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10 (금)
인문학 고전 만나는 色다른 방법
인문학 고전 만나는 色다른 방법
  • 김혜란
  • 승인 2016.05.11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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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셰익스피어가 죽은 지 400년 된 해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그를 만나는 행사들이 이어진다. 한국에서도 TV를 비롯 관련 교양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연극무대에도 올려진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주로 연극을 위한 희곡으로 쓰였지만, 사람들이 주로 많이 만나는 형식은 소설이다. 어릴 때 동화책으로 만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영화로 만나는 경우는 더 많다. 원전에 충실해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새롭게 해석하거나 하나의 이야기 거리를 가져다가 전혀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키기도 했다.

 지난 4월, 김해 화정 글샘 도서관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한여름 밤의 꿈’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퇴근 후 책 한 장’ 프로그램 진행의 과정이었는데, 희곡 형식으로 씌어진 ‘한여름 밤의 꿈’을 참석자들과 함께 소리 내어 읽었다. 대사체이고 우리글이 아니다 보니 어색하기도 했지만,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경험의 자리가 됐다. 이해를 돕기 위해 셰익스피어가 활동할 때의 유럽과 영국의 역사를 비롯,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만들어진 영화감상도 부분적으로 함께 했다. 진행자의 의도가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했지만, 원래 문학이란 것이 감성적 접근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 주관적인 해석이 꽤 크게 참석자들의 마음을 흔들었으리라 짐작한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상, 진행자의 낭독도 낭독이지만 다양한 클래식 악기의 연주를 실황으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 클래식 음악회를 즐겨 찾거나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런 기회가 많지 않던 사람들에게는 감동이 남달랐을 것이라 확신한다.

 셰익스피어와 만난 클래식 악기는 플루트였다. 김해 인제대학교 음악학과의 플루트 앙상블이 함께 했다. 고전문학의 낭독과 고전음악의 만남이니 그야말로 ‘앙상블’이 제대로 이뤄졌으리라.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희극에 가깝지만, 희극 아닌 비극 같은 느낌도 갖고 있다. 한낱 요정의 장난(?)으로 말미암아, 생을 다 바쳐서 사랑한다던 사람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또 다른 대상을 향해 애정을 쏟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허무하고 슬퍼 보인다면 개인만의 감상만일 수 있을까. 현대 개그 프로그램 속 개그맨들의 대사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후대 작가들에게 희극의 표본을 제시한 표현들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오감으로 연결, 바로 느낄 수 있도록 쓴 시와 같은 문장 표현들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즐거움이다.

 ‘한여름 밤의 꿈’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비전문가로서 말하자면 이렇다. 사랑 찾아 진리 찾아 끝없이 헤매다가 깜박 꿈 인양 눈을 뜨니 그렇게 찾아 헤매던 내 사랑이 바로 앞에 있더라는 깨달음…. 희희낙락 눈을 빛내며 읽어 가는데 어느 순간 무릎을 치며 아! 하게 만드는 힘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가지고 있다.

 책을 읽는 습관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독서하라는 말은 거의 고문이다. 한때 기업에 불었던 ‘독서경영’바람도 마찬가지다. 책 읽고 독후감을 쓰고 토론을 하면 점수가 주어지고 승진에 도움이 됐다. 독서의 진정한 의미를 놓치는 요약본을 읽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느낀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독서경영’의 실패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승진이나 기타 등등의 강제적인 팁이 끝나자, 다시 독서는 대부분 먼 나라의 것이 됐다. 그만큼 책 읽는 습관을 익히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습관 들여놓지 않으면 책을 가까이하고 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행복하게 여기기는 힘들다. 지독한 끈기와 노력이 따라야 하지만 동시에, 뭔가 끌리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듣기도 하고 직접 읽어 보기도 하면서 클래식 음악까지 듣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매력은 컸다.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고 셰익스피어의 또 다른 작품을 찾아 헤매게 한다.

 오감을 활용한 이런 독서 동기부여 방법을 사람들이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여타 책 읽어주는 라디오나 팟 캐스트 등이 많지만, 눈길 주고받으며 손에 닿을 듯 코앞에서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까지 보고 듣고 느끼는 책 사랑 프로그램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셰익스피어처럼 쉽지 않으면서도 오감을 자극하는 문학 고전작품과 친해지기에는 참 좋은 방법이다. 인문학 권하는 세상이지 않은가.

 맨정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힘든 시절이다. 빨리 지치고 힘 빠지는 세상살이에 새로운 스타일의 벗 하나 사귀어 두자. 셰익스피어와 함께, 권정생 작가와 박완서 작가도 기다린다. 초면에 그들을 어색하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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