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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에는…
올 5월에는…
  • 박태홍
  • 승인 2016.05.02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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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잔인한 달 4월이 지나고 벌써 5월이 도래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푸른 꿈을 간직하고 펼칠 수 있는 청록의 계절이어서 그런지 5월 들어서는 각종 기념일이 줄지어 있다.

 1일 근로자의 날,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4일 석가탄신일, 15일 스승의 날, 가정의 날, 14일 성년의 날, 18일 5ㆍ18 민주화운동기념일, 20일 세계인의 날, 21일 부부의 날, 25일 방재의 날 등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6일을 임시휴일로 정해 토, 일요일이 낀 5, 6, 7, 8일 4일을 연이어 쉬게 했다.

 이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임시방편이기도 하지만 5월은 가정의 달인만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한 것 같다. 가족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 자매들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이름만 가장일 뿐 가족 중심의 체계에서도 늘 한켠으로 밀려나 있었다. 돈만 벌어다 주는 일꾼쯤으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이다.

 IMF 구제금융이라는 매서운 바람을 맞기 1년 전 김정현이라는 소설가는 장편소설 ‘아버지’를 그려냈다. 가정과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초상을 그린 이 소설은 픽션이긴 하지만 당대의 아버지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민소설로 자리매김 되면서 300만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그 뒤 2013년 11월 개장판이 나온 후 초판 3쇄에 들어갔으니 지금까지 팔려나간 책의 권수는 과연 몇 권이란 말인가? 아버지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과 다르게 간접적이어서 그런지 자식들의 피부에 쉽게 다가가질 않는다. 이를 간파한 작가 김정현은 매끄러운 필치로 허구이긴 하지만 이 시대의 아버지상을 조목조목 그려냈다.

 새로 펴낸 개정판 작가의 변에서도 ‘사랑의 말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좋아한다는 것이 외려 퉁명스러워 보이기 일쑤였다. 그래도 책임감은 강한 사람들이었다. 언제나 자신보다는 가족이 먼저였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남들만 못하게 여겨졌다. 그 미안하고 주눅 든 마음에 스스로에게 내는 화가 곁에 있는 이들을 아프게도 했다. 매운바람이 몰아치자 상처 깊은 울타리는 새삼 허술함을 드러냈다. 그래도 믿고 기대야 할 것은 그 울타리였다. 아빠 힘내세요. 언제라도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말인데 어찌 그리도 가슴 뭉클하고 눈물이 맺히던지…’라고 적었다.

 그랬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잘 표현하지 못한다. 이 책의 주인공 한정수도 그랬다. 자기의 생각, 가슴으로만 가족의 안위를 염려할 뿐 밖으로 드러내질 못한 것이다. 예전의 아버지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가족을 대표하고 가족 위에 군림하려 했지만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그러질 못했다. ‘우리 가족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소외돼 왔음을 알 수 있다. 300만 독자의 가슴을 울린 김정현의 장편소설 ‘아버지’도 이러한 맥락에서 그려진 것이 이 시대의 아버지상과 일치했기에 개정판까지 나오며 오늘도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작가 김정현이 ‘아버지’란 소설을 픽션으로 그렸다면 새로 나온 신간 ‘아버지를 찾아서’는 논픽션으로 그려진 작가 김창희만의 걸작이었다.

 ‘지금 그곳에 가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주제 아래 작가 김창희는 아버지가 살아온 40여 년의 길을 또다시 밟아가는 르포형식의 아니면 자서전 형식의 글을 세상에 발표했다. 작가 김창희는 서울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로 활약한 이력을 바탕으로 ‘아버지를 찾아서’라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는 책을 출간한 것이다.

 이 책에는 작가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아버지의 삶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 아버지가 남긴 사진과 필름, 수첩의 메모 등을 바탕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줄거리다. 이러다 보니 작가가 태어나기 전인 1950년대 중반에서부터 아버지가 작고한 1960년대 후반기까지의 근대사가 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사진과 메모에서 찾아낸 사실만을 가려 아버지가 간 삶의 궤적을 아들인 작가가 뒤따라가며 적은 것이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큰 감흥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다시 한 번 가족의 중요함을 그리고 애절함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할 수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우리들은 다시 한번 가족의 고귀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갖자. 올 5월에는 가까이 있는 부모에게는 정성이 깃든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고 멀리 있는 부모에게는 안부 전화라도 걸어보자. 그리하여 서로 간의 존재를 알리고 혼자가 아닌 동반자가 있음을 느끼게 하자. 아버지가 자식을, 자식이 어버이를 지켜주는 일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들의 인생사 아니겠는가? 지금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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