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경남 출신 의원들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통영ㆍ고성)은 4년에 걸쳐 보좌진 월급에서 2억 4천400만 원을 되돌려 받아 검찰에 고발됐다. 또 박대출 의원(진주갑)ㆍ강석진 의원(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은 ‘친인척 채용’ 논란으로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의원들 중 한 명이다. 이처럼 출발부터 경남의원들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지방의원은 한술 더 뜬다. 지역일꾼은커녕 국회의원 수족 노릇을 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그 후의 처신은 딴판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도사’란 빈말일 뿐 ‘갑(甲)질을 행세하는 완장’으로 변질돼 버린 느낌이다. 이에 더해 금품수수, 사전 담합행위, 비례대표직 전ㆍ후반기 나눠 먹기 밀약 파문, 폭력사태 등 그야말로 부조리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광역과 기초,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는다. 경남도내 도 및 시ㆍ군의회가 원 구성을 둘러싸고 벌이는 추태는 조폭 수준이다. 현 지방의회의 후반기 2년의 원 구성을 놓고 벌이는 감투싸움의 볼썽사나운 짓거리는 연례행사 수준을 넘어 끝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을 망각하고, 유권자인 경남도민을 우롱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의장단 자리를 나눠 먹기 위한 ‘피의 각서’, ‘낯 뜨거운 추태’, ‘야합과 배신’, ‘나눠 먹기 담합’ 등 조폭들의 일상을 그린 소설이나 막장드라마라도 이럴 수는 없다.
담합 혈서 각서로 충격을 준 의령군의회 의장선거, 돈 선거 의혹이 불거진 김해시 의장선거, 배신의원을 출당 조치하라는 양산시의회 의장단 선거 후폭풍, 의장선거를 놓고 양분돼 식물의회로 가고 있는 사천시의회, 계파싸움으로 원 구성이 지연되고 있는 거창군의회, 돈 선거로 사법기관의 수사가 불가피한 창녕군의회 등 도내 시ㆍ군 의회마다 알짜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갈등 등 천태만상이다. ‘의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동료 의원을 매수하는 금품수수가 대표적인 불법 관행으로 되풀이되고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직, 상임위 배분을 놓고도 치열한 물밑 경쟁과 담합행위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도(道)가 지나친 갑(甲)질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의원도 부지기수다. 이것이 풀뿌리민주주의란 시군의회 현주소다. 부활 25년을 맞은 지방의회가 아직도 불신을 사고 있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조폭 뺨치는 담합 추태를 보여준 막장 드라마다. 1995년 무보수 명예직에서 출발, 2006년부터 보수와 특혜를 누리는 집단으로 행세하지만 감사 사각지대, 관광성 외유, 이권개입, 인사 청탁, 혈세 낭비 등 실상은 구린내가 풀풀 풍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세비 인상과 보좌관 도입을 요구한다. 재정자립도가 바닥인 지방 곳간을 챙겨야 할 지방의회가 제 밥그릇만 챙기려는 끝 모를 탐욕이 이어지니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온다. 일부 의원은 이권을 챙기려 하거나 군림하려는 등 집행부에 대한 견제는커녕, 호가호위하며 나댄다. 또 갑(甲)질은 날로 더해 은근슬쩍 윽박지르고 안 되면 회기 때 신상 발언을 통한 면박 주기 등 다양하다. 자질도 문제지만 탐욕도 지나치다.
여야가 2012년 대선에서 기초의원 공천 폐지를 공약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선거가 끝나자 없던 일처럼 돼 버렸다. 당초,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정당 책임정치를 실현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 대한 줄서기와 중앙정치 예속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당초, 선진국과 같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게 변질되면서부터 예견된 것이고 의장단 선거후유증도 그 폐해의 일환이다. 때문에 고비용 저효율의 지방의회를 수술할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 지방의회 폐지 여부 등 구조도 근본적 재편방안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또 날이 갈수록 악취를 더하는 지방의회에 대해 사법당국은 진상을 파악,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원들도 모든 기득권은 철저히 깨부수는 등 자정노력(自淨努力)에 앞서야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 이라지만, 그 길이 추락하는 지방의회를 되살리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