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3:05 (토)
“여보” 그리고 “당신”
“여보” 그리고 “당신”
  • 안명영
  • 승인 2016.05.22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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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명영 명신고등학교장
 손님이란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의 높임말이다. 단골손님, 백년손님, 영원한 손님 등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장사는 이윤 창출이 목적이라 물건을 사고팔아 차액이 클수록 신바람 난다. 사러 오는 사람이 돈주머니를 활짝 열게 하는 것이 장사의 비결이다. 미소 짓는 얼굴로 친절하게 대하고 오래 머물게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품질은 틀림없고 값은 적정해야하며 계산은 정확해야하고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신용으로 관계를 맺으면 단골손님이 된다. 왜냐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같은 절차를 반복하지 않는 편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위를 긴 시간을 접두사로 해 백년손님이라 한다. 이는 오래오래 깍듯이 대해야 할 예약된 손님을 의미하고 있다. 사위를 왜 백년손님이라 할까? 사위는 딸의 남편이며 외손자ㆍ외손녀의 아버지이므로 장인ㆍ장모가 소홀히 대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장모는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 환대하는 것은 딸을 위한 어머니의 지혜라 할 것이다.

 영원한 손님은 누구인가. 친족 사이의 멀고 가까운 정도를 숫자로 구분하는데 부모와 자식은 1촌이 되고 형제 사이는 2촌이다. 이 같은 혈연관계의 기본이 되는 부부 사이는 어떻게 될까. 마주 보면 지극히 밀착돼 0촌이고 등을 돌리면 너무 멀어 무촌으로 된다.

 퇴계 선생은 혼례를 치른 손자 안도에게 편지를 보내 부부 사이에 마치 손님처럼 서로 공경하기를 가르쳤다.

 부부란 인륜의 시작이고 만복의 근원이므로 지극히 친밀한 사이이기는 하지만, 또한 지극히 바르게 하고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부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그러나 부부간에 서로 예를 갖추어 공경해야 함을 잊어버리고 너무 가깝게만 지내다가 서로 깔보고 업신여기는 곳에까지 이르고 만다. 이 모두 부부간에 서로 예를 갖춰 공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그래서 자기 가정을 바르게 하려면 마땅히 그 시작부터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거듭 경계하기 바란다.

 원나라 최고 명필로 손꼽히는 조맹부는 송설체라 불리는 필체를 만들 정도로 서예도 뛰어났고 그림도 유명하다. 부인 관도승 역시 회화와 시작에 능했으며 부부의 금실도 좋고, 사랑이 깊어 칭송이 저잣거리에 나돌기도 했다. 그런데 조맹부가 잔칫집에서 한 가녀를 봤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돼, 부인에게 첩을 들여도 되겠느냐고 물어오자 남편에게 시 한 수를 내민다.

 ‘그대 그리고 나, 깊은 정을 이길 수 없는 사이입니다. / 정은 깊어, 마치 불꽃처럼 뜨겁습니다. 한 덩이 진흙을 이겨 하나는 당신, 하나는 나를 빚습니다. / 당신과 나를 다시 짓이겨 뭉갭니다. /물을 다시 부어 당신을 빚고, 또 나를 빚습니다. / 내 진흙 속에 당신이 있고, 당신의 진흙 속에 내가 있습니다. / 살아생전 당신과 함께 금침을 펴고, 죽어서는 같은 관을 쓰겠지요.’

 부부는 서로의 흙을 섞어 빚어, 살아서 한 이불에 잠자고 죽어서 한 무덤에 묻히고 싶다는 관도승의 애절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하다. 가히 부부는 영원한 손님이라는 비유를 이렇게 잘할 수 있을까! 부부는 젊어서는 감정을 앞세운 행동으로 후회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순간을 참고서 살아갈수록 외로움을 나눠 따뜻함으로 채워주는 영원한 반려자로 자리를 굳히게 될 것이다.

 실로 부부 사이는 대함이 극진해야 하며 관심과 격식을 갖춘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여보는 부인을 보배와 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으로, 남편에게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바로 내 몸과 같다는 당신의 호칭을 사용하면 대함이 극진해질 것이다. 부부의 정은 호칭에서 더 깊어지고 돈독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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