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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1천억 꿈’ 이뤄지나
창원시 ‘1천억 꿈’ 이뤄지나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6.06.09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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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11개 지자체 철도박물관 유치전
국토교통부 공모 대형 인프라 매력 서명운동 등 경쟁 공정 선정 기대

 1천억 원대의 국비가 투입되는 국토교통부 공모 국립철도박물관에 전국의 내로라하는 지자체들이 대거 참여해 뜨거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방비 한 푼 들이지 않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대형 인프라라는 점 때문에 위축된 지역 경제를 살려보려는 지체들이 사활을 건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치를 신청한 지방자치단체는 경남의 창원을 비롯 강원 원주, 경기 의왕, 충북 청주, 대전, 세종, 전북 군산, 전남 나주, 울산, 경북 포항, 부산 등 무려 11곳이다. 서울과 일부 광역시, 철도가 없는 제주를 제외하고는 전 시ㆍ도의 대표도시들이 모두 경쟁에 나섰다.

 이들 대부분 지역은 대규모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기선잡기에 나섰다. 지역 홍보와 유치논리 개발은 물론 국토부를 상대로 로비까지 하는 과열 형국이다.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주민 결의대회를 기획했다가 국토부가 “너무 과열된 양상은 보기 좋지 않다”고 제지해 포기했을 정도다.

 ◇1천억 원대 대규모 프로젝트… 지자체 “밑져야 본전” 유치전 가세

 국립철도박물관 건립계획은 2014년 국토부가 국립철도박물관 기본구상 용역을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후보지 신청을 받은 결과 16곳이 신청했다. 본격적 경쟁은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사전 타당성 조사 및 최적 후보지 선전용역’에 들어가면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과열이 감지되자 지난 4월 국토부가 광역자치단체별로 1곳만 신청하라는 방침을 정하면서 후보지가 11곳으로 줄어들었다.

 국토부는 5만 여㎡의 터에 2만 여㎡의 박물관을 지을 예정이다. 이곳에는 철도 입체 체험영상관, 철도역사 문화 전시관, 철도산업 과학기술관, 어린이 철도 테마파크 등이 들어선다.

 지자체들이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1천억 원의 국비가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물론 탈락한다고 해도 손해볼 건 없다. 유치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상징이자 훌륭한 체험ㆍ관광자원을 확보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건립 이후 인건비나 운영비 책임을 지자체가 지지 않아 아무런 재정부담이 없다.

 무리하게 대형 박물관이나 문화회관 등을 건립했다가 재정난에 허덕인 경험이 있는 자치단체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것은 없다.

 ◇ 50만 명 서명은 기본… 유치 경쟁 ‘후끈’

 청주시는 시민ㆍ사회단체 관계자 등 370여 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달 23일부터 한 달간 50만 명을 목표로 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이시종 지사가 제일 먼저 사인하면서 충북 전체가 철도박물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거리캠페인도 벌인다.

 청주시는 후보지인 오송에 무가선 트램, 철도완성차 안전시험 연구시설, 철도 종합시험선로 등이 들어서는 미래 철도 인프라가 집적되고, 경부ㆍ호남 고속철도의 분기역이라는 점을 들어 철도박물관 최적지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철도박물관이 있는 의왕시의 유치의지도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TF를 구성해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등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을 총동원해 유치 공동결의문을 채택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인원이 65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의왕시는 국내 유일의 ‘철도 특구’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1905년 경부선 개통 이래 철도 여객 및 화물수송의 거점으로서 철도관사와 철도박물관 등 철도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고, 철도 관련 기관 및 핵심시설이 집적화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전시 역시 50만 명 서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후보지인 대전 동구에서만 20만 명이 서명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박물관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대전역과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본사 등이 있다는 지리적 특성과 대전역사 증축사업과 맞물리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현 원주역사 부지를 후보지로 선정한 원주시는 기존의 철로 및 시설물을 활용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등록문화재인 원주역사의 급수탑을 비롯해 반곡역사, 우리나라 최고 높이 철교인 길아천교(백철철교), 국내 유일의 루프형 터널인 금대 2터널(또아리굴) 등과 연계하면 철도 관광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포항시는 1945년 준공된 포항역사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건축사적 의미가 높아 2013년 코레일이 철도 기념물로 지정됐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부산시는 진구 가야동의 미군 잉여재산 처리장 부지를 후보지로 정했다. 기존 철도시설 활용도가 높고 배후 도시를 갖춘 지역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창원시는 철도차량 국내 전초기지라는 점을 내세워 후보지 신청을 했다. 창원역, 창원 중앙역, 마산역 등 3개 KTX 정차역이 있고 김해공항과 인접해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연내 예정지 선정… “선정 절차 공정해야” 한목소리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사업 예정지를 확정한다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전 타당성 조사 및 최적 후보지 선전용역’을 통해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종 대규모 사업을 할 때마다 후보지를 선정한 뒤에 공정성 논란이 단골메뉴처럼 등장한다. 보이지 않는 정치 논리나 힘의 논리가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칫 후보지 확정 후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메카’를 만드는 철도박물관의 성공적인 추진의 첫걸음은 공정한 평가를 통한 예정지 선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자치단체의 관계자는 “유치전에 뛰어든 자치단체들이 대규모 서명운동 등에 나서는 것은 지역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탈락한 곳이나 후보지가 된 지역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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