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8:43 (토)
살아남으려면 소통하라
살아남으려면 소통하라
  • 신은희
  • 승인 2016.04.29 0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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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살아남기 위해 소통하라’는 말을 바꿔보면 ‘소통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가 된다. 우리는 이것을 최근 여러 가지 상황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됐다. 이제 사회 속에서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소통하려는 노력과 그 능력의 정도가 생존필수전략이라고 하겠다.

 우수한 아이디어와 생산기술을 가지고도 소비자와 원활히 소통하지 못해 마케팅에 실패한 창업주들이 기업생태계에서 사라져버리거나, 고객과의 눈높이 소통을 소홀히 하고 자만에 빠진 중견기업들이 경영능력의 한계에 달해 존폐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이미 글로벌 연결고리가 쳇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정세와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긴밀하고 민첩하게 소통하지 못한 채 방만하고 나태한 자세로 버텨오다가 하루아침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해외수출기업들이 그렇다.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호흡하듯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함을 잊은 결과다.

 조직도 다를 바 없다. 조직원들의 욕구를 무시한 채 몇몇 사람의 의지대로 이끌어 가는 조직문화는 분열되고 병들어 와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 좋은 예로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각 정당의 선거과정과 결과는 그 면면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만을 믿고, 그들만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것이며, 정당의 간판이나 이름값보다는 생존하려는 치열한 몸부림으로 민심과 소통하려고 노력한 정당과 후보들이 상당수 살아남았다. 낮은 존재감으로 시작했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주민 곁에서 귀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후보, 오랜 경력자라도 보다 낮은 자세로 진심을 전달하는 소통으로 지속적인 신뢰를 얻어 온 이들이 이변을 일으키며 생존하지 않았는가? 그들 자신 또한 앞으로도 살아남으려면 멈추지 말고, 필사적으로 소통해야 함을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소통은 일방통행 하듯이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생각과 목적만을 쏟아내는 정신적, 심리적 배설(excretio

n)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또 단순히 언어나 몸짓, 그림, 기호 따위의 수단을 통해 서로의 의사나 감정, 생각을 주고받는 교통(communication)단계도 넘어서야 한다. 진정한 소통은 마치 생존하기 위해 인체 곳곳에 분포된 다양한 감각수용체가 외부의 자극을 감지하고 전달하듯이 서로 다른 의견과 욕구를 제대로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리고 그 자극을 분석하고 통합한 결과에 적절하게 반응하며 항상성을 유지해가는 신체의 유기적 시스템처럼 촉진(facilitation)단계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렇게 현재의 관계와 소통시스템을 강화하고 더 발전적인 새로운 체계를 개발해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서 소통능력은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무수히 강조돼왔지만, 불행히도 오랫동안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수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야 된서리를 맞은 듯 소통의 물꼬를 트는 모양새다. 하지만 소통 코스프레를 연출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진심을 담지 않은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쇼에 불과한 소통흉내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내, 외부고객을 속이거나 무시한 대기업 오너일가들의 가식적 사과나 꼼수는 결국 더 화를 불러일으켜 불신을 조장하거나 영원히 등을 돌리게 만든다. 또 정계의 소통행태를 말없이 지켜보면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유권자들은 이미 그 정치와 정치인들의 수준을 몇 발자국 앞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단지 허리 굽혀 인사하고,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만으로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또 소통의 장에서마저도 권위를 내세운 고압적 훈육태도로 일방적 자기주장과 아전인수식 해석을 나열한 연설문 낭독방식을 고수한다면 생존의 길에서 점점 멀어지는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것은 소통이 아니며, 살아남기 어렵지 않겠는가?

 이는 조직이나 기업, 정치에서 뿐만이 아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라 해도 오래 이어나가고 함께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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