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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의회 의장 돈 선거 단상(斷想)
김해시의회 의장 돈 선거 단상(斷想)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7.18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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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의장 당선자가 500만 원을 박모 시의원에게 주면서 김모 시의원에게 전달해달라 부탁했고, 박 의원은 지역 인터넷 언론사 박모 사장에게 300만 원을 건네면서 김 의원에게 주라 했다. 이에 박 사장은 200만 원을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 ‘김해시의회 의장선거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사에 착수한 경찰이 입수한 첩보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의장 당선자는 500만 원을 준 것이 아니라 박 의원에게 천 만 원을 줬을 공산이 크다. 같은 시의원인데 김 의원에게만 500만 원을 주라고 시키지는 않았으리라. 이 대목에서 재미난 것은 500만 원이 300만 원으로 300이 200으로 전달 과정에서 돈이 잘려나간 점이다. 중간 전달자 모두가 배달료를 챙긴 것인가?

 ‘운전기사ㆍ의전 등 단체장에 버금 하는 대우와 권한’ 최근 김해시의회를 비롯해 부의장이 구속된 창녕군의회 등 도내 다수의 지방의회를 강타한 ‘의장단 선거 금품 수수 의혹’을 두고 이들이 의장에 목메는 이유를 이렇게 가늠들을 한다.

 최근 불거진 의장선거 금품 살포 의혹을 접하면서 오래 묵은 일이 떠올랐다. 이름하여 ‘삼겹사꾸라’ 지난 2008년 6월 김해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무렵 세 명 후보 모두에게 돈을 받은 의혹을 받은 시의원이 당시 동료들 사이에 이렇게 회자됐다. 의장선거에 낙선한 모 후보가 그를 불러세웠고 고성이 오고 갔다. 돈은 돌려받았고 해당 시의원에게는 ‘삼겹사꾸라’라는 낙인이 찍혔다.

 삼겹 의원은 2010년 김맹곤 시장 당선 후 부인이 주주로 참여한 산업단지 승인을 위해 경사도 조례개정에서 같은 당 동료 의원 두 명과 함께 상대당에 동조하면서, 지역 정가에 ‘배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영원히(?) 정계를 떠났다.

 ‘삼겹사꾸라사건’이 터질 무렵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당시 의장으로 당선된 김모 씨가 동료의원들에 500만 원을 건네면서 낙선될 경우를 대비해 차용증을 받았는데, 김씨의 아들이 운영하는 주유소 2층 사무실에 차용증이 보관 중이었고, 차용증 묶음이 옮겨질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수사관들이 주유소에 잠복했다. 잠복 중에 차용증 이동이 없어 허탕을 쳤지만, 주유소에서 가짜 기름을 파는 현장을 목격. 이 주유소는 벌금과 함께 영업정지를 당해야 했다.

 다시 2016년 김해시의회 의장 금품 사건으로 돌아가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몇 가지있다. 우선 “평소에도 돈거래가 있었고 빌려줬다. 차용증도 있다”는 피의자들의 진술이다. 문제는 차용증이 돈이 건너간 다음날에 작성됐다는 점이다. 돈을 빌려준 다음 날 차용증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을 함께 작성하거나 차용증을 받고 계좌로 송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장 선거를 위한 부정한 돈이었고, 문제가 불거지자 사후 증거 인멸을 위해 차용증을 작성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새누리당 동료의원들이 모여 사전에 의장 후보를 정할 경선을 실시한 대목이다. 경선을 통해 의장 후보로 선출된 사람은 전반기 의장을 지낸 배모 의원이었다. 그런데 김모 의장이 본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미 당내 경선 결과에 불복하기로 했고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의구심은 금품을 살포한 혐의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돈의 근원지에 대한 소문이다. 당선자가 의원들에게 살포한 돈의 출처에 대한 분분한 의견이 오히려 금품수수 의혹보다 흥미거리다. 단체장에 버금가는 권한을 행사하게 될 의장 후보에게 보험을 든 사람 또는 기업이 있었다고 가정하면 그는 분명 의장 선거 후에 취할 부분이 있었으리라. 그것은 어려운 인허가로 좁혀진다. 산업단지 인허가 비리로 줄줄이 교도소로 끌려간 김해시 공무원과 정치권 인사들이 이번 사건의 개연성을 증폭해주고 있다.

 대형 아파트 인허가, 대규모 택지개발, 관급공사 등으로 좁혀가면 2~3개 기업으로 압축이 가능해진다. 과연 김해시의회 의장선거 때 돈이 뿌려졌을까? 뿌려졌다면 그 돈의 출발지는 은행 말고 어디일까? 그동안 수차례 김해시의회 의장선거 때 마다 금품 살포 의혹을 규명해 내지 못했던 사법기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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