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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곤 시장님, 음서제 철폐 바랍니다
허성곤 시장님, 음서제 철폐 바랍니다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8.01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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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2016년의 한국은 신분제 사회인가?’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을까? 왕조가 타파된 조선 시대 이후 양반과 평민, 천민의 구분이 사라졌지만, 한국의 근대사회는 식량의 근간인 농지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지주와 소작인으로 양분됐다. 이어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된 현대는 급여를 주는 자와 받는 자로 변한다.

 이런 신분계급은 오늘에 와서 월세를 받는 자와 내는 자로 구분 지어졌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인이 매월 지급하는 부동산 임대료는 소득의 5분의 1에 해당하며, 향후 2030년에는 소득의 절반을 월세로 내야 한다고 한다. 임대소득을 늘리기 위해 혈안인 자본가들의 노력(?)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전망이다.

 한국의 신분사회 변화 과정에 빼놓을 수 없는 제도가 있다. 최근 로스쿨 존폐를 놓고 ‘현대판 음서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완전한 평등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가 많이 남았음을 의미한다.

 ‘음서제(蔭敍制)’는 고려ㆍ조선 때 공신 또는 현직 당상관의 자손이나 친척을 과거에 의하지 않고 관리로 채용하는 제도로, 신라 때부터 국가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손을 서용하던 사례는 볼 수 있지만, 이것이 제도로서 확립된 것은 고려 성종 때이며, 이는 고려 일대에 걸쳐 시행되고 조선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최근 교육부가 로스쿨 부정입학 실태를 발표한 뒤로 로스쿨이 법학계의 금수저, ‘현대판 음서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등록금이 연평균 1천500만 원이고 심지어 일부 사립대 로스쿨 같은 경우에는 2천만 원에 달한다. 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금액이고 특히 입시 절차가 상당히 불투명하다 보니 고위층, 기득권층에게 유리한 구조로 돼 있다. 그러다 보니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어렵고 또 가진 자에게는 너무 쉬운 제도다. 그래서 ‘현대판 음서제’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서얼제도(庶孼制度)는 음서제와 반대로 부모의 불리한 신분이 자식에게 이어지는 제도다. 부모의 신분에 의해 자식이 불이익을 당하는 제도는 서얼제에 이어 연좌제(連坐制)가 있다. 연좌제는 1894년 갑오개혁 때 폐지됐나 공식ㆍ비공식으로 통용돼 오다가 1980년 8월 1일 헌법을 통해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하지만 사관학교와 국정원 등에서는 아직도 월북가족이나, 북한이 고향인 후손들에게 암암리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직 평등사회로 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획을 긋는 도시가 있다. 음서제가 존재하고 있는 김해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김해시 출자기관인 김해시도시개발공사, 김해문화의 전당, 부산김해경전철 등에 유력 정치인과 공무원 등의 자녀들이 대거 취업한 것을 두고 형평성을 중심으로 말들이 많다. 김맹곤 전 시장 재임 기간 시의원의 자녀가 경전철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경력서를 위조해 제출했지만, 정치적인 힘의 논리로 묻혔다는 이야기는 지역사회에 회자한 지 오래다. 국민권익위에 진정이 접수되고 사법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결과를 들었다는 이는 아직 없다.

 김해시는 십수 년 전부터 개발공사와 문화의 전당이 시의원 자녀들의 직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설립됐다고 할 정도로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자녀들이 대거 채용됐다. 심지어 모 시의원 자녀는 문화의 전당에서 정직원 1명을 채용하는데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명문대 출신이 30여 명이 몰렸지만, 전문대 학벌을 갖고 당당히 합격한 적도 있었다.

 김해시 출자기관 곳곳에 광범위하게 포진한 지역 유지들의 자녀와 친인척들로 인해 김해시는 음서제가 존재하는 전국 유일 지자체로 등극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김해시 곳곳, 신의 직장에 다니는 토호세력 자녀들을 축출하고 평등사회로 돌리는 일을 맡아 해결할 분이 나타났다. 누구보다 바른 생각을 가진 허성곤 김해시장님께 당부드린다. “허성곤 시장님, 김해시에 남은 음서제를 철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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