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3:50 (금)
“흙과 대화하며 행복한 세상 꿈꾸죠”
“흙과 대화하며 행복한 세상 꿈꾸죠”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7.28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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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도예 탁원대 김해 진례서 요 운영
전통 넘어 ‘새 것’ 추구 “도예촌 조성됐으면”
▲ 탁 사기장의 대표작품인 ‘분청 양각 산수문 매병’. 전통적인 매병의 형태에 백토(화장토)로 분장한 후 양각 기법으로 한국적 서정의 산수를 담았다.
 우림도예(김해시 진례면 서부로 476번길 24)는 작은 동산에 있다. 담벼락 없는 마당 왼쪽에는 20년 이상 자란 멀구슬나무가 집을 지키고 있다. 5월에 꽃이 피고 9월에 황색으로 익으며 겨울에도 열매가 달려있는 멀구슬나무는 즙을 내 농사용 살충제로 사용된다. 다산 정약용의 시에도 등장할 만큼 선조들의 생활과 함께한 멀구슬나무가 우림도예와 함께하고 있다. 탁원대 사기장은 경북 영양의 산촌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모든 책의 빈 공간은 그림으로 낙서를 하곤 했다. 첩첩산중이 열린 하늘길을 동경하면서 구름 속에 묻힌 무릉도원 같은 세상을 꿈꿨다.

 그림을 좋아했던 탁 사기장은 학창시절 TV에서 ‘청자 장인 해강 유근형’을 보고 막연히 저 일을 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에서 감흥을 느꼈다.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 하고 싶고 감동을 주고 싶었다. 서양화의 화려함이 아닌 한국미술이 가지고 있는 ‘여백의 미’를 살려 자신의 작품을 승화시키려고 했다. 탁 사기장은 천년 동안 갈 수 있는 도자기 그림에 매력을 느껴, 도자기 매장에 불쑥 들어가서 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것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오해를 산 적도 있었다고 한다. 도자기에 입문하고 1999년 우림도예를 설립하기까지 전통도예 전문 문양사로 일을 하면서 도자기의 문양, 형태, 질감, 시대적인 환경을 아우르는 감동적인 무언가를 추구하려고 하였고 이는 탁 사기장의 작품에 온전히 녹아 있다.

 요장이름 우림(又林)은 끝없는 자연이라는 뜻이다. 나무와 숲을 좋아해서 우림이라 하였는데 언젠가 사기장도 우림의 한 일부가 될 것이다. 우림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영원한 친구다. 전통계승 차원에서 그 시대의 작품을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대가 바라는 작품성을 찾고, 그 작품에 혼을 불어 넣어 만든 작품이 또 다른 전통계승의 맥을 보전할 것이다. 탁 사기장은 전통은 상징적인 의미로 두면서 체질개선을 하려고 한다. 현대미술, 조각, 건축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고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역시 먹고 사는 문제다. 상업성과 작품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고 어느 쪽도 게을리할 수 없다는 부담감이다. 단점과 부족함이 많다고 언제나 자신을 낮추는 탁 사기장은 도자기와 세상과의 아름답고 귀하고 편리한 만남을 그리고 있다. 현대인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을 도자기와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을 위해 오늘도 흙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탁 사기장은 작품의 화룡점정을 문양에 두고 있다. 미적 표현의 3요소인 형태, 색채, 문양 가운데 하나인 문양은 시각적인 대상으로 미적 완성도가 가장 뚜렷하게 반영된 것이다. 문양은 인간의 욕구를 특정 형태로 나타내는 것으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인 상징화의 능력에 기초하면서, 모든 예술이 그렇듯 자연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 “전통을 토대로 한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탁원대 사기장이 도자기에 그림을 새기고 있다.
 그에게 도자기는 삶이요, 꿈이며, 친구이자, 동반자다. 어쩌면 이 땅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살아 왔음을 증명했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천년을 살고도 하루를 산 것 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그의 또 다른 모습이다.

 탁 사기장의 부인 장현숙 씨는 처음에는 작품에 문외한이라 남편의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자신은 작품의 흉내도 못 내면서 단점만 보았는지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장현숙 씨는 인생의 동반자에서 탁 사기장 작품의 조력자가 돼 사기장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한결같은 ‘미켈란젤로 콤플렉스’를 대변하고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완벽한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비록 남들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작은 흠이라도 허락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흙과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려고 한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고 여기서 ‘나’는 누구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억조창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신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다르고 또 다른 나만의 인간을 빚어 세상에 보낼 것이다. 장현숙 씨는 남편 작품의 전 과정을 기록하려고 한다. 먼 훗날 누군가 흔적을 찾다가 깨알같이 기록된 작품의 레시피에서 작가와 대화를 상상하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

 오늘날 콘크리트 숲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흙과 도자기는 힐링의 좋은 소재가 된다. 따라서 도예인들의 숙원사업인 김해도예촌이 조성되면, 도예인들뿐만 아니라 김해시의 유망한 미래 볼거리 체험거리의 매력있는 관광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은 분명하다.

▲ 제자(題字): 환빛 이병도(캘리그라퍼ㆍ서예가)
 ◆경력ㆍ수상ㆍ전시ㆍ저서

 대한민국 분청도자대전 대상

 김해 공예대전 대상-김해시 관광기념품 전국 공

 모전 대상 2회

 경남 분청도예작가 초대전

 동경 기프트쇼 참가(Big Sight 전시)

 경남 메세나 선정작가

 경남 찻사발 초대 공모전 초대작가

 한국 미술 대상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분청도자대전운영 부위원장

 사단법인 김해도예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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