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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과 허정무
조훈현과 허정무
  • 박태홍
  • 승인 2016.04.25 23: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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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물의 깊이는 알 수 있으나 사람 속마음은 헤아리기가 어렵다. 이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제20대 총선에서 프로 바둑기사 조현훈과 축구인 허정무가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을 한 바 있다. 조훈현은 공심위에서 14번을 배정받아 당선권 내에 들어 국회의원이 됐고 허정무는 32번을 배정받아 스스로 후보직을 철회했다.

 조훈현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다시피 프로 바둑기사다. 1953년생이니 나이는 62세.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바둑공부를 위해 서울로 왔다가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는 1962년 프로에 입단했으니 철도 들기 전에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바둑판을 앞에 두고 적과 마주했으니 그의 삶 그의 인생은 어떠했겠는가?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한 숱한 승패의 감정 기복을 넘나들며 살았으리라 생각된다. 프로세계에서는 이겨야 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돈도 명예도 뒤따르기 때문일게다.

 조 프로는 어린 시절부터 신동, 천재 소리를 들으며 승승장구한다. 1980년 그의 나이 27세 때 명인전에서 우승하면서 일본, 중국, 한국 바둑계의 천하 통일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 무렵 연승을 거듭하며 일본, 중국, 한국의 내로라하는 프로 바둑기사들을 차례로 꺾고 세계 1인자의 자리에 오르기를 여러 차례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미생이라는 TV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그리고 올해 알파고라는 인공지능과 이세돌이 오판 승부를 겨루면서 바둑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두뇌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각광받고 있다. 바둑과 바둑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바둑은 인생이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에 자유롭지 못한 감성적인 측면을 잘 반영해주기 때문일까? 예전의 바둑은 신선놀음, 즉 잡기에 비유되기도 했었다. 일하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만을 갉아먹는 쓸데없는 놀이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무언가 모를 오묘한 진리가 살아 숨 쉬듯 바둑판에서 바둑인들이 그 무엇을 그리고 알 수 없는 것들을 건져낸다고나 해야 할까? 일반인들이 범접하기에는 그 뭔가가 있는 프로 바둑기사들이 펼치는 반상에의 묘. 무엇으로 형용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을 만치 각종 기묘한 한 수가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빛을 발한다.

 바로 이들의 고수가 조현훈 아닌가? 그리고 해탈하듯 세상을 향해 내뱉는 말. “프로 기사에게 이기고 지는 것은 그냥 밥 먹는 것과 같다. 밥은 오늘 하루만 먹는 게 아니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먹어야 한다. 1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생명이 붙어 있는 한 밥은 먹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먹은 밥맛이 없다고 짜증을 내거나 있다고 해서 흥분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생의 철학적 요소가 잠재해 있는 조 프로는 당선권 내에 들었고 축구인 허정무는 32번으로 밀려났다.

 그렇다고 허정무가 조훈현보다 못한 게 있나? 그렇지도 않다. 허정무 또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축구인이다. 전남 진도 출신이어서 그런지 축구계에서도 토종으로 불리워진다. 영등포공고, 연세대학을 다녔으니 조 프로와는 또 다른 제도권 내의 학력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수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허정무는 축구의 신동이라 불리며 청소년 국가대표, 국가대표 등을 역임하며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다. 국위도 선양했다.

 조 프로가 바둑으로 세계를 제패하던 1980년 허정무는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벤에 입단, 세계의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어깨를 겨루기도 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한다. 선수생활을 끝내고는 국내프로팀코치 감독직을 거쳐 명실상부한 올림픽대표 감독직에 오른다.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면 대한민국 축구인 모두가 탐내고 우러러보는 선망의 자리다. 한마디로 말해 축구로 시작한 허정무 인생에의 절정에 있었다고 할 만큼 그의 축구 인생은 화려했다.

 그런 그가 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해 국회에 진출, 정치에 입문하려 했을까? 왜 확실하게 약속을 받지도 않은 자리를 탐했을까? 허정무는 비례대표직을 스스로 철회한 뒤 모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변을 남겼다. 일관성이 없는 변명에 급급한 얘기들이었다.

 허정무는 60년 넘게 잘 가꿔 온 자기 인생에의 최대 오점을 남긴 건 아닐까? 스타선수로 스타 감독으로 축구계를 대표한 국회의원 비례대표신청. 어느 정치인의 회유에 빠져 축구인들과 축구계의 망신을 시킨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우연의 일치일까? 조훈현과 허정무는 고향이 같은 전남의 목포와 진도였다.

 아무튼 조는 바둑계의 기를 살려냈고 허는 축구계의 허망함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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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g 2016-04-28 14:47:15
비례대표는 유명한 사람들이 한자리해먹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축구는 이미 기득권 자들의 스포츠이고 국민적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이다. 과연 이런 자리에 비례대표가 필요한가 의문이다. 축구를 팔아서 한자리 해먹고자 했다면 정말 반성해야 한다. 그런사람들에게 놀아났다고 해도 그건 본인의 그릇이 그것밖에 안됨을 스스로 반성해야 할 일이다. 정말 소신으로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사퇴는 왠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