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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근시안 구조조정 언 발에 오줌 누기
조선업 근시안 구조조정 언 발에 오줌 누기
  • 허균 기자
  • 승인 2016.04.26 2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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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제2사회 부장
지역경제 침체 등 감안 시장혼란 가중 줄여야 단박 효과 노리면 안 돼

 경영위기에 내몰린 국내 조선업 빅3에 대한 정부의 해결방안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지 반응은 시큰둥이다.

 정부의 노력으로 합병에 대한 걱정은 줄었지만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몰릴 경우 지역경제는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 판단이 조선업계 종사자들의 시각이다.

 정부는 26일 금융위원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 및 부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등 ‘빅3’조선업에 대한 대대적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또 도내 STXㆍ성동ㆍSPP 등 중소형 조선사에 대해서도 통폐합ㆍ매각 등을 통해 정리하기로 했다.

 4ㆍ13 총선이 끝나자 ‘경제’ 이슈가 부각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여야 정치권이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만이 경영위기에 놓인 조선업계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구조조정에 실직자들이 다량 양산되면 조선업계를 살리기 위해 시작된 구조조정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 구조조정이 정치권의 압박으로 성급하게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발 기업구조조정은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조선업계도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보여주기에 급급한 구조조정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은 다양한 측면에서 면밀하게 따져봐야한다. 과거 일본의 구조조정 사례를 살펴보면 시황에 따라 실패한 구조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조선산업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배경은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 두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가장 큰 이유라는 의견이다.

 당시에 시황이 좋지 않아 설비를 줄이고 회사를 합병시키며 산업을 슬림화 시켰지만 업황이 다시 좋아지자 생산능력 저하로 인해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금은 조선업계가 시황이 좋지 않고 수익이 없다 보니 합치고 줄여야 한다는 시각이 많지만 일본의 구조조정 사례를 교훈 삼아 눈앞에 시황만을 보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수년 전 조선업이 활황을 이룰 당시에도 벌크선 등 대형 화물선에 치중돼 있는 선박 수주가 조만간 조선경기 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조선업계가 잘 나가던 당시, 관계자들은 크루즈선 등 고급 선박 수주 등에 더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여파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이 먼 곳을 내다보지 못하고 근시안적에 그친다면 언 발에 오줌 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지역경제는 물론, 가정의 몰락과도 연관이 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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