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1:50 (토)
이상한 대한민국 이대로 둘 건가
이상한 대한민국 이대로 둘 건가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6.07.17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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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진경준 게이트와 조선 3사에 이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 사드 배치 논란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보여주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앞의 두 가지는 힘 있는 기득권층의 무한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나머지 하나는 지역과 계층을 불문한 전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이 있을 뿐이다.

 검사라는 힘 있는 사람이 돈을 밝히면 그 사회는 썩을 수밖에 없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돈과 결탁하면 그 사회가 정의로울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벤츠 검사 등 온갖 검사가 등장한 법조계의 타락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해도 상습적으로 뒤를 봐주고 돈과 이권을 챙긴 진경준 경우는 검사를 넘어 우리 사회의 힘 있는 집단의 타락이 어느 정도까지인지 짐작케 한다. 이런 힘 있는 집단의 타락은 홍만표ㆍ최유정 변호사에 이어 일개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개 돼지’ 발언과 ‘신분제 공고화’발언에서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대기업 거대 노조의 파업 위협도 힘 있는 집단의 무한이기주의를 보여준다. 이번 파업은 일자리 불안을 넘어 회사가 어려워도 우리는 고통을 나눌 의사가 없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공적자금을 들여서라도 철밥통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욕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경기가 좋을 때 하청근로자의 희생 위에서 억대에 가까운 높은 연봉과 온갖 혜택을 받아온 기득권 계층이다. 오늘날 비정규직의 고통은 상당 부분 귀족화한 이들 거대노조에 책임이 있다. 우리는 이들이 비정규직의 몫을 빼앗아 배를 불리며 일자리 세습을 꾀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에서는 그토록 서로 가져가려고 싸우더니 사드는 죽어도 안 된다는 것도 시쳇말로 어이없다. 안전수칙만 지키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 정도로 안전하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이들에게는 국가안보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내 이익, 내 마당을 지키겠다는 욕심만이 있을 뿐이다. 나한테 이익이 되는 것만 챙기고 안보는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이다. 남이 전염병에 걸리면 마스크를 쓰다가도 내가 전염병에 걸리면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공공 인식 부재를 드러낸다. 문제를 제기하고 싸우는 방식도 너무나 공격적이고 조잡하고 저급하다.

 우리나라에 불어닥치고 있는 이런 천박한 자본주의적 광풍은 경제위기보다 더 심각하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오는 법이다. 권력을 부를 챙기는 수단으로 삼고, 노조는 노조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똘똘 뭉쳐 남이야 어찌 되든 국가가 어찌 되든 내 것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남의 정당한 권리를 강탈하는 범죄행위인 전관예우에 눈을 감고, 기득권세력으로 변질되면서 경제질서를 왜곡하는 주범인 대기업노조를 그대로 보고만 있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배출가스 조작으로 세계시장에서 퇴출위기에 몰린 폴크스바겐이 값을 내려주자 너도나도 구매대열에 줄을 서는 어이없는 코미디를 연출하는 것도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그런데 기가 막히는 것은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가 터질 때 잠시 개탄만 하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덮어버린다. 지금이라도 환부를 도려내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무너진 법조정의를 바로 세우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비정규직의 고혈을 짜내는 것도 서슴지 않는 대기업 노조의 횡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경제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시민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더 급하다. 아무리 표를 먹고 사는 것이 정치권이라지만 이런 나라 꼴을 그대로 둘 건지 묻고 싶다. 필요하다면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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