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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ㆍ$’ 미국서 만든 것 아닌데
‘달러ㆍ$’ 미국서 만든 것 아닌데
  • 송종복
  • 승인 2016.05.09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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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ㆍ회장
독일 요아힘스탈러 유례
타국 영향 주고 마르크 개명

 ‘달러’는 대부분 미국화폐라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달러(dollar)’는 원래 지명에서 유래됐다. 원조는 독일에서 화폐로 쓰던 은화인 요아힘스탈러(joachimsthaler)인데, 이를 줄여서 탈러(thaler)라고 했다. 16세기 초 독일이 보헤미아를 점령함으로서 야히모프(보헤미아의 마을)도 독일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이 지역은 은의 보고서 은화제조의 시발지다.

 이곳은 프로이덴슈타인 성의 쉬릭 백작이 관장했다. 그는 1516년 야히모프의 요아힘스탈 골짜기에서 대규모 은광을 발견하고는 성 안에서 비밀리에 은화를 주조하기 시작했다. 1519년 처음 제작된 은화의 이름은 독일의 계곡 이름인 ‘요아힘스탈’을 따서 ‘요아힘스탈러’ 또는 ‘탈러그로셴’이라고 부르다가 ‘탈러’라 했다. 1600년을 거치는 동안 1천500여 가지의 탈러가 독일어권 국가에서 제조됐다. 탈러는 세계적 주화로 인정돼 점차 화폐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자리 매김했다.

 탈러는 국경을 넘어 다른 고가 은화들의 이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태리는 ‘tallero’, 화란은 ‘daalder’, 덴마크와 스웨덴은 ‘daler’, 영국은 ‘dallar’로 변했다. 지금도 아시아에서는 홍콩은 홍콩달러, 대만은 NT달러, 중국은 US달러라고 부르며, 일종은 화폐를 달러라고 통칭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달러의 기원이 된 독일은 1873년에 탈러에서 ‘마르크’로 화폐 이름을 바꿨다. 그러니 달러라는 말이 미국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한 영어권 국가에서 먼저 사용했다. 달러라는 단어가 파운드, 실링, 펜스 등을 대신한 반 영국적인 의미로 활발하게 사용됐던 것이다.

 지금은 달러가 지구촌 어디서나 자국 화폐처럼 쓸 수 있으며 세계의 경제를 호령하고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국제통화다. 물론 유럽은 유로화, 일본은 엔화, 중국은 위안화 등이 있지만, 전 세계에는 미치지 못한다. 필자가 지난 1996년 5월에 경남의 민방위 강사 20여 명을 인솔해 북유럽 수 개국의 민방위훈련을 견습하고, 귀국길에 독일의 라인강변 ‘로레라이’언덕에 올랐다.

 마침 목이 말라 맥주를 먹고는 ‘달러’로 지불했는데, 상점 주인이 ‘위폐달러’ 소지자라고 경찰에 신고해, 일행들이 근 1시간 지체한 사실이 있었다. 경찰이 사실을 확인한 결과 그 당시 미국이 화폐를 개혁하면서 위인들의 인물을 크게 한 것을 상점에서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실은 달러의 원조는 독일인데 정말 ‘아이로니컬’한 일이었다.

 미국은 1776년 독립선언 후 1783년 파리조약에서 독립이 승인될 때까지는 독자적인 화폐를 갖추지 못했다. 미국의 화폐 단위를 달러로 지정된 것은 1785년 7월 6일 대륙의회에서부터다. 그런데 공식화폐로 지정된 것은 1792년에 화폐주조법의 제정부터다. 1944년 IMF(국제통화기금)의 창설과 함께 파운드화를 대체하는 중요한 국제 결제수단으로 채택된 이후 현재까지 국제화폐로 자리 잡고 있다. 필자가 2003년도 중국에서 교환교수로 있을 때 중국대학생들 사이에는 우리(중국)가 면적에서, 인구에서, 무역에서 세계 제1위인데 어찌해 ‘위안화’가 ‘달러’한테 밀리는가. “1925년부터는 위안화가 국제화로 될 것이다”고 장담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한국대학생들의 꿈을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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