을 나누고 모으는 거실(리빙룸)의 상징적 개념을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형성된 친구와 테두리, 집단성과 개별성 등 가속화된 사회의 변화 속에 처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마주하게 된다.

 1전시실의 ‘생활의 추억’, 2전시실의 ‘젊은 방, 낡은 꿈’, 3전시실의 ‘노동과 거실’의 부제를 가진 이번 전시의 구성과 흐름을 능동적으로 즐기면서, 매일 성실하게 삶을 꾸려가는 우리의 일상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4, 5전시실의 ‘단색조: 한국 현대미술의 정신’ 전은 세계미술계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국미술의 단색작품들로 구성된다. 지난 1970년대 이후 현대 한국미술이 전통성과 현대성을 보이면서 이후 현대미술의 태동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며 시대를 통했는지 그 한 부분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일심일획을 끝없이 반복하는 작업을 통해 행위의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명상적이며 철학적인 동시에 스스로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동양의 참된 수양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이번 전시에는 14명의 작가가 참여 5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어 2차 전시인 ‘you, the living’은 ‘living’이라는 단어의 복합적 해석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동향을 살펴보는 전시이다. 스웨덴 영화에서 전시명을 빌려온 이번전시는 ‘너, 살아있는 자’라는 의미로 생계와 생존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그와 관련된 추억 그리고 사회적 특성 등을 담고 있다. 8명(팀)의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이 참여하며, 1전시실은 생활의 추억, 2전시실은 젊은 방, 낡은 꿈, 3전시실은 노동과 거실이라는 부제로 구성된다.

 1전시실은 권용주, 조혜진 작가의 사적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삶의 터전과 일상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으로 구성된다. 과거로부터 유사하게 작품의 이야기를 발견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단단해 보이지만 깨지기 쉬운 유리와, 연약해 보이나 질긴 실의 상반된 물성이 대비되면서 일상의 연약함과 강인함을 상기할 수 있다.

 철거지역에서 수집한 간유리로 재현한 고층빌딩인 조혜진의 ‘섬’은 주거환경을 중심으로 한 생활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추억을 충돌시킴으로써 우리를 담는 집, 동네, 개인과 사회의 밀접함과 거리감을 표현한다. 권용주의 ‘연경’은 작가가 태국 체류 당시 태국 방직산업 현장에서 떠올리게 된 유년시절의 어머니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방직공장에서 일했던 어머니와 그로 인해 형성된 기억들이 오버랩되고 그 추억의 고리들을 연결한 작업으로 3채널 영상과 교차 설치된 염색사, 자카드 인쇄물을 통해 밥벌이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게 삶을 일궈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전시실은 세 명의 젊은 작가들이 예술가로서 또 생활인으로서 그들 각자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부모의 세대나 지금의 청년들이나 내집 마련 혹은 살집 마련의 꿈은 한결같다. 나와 가족을 안전하게 구획해주는 사각의 공간을 획득키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 삶의 방식과 열망은 오래된, 또 낡은 꿈이기도 하다.

 고재욱은 네 개의 이동식 소형 방을 제작해 이를 통해 규격화된 공간 안에 억눌린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표현한다. ‘protective coloring(보호색)’이라는 제목의 방은 은폐하고 경계함으로써 생존하는 삶의 모습을 상징한다.

 배윤환의 ‘골든스프’는 모노톤의 평면작업으로 예술가로서 작가의 내밀한 고민을 동화적 방식으로 상상해 풀어낸 작품이다. 잔혹동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 듯한 ‘골든스프’는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과 뒤틀린 욕망을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사회적 현실을 투영한다.

 김보아의 ‘single serving floor’는 개인에게 반드시 필요한만큼의 바닥면적을 산출해 그것으로 구현가능한 광활함과 과밀함을 대조토록 제작된 작업이다. 불안한 거주,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에 대한 민감함을 상기시키고, 불편하고 협소한 공간을 감수하면서 생계와 생활을 책임지는 젊은 이주민의 모습을 재해석한 작업이다.

 3전시실은 ‘노동과 거실’이라는 부제로 노동의 사회적 환경, 가상의 거실이라는 다소 복합적인 이야기로 구성됐다. 자본주의가 가속화될수록 노동환경과 직업의 귀천은 양극화 되어가며, 여기에는 교란된 집단심리가 내재돼 있다. 3전시실의 거실은 사적 영역이 온라인과 같은 오픈 스페이스로 전환됨으로써 편리하지만 때론 위태롭게 세상과 관계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만날 수 있다.

 김세진의 ‘야간근로자’는 과잉된 도시의 기능이 현대인들을 소외와 단절로 이끌고 필연적 고독을 감수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젊은 톨게이트 징수원과 건물경비원의 야간 근무시간을 통해 도시의 밤과 낮을 가로지르는 공간과 잉여의 시간을 보여줌으로써 현대 도시인의 삶의 방식을 표현한다.

 조혜정&김숙현의 ‘감정의 시대 : 서비스 노동의 관계미학’은 A/S기사, 콜센터 직원 등 감정노동자들의 역할을 퍼퍼모가 수행돼 그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재현해봄으로써 오늘날 쉽게 강요당하고 재단되는 감정 노동의 실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방&리(2인 컬렉티브)의 ‘프린즈 인 더 리빙룸’은 거실 프로젝트의 연작으로 무대와 같은 거실, 감시 카메라, LED 글자 조형물 등의 복합적인 영상 설치 작업이다. 방&리가 재현하는 거실은 허구적 상황과 실제가 겹치는 장소로, 사적 영역이 공적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익명의 관람자가 친구란 이름으로 등장해 거실의 주인공이 된다. 이는 온라인을 통해 형성된 우정의 위태로움과 가상공간에서 구축된 집단 지성과 집단 무지의 양면성을 동시에 반추할 수 있는 작품이다.

 기타 전시회에 대한 문의는 (254-6433)번으로 하면된다.

1-1 방&리, Friendship is universal, 라이트아트 가변설치.

1-2 권용주, 연경, 3채널영상, 염색사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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