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34 (금)
이젠, 경남이 걱정이다
이젠, 경남이 걱정이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6.26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가 발표된 후, 대구에서 발행되는 매일신문이 지난 22일자 1면을 전면 백지로 발행했다.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영남인의 메시지를 오롯이 담은 매일신문에 영남인 모두가 공감했다. 이것이 살아 있는 언론의 역사다.

 지난 2008년 총선 때 박근혜 의원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공천학살을 겨냥한 공감의 리더십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때문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 황당해하는 것은 경제성 등 합리적 결정이란 것에 대해 ‘기존공항의 확장이냐 신공항이냐’, ‘공약파기냐, 준수냐’는 부질없는 곁가지 논쟁보다는 ‘공약 파기가 아니라 어려운 문제지만 약속을 지켰다’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자세에 있다.

 신공항을 두고 정치권은 두 번이나 영남권 표심을 자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후 지난 2011년 백지화 선언과 함께 사과까지 한 사안이다. 이를 부산과 대구를 오가며 공약으로 되살린 것은 지난 대선 때다. 때문에 청와대는 원점회귀란 비난을 의식, ‘공약이행’을 강변할지 몰라도, 신공항 기대에 부풀었던 영남권 주민들의 실망에 비춰 성찰과 반성은 우선돼야 한다.

 사회적 논란의 불씨가 된 공약은 신공항만이 아니다. 무상보육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예산갈등을, 증세 없는 복지확대는 재정을 압박하는 등 공약파기 또는 무리한 이행을 두고 정권마다 논란이 속출했다. 때문에 모든 공약에 재원조달 방안과 타당성 검토 등 제도적 장치를 촘촘하게 할 필요성에도 눈앞의 표 때문에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다.

 당초 신공항 프로젝트는 김해공항의 협소함ㆍ안전성 해결에서 비롯됐다. 신공항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공론화된 것을 감안하면, 10년간 돌고 돌아 원위치한 셈이다. 그동안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도가 지나칠 정도로 유치경쟁을 벌인 부산은 물론, 대구ㆍ울산시와 경남북 시ㆍ도민 모두가 참담해 한다. 또 황당해한다. 김해신공항이란 것에 공감하지 않아서다.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발표에 항의하는 ‘남부권 신공항 백지화 진상규명 촉구대회’가 25일 대구에서 열렸다. “김해공항 확장은 신공항이 아니며 국가 제2관문공항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 공약파기를 사과하고 지역갈등 해소ㆍ상생 방안의 수립”을 주장했다. 또 하늘길을 열고자 하는 우리 꿈은 끝나지 않았다며 영남권 시ㆍ도민으로 검증단을 구성, 정부용역 결과를 검증하겠다는 등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영남권 숙원이었던 신공항이 백지화되고 그 대안으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것은 경남 정치권의 무기력한 대응과 안이한 인식도 한 원인이란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 가덕도와 밀양의 문제인데도 대구경북에 맡긴 채 불구경하듯 했다. 물론, 도내 시군의 이해관계에도 원인이 있다. 지지는 못할지언정 일부 시군의 반대는 도가 지나쳤다는 것에서 도민의 귀속감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하지만 부산대구 정치인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고비마다 지역민심을 결집시키고 정부를 압박, 여론을 의식하도록 한 반면, 경남 출신 국회의원들은 정부와 청와대 눈치를 보는 등 수동적이었다.

 지난 총선 때 경남에는 국회데뷔를 위해 쇼맨십을 펼친 정치신인이 넘쳐났다. ‘정치 안 한다’며 점잔 빼다가 선거유세용 점퍼를 입은 후보들, ‘멋진 정치를 하는 게 꿈’이라지만 이들의 꿈은 권력을 잡는 것이다.

 누구나 꿈꾸는 걸 비난할 수 없지만 괘씸한 건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는 것. 정치산실인 국회는 선수(選數)가 깡패라고 할 정도로 수직적이다. 50~60대 중후반을 넘긴 초선인 경우, 이력에 한 줄을 더해 호가호위(狐假虎威)할지언정 정치적인 미래권력은 기대할 게 없다. 때문인지 도민 기대와는 달랐다.

 정부는 상식과 보편타당성을 가지려면 가덕도와 밀양 한 곳을 선택했어야 옳았다. 김해공항은 10여 년 전에 소음, 안전성, 확장성 문제가 드러났다. 대규모 개발계획과 짧은 활주로, 산악지형의 안전성 등 한계를 감안할 때 차기 정권에서 신공항 논란이 재연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 같은 실정에도 경남 출신 한 초선의원은 정부의 호위무사로 나선 듯, 타 지역 의원들의 질타와는 달리, “만약 가덕도나 밀양 중 하나로 결정됐다면 후폭풍이 더 컸을 것이다”며 최적의 결정이라는 등 정부대변인 같았다. 청와대와 정부가 공약파기를 인정하라는 주장은 못할지언정, ‘날 봐 주십시오’란 메시지를 권력을 향해 전하려는 것 같아 경남도민들은 매우 안타까운 일로 치부하고 있다.

 때문에 경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선업 여파로 실업자들이 쏟아지고 타 지역보다 비싼 도시가스 요금, 경남을 팽개치듯 하려는 창원시 등 현안에도 정치권은 남 보듯 한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것에 공감, 반향을 보인 것과 같이 시대정신은 ‘공감리더십’이 요구되기에 염장 찌르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영남권은 공약을 파기한 것보다 파기한 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에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든 현재든 발언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게 역사이지 않은가. 때문에 걱정되는 것은 부산도 TK도 아닌 경남이다. 16조 원 부가창출이 기대되는 신공항 건설이 날아간 것에도 제각각의 주장만으로 설쳐대는 등 속은 텅 빈 패닉상태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