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5:13 (금)
청년 백수시대, 경남도 기업트랙 기대 이유
청년 백수시대, 경남도 기업트랙 기대 이유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4.03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泰山)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육당 최남선)’는 조선패망(1910년, 한일합방) 직전, 1908년 11월에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 잡지인 ‘소년(少年)’ 창간호에 실린 개화기 신체시의 대표작이다. 이후, 청년담론은 절망적 상황에서도 1920년대 개벽 등 계몽지를 집필하는 등 청년의 시대를 열었고 쇠망한 나라를 짊어지고 절망의 시대를 건넜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세계 10대 수출국의 반열에도 청년담론은커녕 사회 첫발을 딛기도 전에 실업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12.5%)로 글로벌금융위기의 진원지 미국(10.8%)을 넘어섰고 ‘잃어버린 20년’ 일본(5.0%)의 2.5배다. 또 통계상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공무원 응시생과 고시생, 또는 취업을 못 해 진학한 대학원생 등 청년층의 체감(體感)실업률을 감안하면 34.2%란 분석도 있다. 그 결과, 대학생 298만 8천명 가운데 31%인 93만 3천명이 휴학 중이다.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전체로 넓히면 110만 4천명이 졸업을 연기했고 대학 졸업장에도 고졸(高卒) 일자리를 찾는 현실이다. 취업난으로 재대 후 복학생들이 부사관 등으로 재입대하는 처지가 안타까운 청년 백수시대,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다.

 이러한 때 경남도가 지난 2013년부터 기업과 연계,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경남형 기업트랙’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1천133명을 넘어섰고 올해도 지난달 30일 15개 기업과 11개 대학이 89명과 협약하는 등 128명의 일자리를 확보한 기업트랙협약을 체결했다. 이 중 베트남과 중국 등 현지법인 6개 기업과는 23명에 대해 처음으로 해외취업트랙도 개설, 대학에서 기업 맞춤형 교육 후 직무 수련과정을 거쳐 취업토록 했다.

 경남의 사례가 표본일 수는 없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구호성 취업대책은 시정돼야 한다. 또 대학생 3명 중 한 명이 휴학하는 대학 휴학생 100만 명이란 결과가 간단하지 않은 만큼, 대학정책도 확 바뀌어야 한다. 대입 예비 고사제도(63~73년)가 실시된 첫해 11만 2천명이 응시, 절반이 조금 넘는 6만 1천명만 시험(4년제 대학)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어 학력고사(1980년), 수능(1994년)으로 변경됐고 1960년 중후반 불과 6천명(4년)이었던 대학생이 1970년 16만 8천명, 1990년 100만 명을 넘었다. 특히, 1996년 대학설립 자율화 후 대학생 숫자가 100만 명 이상 급증, 2010년에는 202만 8천841명으로 늘었고 현재, 300만 명 시대다. 결과적으로 앞 못 본 대학정책이 청년백수 330만 명을 불러왔고 우리 사회에 엄청난 부채(負債)를 안긴 것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이 ‘오년지소계’(百年之小計)란 자조(自嘲)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한 교육정책의 폐해에 있다.

 올해부터 대입정원 역전이 시작되다. 과잉 대졸 학력자가 4분의 1이나 되는 현실이라면, 그만큼 퇴출시켜야 한다. 이대로라면 값비싼 졸업장이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쓸모도 없는 대학 졸업장에 쏟아붓는 비용과 시간은 개인ㆍ가정ㆍ국가 모두의 고통이고 짐이다.

 학부모들이 등골이 휘어지도록 뒷받침한 결과, 상아탑에 빗댄 우골탑(牛骨塔)은 졸업 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구직기간을 겪어야 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인 청년백수시대는 능력이 있어도 일자리가 없다면, 삶은 행복이 아닌 질곡의 연속이다.

 이래서야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며 국가의 미래란 청년예찬론은커녕 구직난에 ‘5포(연애ㆍ결혼ㆍ출산ㆍ취업ㆍ주택 포기)세대’를 넘어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암울한 칠포세대인데도 정부와 정치권의 청년정책이 말만 번지르르한 ‘빛 좋은 개살구’란 목소리다. 특히, 총선을 맞아 쏟아지는 일자리 창출은 구호성이 짙다.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딛기도 전에 실업의 늪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 때, 앞서 추진한 경남도가 추진한 기업트랙 협약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더욱 돋보인다. ‘취업이 복지’란 것에서 출발한 기업트랙의 실효성에 여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해부터 그 결과가 나타난다고 하니 자못 기대된다.

 졸업을 유예시키는 ‘엔지족’(No Graduation)이 대학가에 넘쳐나는 졸업이 백수인 시대, 직업을 구하지 못해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내뱉는 패배의 한숨 소리가 짙다. 그들의 삶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그대로 황천길로 향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휩싸인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시공간(視空間)을 초월해 실업은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의 공포임에는 틀림없다. 재수, 삼수도 고달픈데 백수라니 오죽하겠는가.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