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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교육 막는 건 또 다른 세월호 방치
계기교육 막는 건 또 다른 세월호 방치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6.04.15 0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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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일 교육행정 부장
 2014년 4월 16일. 멀건 대낮에 배가 기울고 있었다. 풍랑도 비바람도 없었다. 배가 침몰할 상황은 더더구나 아닌 듯 했다. 사망자가 없어 뉴스 가치도 없어 보였다. 이날 오전 해경 상황실은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객이 모두 대피해 무사하다는 오보를 타전했다. 설마 가라앉기까지 하겠나 싶었는데, 오후 6시께 보도된 그림은 배가 완전히 기울어 뒤집히고 있었다. 일부는 검푸른 바다위로 탈출했다.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들은 낙엽처럼 물결에 휩쓸렸다. 헬기가 가까스로 갑판위로 올라온 승객을 구조하기도 했다.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사고 해역에 어둠이 깔릴 때 배는 뒤짚힌채 선수만 부표처럼 물위로 나와 있었다. 탈출한 승객보다 실종자 숫자가 늘어나는 TV 속보는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중에 확인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은 채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 같은 단원고 학생이 대다수였다. 학생, 교사, 승무원 등 300여 명이 사망한 ‘4ㆍ16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 ‘세월호 집중주간’으로 설정해 계기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4일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2주기를 맞아 교실에서 아이들과 세월호를 말하고 세월호를 기억하겠다”며 “세월호 공동수업은 참교육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을 괴물에 비유하는 것처럼 보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초등교사용 ‘4ㆍ16 교과서’의 일부 인용된 동화 작품의 전반부만 남기고 삽화는 다른 그림으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는 오해와 우려의 확산을 막고 세월호 2주기 공동수업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4ㆍ16 교과서’ 일부를 수정ㆍ보완해 보급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부는 전교조의 ‘4ㆍ16 교과서’ 계기교육을 엄단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각 학교에서 세월호 계기수업을 진행키로한 데 대해 엄중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교조가 만든 ‘4ㆍ16 교과서’는 정치적 성격을 지닌 만큼 교육 자료로 활용해선 안 된다며 교육의 중립성을 위반한 편향 교육이 발생하면 즉각 조사해 위법 사항은 징계 요구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계기수업 자체는 초중등 교육과정에 명시된 교육의 한 형태인 만큼 학교장 승인을 거치면 학교 자율로 실시할 수 있지만 수업의 ‘내용’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전교조가 계기수업에 활용하겠다며 발간한 이른바 ‘416 교과서’가 편향되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어 사고가 미성숙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교재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육부는 이 기간 ‘독도 교육주간’을 정하고 전국교육청에 독도의 중요성 교육하라고 지시했다. 한심한 노릇이다.

 정부와 교육부의 방침으로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생존 수영을 가르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물에 빠졌을 때를 대비한 생존 수영 교육이다. 숨진 단원고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가 수영을 못해 고스란히 희생된 것은 아니다.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의 책임 의식 결여, 인솔 책임자 등의 미숙한 대처, 해경 등 국가 재난 시스템의 대응력 부족 등 대한민국의 총체적 관리 부족이 빚은 참사다. 이 같은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계기 교육은 국가가 오히려 장려해야 할 교육이다. 계기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특정 주제에 대해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부모에게 어떤 자식의 희생도 같은 슬픔이다. 세월호 참사는 나라가 아이들 안전을 지켜주지 못해 발생한 비극이다. 아직도 시신조차 인양하지 못한 희생자도 10명이 있다. 대충 이 사건을 덮어두자고 한다면 이번엔 내 자식의 차례가 될 수도 있다. 제2의 세월호를 방치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계기교육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이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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