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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주도 창원시의회에 거는 기대ㆍ우려
야권 주도 창원시의회에 거는 기대ㆍ우려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6.07.03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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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창원시의회의 후반기 의장단 선거 결과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새누리당이 다수를 점하면서 독식해온 의장단 구성이 야권 주도로 바뀐 것도 그렇지만 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고도 의미있는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창원시의회 후반기 의장단은 의장ㆍ부의장ㆍ운영위원장ㆍ경제복지여성위원장 4개 자리는 무소속과 야당이, 새누리당은 기획행정ㆍ문화도시건설ㆍ환경해양농림 3개 위원장을 가져갔다. 전체 43명 의원중 새누리당이 27명으로 압도적인 것과 새누리당이 의원총회까지 열어 표단속을 한 것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의 어이없는 참패다.

 이번 의장단 선거는 새누리당 후보가 결정될 때부터 이변 연출이 예고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분위기가 뒤숭숭했고 의장이 된 김하용 의원과 야권에서도 이변을 자신했다. 의장선거는 결과도 결과지만 22대 21이라는 극적인 승부였다. 새누리당에서 6명이 이탈했다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것은 경제복지여성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선거에서도 22대 21의 스코어가 나왔다는 점이다. 당선된 두 위원장은 모두 여성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새누리당의 완패로 끝난 부의장 선거. 초선의 새누리당의원과 5선의 야당의원이 맞붙어 14대 29라는 더블스코어가 나왔다. 여기까지의 선거결과는 겉으로 보면 새누리당의 분열과 야당의 결속이 낳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결과는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오만 때문이다. 의장 후보 선출을 두고 극심했던 반목과 대립의 후유증이 초유의 야당 의장 탄생을 가능케 했다. 후보 경선결과를 승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자기들끼리 자리 다툼하느라 이적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부의장 후보로 초선의원을 내세운 것도 귀를 의심케 할만한 황당한 것이었다. 총선 참패 후 정신을 못 차리는 새누리당의 민낯을 창원시의회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한 의원의 말처럼 이게 정당인가할 정도다.

 또 하나 재미있는 대목은 문화도시건설위원장과 기획행정위원장 선거 결과. 두 선거 모두 야당 후보가 야당의원수 만큼인 16표만 얻었다. 이 두 위원회의 여야후보는 의정활동을 제대로 한 대표적인 의원들로 꼽힌다. 일 잘하는 후보에게는 새누리당이 결속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뒤집으면 후보를 잘 못 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창원시의회의 이번 의장단 선거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무기력했던 새누리당과 의회 위상에 대한 의원들의 위기감이 이런 변화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식했던 안 했던 야권이 주도하는 의회에 의원들이 이심전심으로 기대감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지역색이 옅어지고 새누리당도 야권을 지지할 수 있다는 선례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사실 새누리당 의원들 거의 전부가 공천제를 반대한다. 공천제가 자생력 있는 의정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 의장단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의회 위상 재정립을 주창한 것은 이런 인식의 표현이다.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이번 선거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럼에도 결과가 보이지 않는 의도를 거스른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의원들의 변화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가 지방의회에 바람직한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요 현안을 두고 새누리당과 야당사이에 정파적 이해대립을 보일 가능성은 여전하다. 의회 주도권을 쥔 야권이 보여줄 시 집행부에 대한 태도도 그 모습에 따라 의회와 집행부 간에는 물론 의회 내부에서도 대립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무엇보다 정파를 떠나 의회가 한목소리로 단결할 지도 관심이다. 의장단은 야권이 주도하도록 해놓고 새누리당이 뒷전에서 협조하지 않는다면 모처럼의 변화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물론 시 집행부가 달라진 대 의회관을 보여줄 지도 주목된다. 기대감과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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