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5:09 (토)
쓰레기와 쓰레기님
쓰레기와 쓰레기님
  • 허동선
  • 승인 2016.07.28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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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동선 (사) 경남도농공동체활성화네트워크 이사장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에 보면 ‘한 여자가 쓰레기로 전락돼가는…’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박학다식하고 존경받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사람도 특정한 상태로 전락하면 쓰레기가 된다고 보는 문구이다. 실제 우리 주위에는 어떤 사람을 두고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고 타박하거나 심하게 말해 쓰레기 같은 속물이라며 욕설을 주고받기도 한다.

 요즘 경남도 정가에는 쓰레기 논란이 거세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모 도의원에게 ‘쓰레기’ 막말을 했다고 논란이 일고 검찰이 이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홍 지사로부터 ‘쓰레기’ 운운하는 발언을 들었다는 모 의원은 홍 지사를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고, 홍 지사 측 정장수 비서실장은 이 의원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4차례 고발했다.

 보통 사람들은 절제되고 주위를 살피며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되는데 비해 특정인에게는 별도의 행동강령이 부가돼 행동을 더 규율하고 있다.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교사, 공인된 전문가 등은 공인으로서 사회적 지도자로서 엄한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교사가 수업은 하지 않고 교실 밖에서 단식을 하며 개인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에 몰두하면서 요구되는 본연의 일을 도외시한다면 박경리 선생은 이를 ‘쓰레기’로 지적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선생은 “저 쓰레기 같은 교사를 치워버리자”라고 하지 않았을까! 공무원이든 국회의원이든 전문가이든 누구든 간에 법과 사회가 요구하는 직분에 충실하지 않고 이에 동떨어진 일탈행위를 지속한다면 박경리 선생이 말한 ‘쓰레기’가 되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 쓰레기보다도 못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쓰레기 같은 행동을 하면서 쓰레기라는 말을 들었다고 얼굴을 붉히는 작태도 꼴불견이다. 실제 자신은 상대방을 거스르는 행동을 막무가내로 하면서, 그 행동을 꼬집은 말 한마디에 상대를 몰아붙이는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도의원의 경우 지방자치법에 ‘공익의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행동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작금 일어나고 있는 경남도 모 도의원의 도의회 정문 앞에서의 행동과 손피켓의 내용을 보면 법을 무시한 막된 짓뿐만 아니라, 도를 넘어 도민을 혼란토록 만들고, 심지어 도민을 깔아뭉개려 하고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쓰레기’에 대한 해석 가운데 ‘타락하거나 부패해 쓰지 못 할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 누구든 형편없이 행동하면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여자와 같이 쓰레기로 전락되는 것이다.

 모 도의원의 피켓 내용, 의회주의 방기, 도의회 정문에서 퍼질고 앉은 모습은 네이버 국어사전에 비춰 보면 ‘쓰레기’가 된다. 누구나 이런 상태에 놓이면 쓰레기가 되고 손가락질받아 마땅하다. 쓰레기를 지적하는 자가 도지사이든, 도민 누구이든 그 지적의 대상이 지체 높으신 분이라고 해도 ‘쓰레기’라고 지칭하는 것 외는 다른 표현이 또 있겠는가?

 사람은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눈에 있는 티끌은 더 잘 본다. 사람은 상대의 말 한마디를 잡아 꼬투리를 잡기 전에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특히 공인의 입장에서 특정인을 몰아붙이는 행동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어설픈 행동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려 하거나 말 한마디를 걸고넘어져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려는 모습에서 묘한 연민의 정을 느낀다.

 도민의 지적에 앞서 모든 도의원 각자가 품위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고, 경남도 도의회에는 앞으로 이런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모 도의원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문책하고, 도의회에서 벌어진 쓰레기 같은 작태가 경남도 시ㆍ군 전역으로 떠다니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도의회의 대책 수립을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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