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7:46 (토)
다시 생각나는 피노키오 증후군
다시 생각나는 피노키오 증후군
  • 허균 기자
  • 승인 2016.07.19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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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제2사회 부장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이야기는 어렸을 적 누구라도 한 번 이상은 듣거나 읽은 동화다. 몇 년 전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 환자가 방송기자가 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있었다. 지금은 국민 여배우가 되어 버린 박신혜와 한류 배우 반열에 오른 이종석 등이 출현했었다. 박신혜와 이종석은 당시에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배우였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박신혜가 앓고 있는 병은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병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피노키오 증후군은 거짓말을 하면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딸꾹질 증세를 보인다. 43명 중 1명꼴로 나타나며 선천적인 증후군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전화나 문자로 거짓말을 해도 딸꾹질을 하고 딸꾹질은 그 거짓말을 바로 잡아야만 멈춘다. 사소한 거짓말로 인한 딸꾹질은 바로잡지 않아도 오래지 않아 저절로 멈추지만 양심에 반하는 큰 거짓말로 인한 딸꾹질은 그 거짓부렁을 바로잡을 때까지 계속된다. 드라마는 증후군을 앓고 있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주인공이 기자가 되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가는 이 드라마는 통해 진실보도를 원칙으로 하는 기자의 거짓말이 대중의 눈을 멀게 할 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언론사, 즉 기자의 의중에 따라 중요도에 상관없이 각양각색의 기사들이 재배치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권력형 비리가 터지려 하면, 사소한 가십거리에 그칠 수 있는 기사거리를 부풀려 보도해 국민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쏠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피노키오 외에도 권력형 비리를 언론의 힘으로 덮거나, 혹은 더 크게 키우려는 내용은 드라마나 영화상에 재벌가들의 이야기만큼이나 자주 등장한다. 인기리에 종영됐던 ‘펀치’가 있었고, 지난해에는 ‘내부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성인 관람용이었지만 1천만 명 관중을 동원한 영화도 있었다.

 도내 일간지 중 하나인 본지의 데스크들만이 쓸 수 있는 이시각 코너에 글을 만들면서 왜 시시콜콜한 드라마ㆍ영화 얘기를 길게 늘어뜨리느냐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시대의 권력자들의 잘못된 이야기가 지금까지 나왔던 드라마나 영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의 한 간부가 사석이었지만 기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민중은 개ㆍ돼지’라는 표현을 해 국민적 반감을 샀다. ‘민중은 개ㆍ돼지’라는 표현은 앞에서 언급됐던 영화 ‘내부자들’에서 한 배우가 내뱉었던 대사 중 하나다. ‘민중은 개ㆍ돼지’라는 표현이 영화 대사가 권력자의 입으로 옮겨간 것인지, 권력자의 입에서 먼저 나왔던 대사가 영화로 옮겨간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개ㆍ돼지 중 하나인 민중에 포함된 필자는 이 같은 뉴스를 접하며 참으로 씁쓸함을 느꼈다.

 오래된 기억을 뒤적이지 않아도 권력형 비리를 다룬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현실로 옮겨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의도된 일은 아니겠지만 사람 잡는 가습기 세정제 옥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에 한류스타 박유천과 관련된 성폭행 사건이 터졌다. 박유천이 성폭행을 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관심은 애초부터 없었지만 박유천 사건은 1천억 원 이상을 날린 방위사업청 이야기와 가스ㆍ전기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한 건 맞다. 박유천으로는 약했는지 보이지 않는 권력의손(?)은 홍상수 감독과 여배우 김민희의 스캔들을 세상에 공개하기도 했다.

 경북 성주에 들어설 예정인 사드시설과 관련된 논쟁이 한참인 지금, 배우 이진욱의 성폭행 사건이 터졌다. 연예가 뉴스에 그쳐도 될법한 이진욱 뉴스가 생각보다 더 전진 배치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만약,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 이진욱보다 이미지와 인지도에서 더 좋고 더 높은 연예인의 어처구니없는 사생활이 까발려져 기사화된다면 필자가 느끼는 의심은 더욱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필자가 느끼는 이 의심이 말도 안 되는 한낱 음모론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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