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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 거는 국민 기대
20대 국회에 거는 국민 기대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6.04.24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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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80~90년대 대학졸업자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여러 군데 동시에 합격해 골라 가는 즐거움도 있었다. 취직을 하지 않고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에 취직한 유망한 젊은이들조차 창업에 뛰어든 또래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국가경제가 고공성장을 거듭하면서 일자리는 넘쳐났고,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야망에 불타있었다. 젊은이들은 제2의 정주영, 김우중과 같은 신화적 기업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조그만 중소기업에 취직한 기능공들도 이제는 어엿한 기업사장이 됐거나 대기업의 생산분야 중역을 맡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때는 누구나 자기만의 성공신화를 위해 땀을 흘렸고 보상을 받았다. 요즘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은행직원, 공무원, 교사를 부러워하는 젊은이들은 별로 없었다.

 30년가량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는 격세지감이다. 해외 유학을 다녀와도, 일류대 졸업자도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3~4차례 면접은 예사고, 채용이 불투명한 인턴사원도 되지 못해 좌절하는 젊은이가 넘쳐난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안정적인 기업이 최고의 직장이 됐다. 대마불사라 여기는지 대기업에만 몰린다. 철밥통인 공공분야 취직은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기는 분위기다. 창업을 하겠다는 청년도 창업을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취직이 안돼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사회 전체가 역동성을 잃고 안정지향으로 흐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몰아닥친 이런 변화는 글로벌 경제구조의 변화에 기인한 바도 있지만 우리의 시스템과 정치ㆍ경제 리더들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데서 더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돈이 되는 사업에만 안주하며 새로운 블루칩을 개발하는 데는 소홀했던 안이한 태도, 중소기업ㆍ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헐값에 사냥하듯 뺏어버린 대기업의 무한 욕심, 기초기술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응용기술에만 집착하는 단기성과주의,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성공신화가 사실은 부실한 기초위에 쌓아 올린 화려한 누각일 수 있다는 자성의 부재, 도전과 모험보다는 안정을 우선하는 열정의 상실, 꿈을 쫓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사회경제적 조건들, 실패는 결코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관용성 부족, 이런 것들이 어우러진 예고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이런 위기를 돌파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해야할 정치권이 제 몫을 못하고 있는데 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이전의 3당 체제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3당 체제 제3의 길을 선택했다. 적극적인 의지의 결과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20대 국회는 국민들이 던진 엄중한 경고장에 답을 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20대 국회는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기성정치권이 그랬던 것처럼 정권획득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정쟁으로 얼룩진 불임국회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양당체제가 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가능성을 제시하는 가장 큰 중책은 일단 국민의당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총선이 담긴 국민의 뜻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정당은 아무래도 더불어민주당이 될 수밖에 없다. 제1당을 만들어준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책임감을 갖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정국운영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더민주당이 제1당에 취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야당 본능에만 충실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물론 당의 미래도 없다.

 12석을 야당이 가져간 낙동강벨트, 2석을 새누리당이 가져간 호남, 보수의 본토 대구에서 나타난 선거결과는 당과 지역을 떠나 새로운 정치를 해달라는 국민들의 뜻이다. 그것은 20대 국회가 우리의 역동성을 되찾고 도전과 모험에 주저하지 않는 파이팅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다. 국민들은 이런 요구에 답을 잘하는 정당에게 정권을 맡긴다. 대권을 쫓으면 대권은 멀어진다는 것을 정치권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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