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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을 잘사는 법 <1>
2016년을 잘사는 법 <1>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7.11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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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중학교 2학년 담임인 필자의 아내가 최근 반 아이들에게 “어른이 돼서 잘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더니, 한 학생이 “선생님 사바사바만 잘하면 돼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면 어른이 돼서 잘살 수 있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질문을 던졌지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와 놀랐다고 한다.

 ‘사바사바 학생’의 대답이 필자와 아내에게는 엉뚱하게 들렸지만,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몇몇 어른들의 반응은 달랐다. 혹자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사는 지혜를 빨리 터득했다. 그 학생 어른 돼서 성공하겠다”는 반응도 있었고, “주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삐뚤어진 사회관을 형성시켰다”며 걱정하는 이도 있었고, 방송 매체와 급격히 진보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 책임을 돌리는 어른도 있었다.

 ‘사바사바 학생’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 또한 우리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듯해 아쉽고, 황금만능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함께 비뚤어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분명 ‘사바사바 학생’은 제대로 된 실력과 스펙을 쌓기보다 힘 있는 자에 빌붙어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을 보았거나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었으리라 여겨진다.

 돈만 좇아 사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이 올바른 성장을 못 한다면 우리 사회의 장래는 어둡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데 재앙과 같은 부귀를 쫓는 어른들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미래세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겠지만, 2016년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통해 잘못된 인성을 형성해 가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그 잘못 배우는 속도가 LTE 급 세상만큼이나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움의 대상인 결손가정 아이들을 갈취한 조폭이 검거된 뉴스 또한 빠른 속도로 망가져 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줘 입맛이 쓰다.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김해시의 한 전통시장에 배달대행업체를 차린 뒤 고교생 9명으로부터 지각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조폭 4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오전 4시까지 배달을 시키고 이를 견디지 못한 학생들이 잠적하면 사무실로 끌고 가 ‘차로 박아버리겠다’며 협박하고 둔기로 전신을 무차별 폭행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법적 대응이 어려운 결손 가정 청소년을 선별해 일을 시키고 3천여만 원의 임금을 가로챘다고 한다. 범행으로 얻은 돈은 조직 세력 확장과 유흥비 등에 썼다고 하니 놀랍다.

 20대 청년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폭행과 임금을 갈취할 생각은 분명 어른들에게 배웠으리라.

 인간 대다수는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 어쩌면 이것은 자연의 법칙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해야 당장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 인간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약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는 인간이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닌 더불어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다 같이 강해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한 자가 계속 강해지고 약한 자가 계속 약해진다면 사회의 균형은 깨지고 분열, 결국 무너지고 자신의 생존 자체도 힘들어질 수 있다. 우리는 지금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강한 자에게 강해지고 약한 자에게 약해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 이유와 함께.

 아울러 덕이 없는 부귀는 재앙을 부른다는 진리도 깨우쳐 줘야 한다. 有德而富貴者, 無德而富貴者,乘富貴之勢以殘身(덕을 갖추고 부귀한 이는 부귀의 권세를 이용해 세상을 이롭게 하지만, 덕이 없이 부귀한 사람은 부귀의 권세에 올라타 제 몸을 망친다)는 송나라 호굉(胡宏)의 말이 2016년을 잘살아가도록 알려주는 듯해 귓전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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