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閣貴下(각귀하)
閣貴下(각귀하)
  • 송종복
  • 승인 2016.06.08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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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閣:각 - 다락집 貴:귀 - 신분이 높다 下:하 - 아래 사람

 ‘하(下)’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존칭으로 붙이는 것이다. 즉 폐하(陛下), 전하(殿下), 각하(閣下), 휘하(麾下), 슬하(膝下), 성하(聖下), 귀하(貴下) 등으로 쓴다.

 각하(閣下)는 정승(政丞)에게 주로 써 왔다. 각(閣)은 정승(현: 총리)이 집무하던 곳이다. 그런데 광복과 더불어 대통령을 더 높이 각하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이 말을 대통령에게 붙여 쓰면 그 지위를 격하시켜 부른 셈이다. 한국에 ‘대통령’이란 용어는 1881년 일본에 시찰 다녀온 이헌영이 지은 <일사집략(日?集略)>에 나온다. 그 뒤 1884년 <승정원일기>에 고종이 미국의 국가원수를 ‘대통령’이라고 부른 기록이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실존한 대통령은 1919년 3·1 운동 이후 상해 임시정부에서 이승만을 처음으로 ‘대통령’이라고 불렸다.

 황제(皇帝)는 중국의 진시황(秦始皇: BC221∼BC207)이 3황5제의 약칭으로 처음 사용했다. 명(明)나라는 조선을 제후국으로 보고 ‘황제’ 또는 ‘폐하’라는 존칭을 못 쓰게 했다. 따라서 오직 ‘왕’과 ‘전하’라는 존칭만 쓰다가 1897년에 대한제국을 선포하고는 고종을 ‘황제’라 했고, 존칭도 중국과 대등한 관계로 ‘폐하’라 했다. 휘하(麾下)의 휘는 대장기를 뜻하는 말로 대장 아래라는 뜻으로 사용했고, 슬하(膝下)는 부모에 대한 자신을 낮춰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했다. 이 외에도 마하(摩下)·휘하(麾下)·절하(節下)·합하(閤下) 등이 있다.

 중국의 <사물기원(事物起源)>에 황태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폐하, 전하, 저하가 있다. 폐하(陛下)란 궁전으로 오르는 섬돌 층계의 아래라는 뜻이다. 전하(殿下)는 왕이 계시는 전각 아래를 말한다. 저하(邸下)는 왕세자에 대해 신하들이 자신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이처럼 전하, 폐하, 저하는 말하는 자신을 낮춰 부르는 것으로, ‘낮은 자리’를 바라봐 달라는 뜻이다. 이때 하(下)는 그 존경하는 사람이 거처하는 건물이나, 발아래에서 우러러본다는 뜻에서 나온 존칭이다.

 귀하(貴下)는 상대를 존대하는 귀(貴)자와 자신을 낮추는 하(下)자로 돼 있어 공간위상을 전제하는 말이 아니어서 개화기 때는 편지봉투에 ‘귀하’라고 쓰지 않고 ‘입납(入納)’으로 사용했다. 성하(聖下)란 거룩한 분 아래라는 뜻으로 종교계에서 사용했다. 족하(足下)란 자기와 비슷하거나 아랫사람에게 사용한다. 이 외 안하(案下), 궤하(?下), 좌하(座下) 등은 상대방의 책상이나 앉은 자리 앞에 놓는다는 뜻으로 쓴다. 서신을 보낼 때 적의한 용어를 골라 써야 하는데 함부로 쓰는 것은 큰 실례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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