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3:00 (금)
평사리 박경리 문학관 즐기기
평사리 박경리 문학관 즐기기
  • 허균 기자
  • 승인 2016.05.10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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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제2사회 부장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인근에 ‘박경리 문학관’이 지난 4일 문을 열었다. 악양들(野)을 바라보고 최참판댁 오른편에 위치한 이곳은 옛 전통농업문화전시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상 1층 연면적 307.4㎡ 규모에 기와 한식목 구조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10월 선생의 동상이 세워진 이곳은 선생이 평소 사용하거나 아끼던 유물 41점과 각 출판사가 발행한 소설 ‘토지’ 전질, 초상화, 영상물, ‘토지’ 속 인물지도 등이 체계적으로 전시돼 있다. 선생의 유물로는 생전에 사용하던 재봉틀을 비롯해 육필원고, 국어사전, 책상, 원피스, 재킷 등 의복, 안경, 돋보기, 만년필, 볼펜 등 필기구, 문패, 그림부채, 도자기, 담배, 재떨이, 가죽장갑, 그림엽서 등도 전시돼 있다. 또 소설 ‘토지’가 연재되던 당시, 여성잡지들도 함께 전시돼 있어 지난 세월속 이름을 날리던 여배우들의 젊은 얼굴들을 표지모델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문학관 앞으로 펼쳐지는 악양들의 풍광은 어디에 내놔도 빠짐이 없다.

 하동군은 이곳에 박경리 문학관이 들어섬에 따라 최참판댁, 토지마을과 함께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박경리 선생을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로 불리게끔 하게 만든 소설 ‘토지’는 우리나라 대하소설의 대명사격이며 한국인이 죽기 전에 꼭 읽어야 될 100대 소설에 선정되기도 할 만큼, 독보적인 작품이다. 얼마 전에 문을 열어 날이 갈수록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는 하동 평사리의 박경리 문학관을 장황하게 설명하게 된 이유는 박경리 선생과 관련된 기념관이 이곳에만 있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워낙에 훌륭하신 분이고, 남긴 족적도 어마어마하기에 선생의 기념관이 꼭 한곳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앞으로 선생을 기리는 탐방객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난다면 선생의 기념관을 둔 지자체들이 진위여부(?)를 따질 수도 있겠다는 어설픈 생각이 들어서다. 어느 지자체에 위치한 선생의 기념관이 더 진짜일 수도, 또 다른 지자체에 세워진 선생의 기념관이 가짜일 수는 없겠지만 이야깃거리로는 충분하지 않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은 하동군 외에도 2곳이 더 있다. 2곳 중 1곳은 바다 빛이 고운 탓에 선생 외에도 수많은 문학인과 예술인을 탄생시킨 통영이다. 통영은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1926년 10월 28일생인 선생은 통영군 명정리에서 박수영 씨의 장녀로 출생했다. 선생은 고향 통영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이곳에서 김행도 씨와 결혼을 하고 딸 김영주 씨를 낳아 길렀다.

 선생은 그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서문에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 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 빛은 맑고 푸르다. 중략’ 이 같은 글을 남기며 통영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릴 만큼 통영 사랑이 유별났다. 선생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고향땅에 그의 기념관이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 약양 평사리와 선생의 고향인 통영 외에 마지막 남은 그의 기념관은 어딜까?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그의 기념관이 있는 곳은 강원도 원주시다. 이곳의 이름은 박경리 문학공원이다. 한국문단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칭송받고 있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를 주제로 선생의 문학세계를 탐방할 수 있는 원주 박경리 문학공원은 소설 토지의 산실인 박경리 선생의 옛집이 1989년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돼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을 염려한 문화계의 건의에 따라 한국토지공사의 시공으로 1997년 9월 착공, 1999년 5월 완공됐다.

 이렇게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 고 박경리 선생의 기념관은 선생의 고향인 통영시와 집필 작업을 한 강원도 원주시, 대표작인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군 등 모두 3곳에 위치하고 있다. 3곳 모두 선생을 기념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선생을 기리고 싶어 하는 방문객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지금, 선생의 기념관이 어디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려는 게 아니다. 아는 만큼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말이 있듯 박경리 선생의 발자취를 느끼고, 즐기려 하는 독자들에게 대수롭지 않은 팁을 하나 주고 싶었을 뿐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다 지나가기 전에 강원도 원주든, 통영이든, 하동이든 박경리 기념관을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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