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17:59 (화)
‘스승 존경회복 운동’ 시작하자
‘스승 존경회복 운동’ 시작하자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6.13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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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스승은 최고의 존경 대상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스승에 대한 예우와 존경이 무너지면서 ‘백년지대계’ 교육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과도 흡사하지만, 오늘의 스승이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을 사회의 문제로 돌린 것인지, 스승들의 탓으로 돌릴지는 쉬이 결론 내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사회가 스승을 얼마나 가벼이 보는지를 갈음할 사건이 있었다. 지난 3일 전남 흑산도 섬 초등학교 관사에서 20대 새내기 여교사가 학부형 2명이 낀 동네 주민 등 3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저녁을 먹기 위해 모 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은 여교사를 발견하고 합석해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한 뒤 술에 취한 피해자를 바래다준다며 관사에 따라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 중 한 명은 7년 전에도 성폭행을 한 증거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은 범행 도중에 서로 대화를 한 것으로 드러나 공모에 의한 범죄로 파악되고 있다. 사건이 터지자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직접 섬마을 관사를 찾아 안전실태를 점검하고 교사들의 안전에 온 힘을 쏟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 이후 일각에서는 오지 여교사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오면서 우리 사회가 스승을 존경의 대상으로 대하지 못한 참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흑산도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같은 시기에 충격적인 감사원 발표가 있었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고도 신분을 속인 경남지역 교육공무원 수가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교사였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밤 10시에서 자정 사이 술을 마신 채 차를 몰고 귀가하다가 적발됐지만 주로 자신의 신분을 ‘회사원’으로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운전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공무원이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뒤 자신의 신분을 속인 것은 동시에 두 가지 죄를 지은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모범이 돼야 할 교사라면 죄의 무게는 더 무겁다.

 도내 교육공무원들이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뒤 신분을 속인 것은 검찰을 거쳐 일사천리로 징계 대상에 오르는 것을 피해 보자는 속셈이다. 다음에 밝혀질 일이지만 당장 다가올 질책과 처벌을 모면하기 위한 신분 숨기기는 ‘양심 불량’이라 하겠다. 제때 징계를 받았더라면 당연히 불이익이 뒤따라 승진을 못 했겠지만, 이미 승진한 이들도 있을 수 있는 점은 문제다. 실제로 명예퇴직으로 징계를 모면한 예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통보자 190명 중 27명이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났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자 신분을 밝히고 징계를 받은 공무원과 같은 수위의 징계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징계시효(3년)가 지나 법적으로 징계할 수 없는 대상자도 있었다고 하니 이들에게 우리 아이들을 맡겨야 할지 의문이 간다.

 감사원으로부터 적발 공무원의 명단을 넘겨받은 경남교육청은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음주 운전에 적발되고도 신분을 속인 경남지역 교육공무원들에 대해 견책 수준의 징계를 1개월 감봉으로 대체하는 등 한 단계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이 논의하는 등 가중 처벌을 검토 중이라니 지켜볼 일이다.

 6월에 터진 두 가지 일이 스승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교사들이 무너지고, 우리 사회가 스승을 존경의 대상으로 보지 않을 때 우리 교육은 처참한 결과와 맞닥뜨린다. 그리고 백년지대계는 사라지고 암울한 미래만 우리를 기다릴 뿐이다. 교사와 사회가 함께 ‘스승 존경회복 운동’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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