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52 (금)
‘맑게 사는 법’을…
‘맑게 사는 법’을…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8.07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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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부정청탁과 접대 관행이 칼날 위에 섰다. 이 때문인지, ‘영란’이 오기 전에 후딱 처리하란 말이 심심찮게 나돈다.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앞서 식사, 골프 등 일정을 처리하란 것에서 회자된다. 접대문화의 대변혁에도 불구하고 역류하다 모델케이스로 당할까 봐, 시행 전에 해결하라는 우스갯소리다.

 김영란법은 식사(3만 원), 선물(5만 원), 경조사비(10만 원)의 상한선과 부정청탁 등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 관행을 척결하기 위한 특단의 제도적 장치다. 또 식사비용이 3만 원 이하라도 반복될 경우, 메스가 가해지는 등 부패와의 전쟁을 국민적 차원에서 전개하는 시작점이다.

 이에 더해 금품수수가 없더라도 “한 번 알아봐 달라”는 등 관행상 일상적으로 처리해 준 경우도 청탁으로 분류돼 모두 불법이 된다. 사실상 공공부문 전 분야에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이뤄지던 모든 청탁에 대한 국민의 명령, 금지령이 발동되는 것이다.

 한때 폐수문제로 논란이 일자, 방출되는 폐수에 잉어 등을 키워 깨끗함을 홍보한 산업체가 다수였다. 하지만 꼼수다. 1급수는 맑아 고기가 살 수 없고 2급수는 피라미 등이, 잉어, 붕어 등의 서식환경은 3급수란 점에서다. 적당한 게 통하지 않는 시대라면, 식사비와 선물 상한액을 높이자는 의견은 옳지 않다. 요리조리 빠진 국회에서 요란을 떠는 분위기 그 자체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일반 서민들에게는 한 끼에 3만 원이라는 식사비용과 선물 5만 원이 적은 게 아닌데 그걸 놓고 논란이란 사실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또 접대문화가 바뀌었다지만, 우리 주위를 맴돌고 1차, 2차로 이어진 음주 때문에 절벽으로 떨어진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때문에 식사는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 부조는 10만 원이 일상화돼야 하고 제3자를 통한 부탁(청탁)은 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아야 한다.

 다소 간의 논란도 있지만 이해당사자들의 행동 패턴이 바뀌면 반향은 전 국민들도 받기 마련이다. 근현대사의 적폐를 도려내는 투명한 변화의 도래가 시대정신이라면,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될 뿐이다. 그 첫걸음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내 몫은 내가 지불하는 더치페이가 ‘답’이다. 자신이 먹은 비용을 자기가 부담하면 1만 원어치든 5만 원어치든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더치페이는 쪼잔하고 정 없는 문화를 상징하는 것처럼 치부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체면과 권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그간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지만 김영란법을 계기로 이런 분위기를 바꿔 공직자와 언론인 등 김영란법 대상자는 물론, 모두가 자연스레 더치페이 문화를 받아들이고 우리 사회에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김영란법은 관행을 빌미로 행한 이해당사자들에게 한동안 괴롭고 불편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세상이 맑아지게 된다면, 충분히 강제할 가치가 있다. 김영란법의 규율 대상은 공무원ㆍ교원ㆍ언론인(‘공직자 등’) 200만 명과 배우자까지 포함해 약 4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공공성만 놓고 보면 언론보다 의료, 법률, 금융 등이 훨씬 강한데 언론만 적용 대상에 넣은 것은 평등성 위반이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지만 부정청탁을 막고 청렴사회를 만드는데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 때문에 금품 수수ㆍ향응, 부정청탁 개연성이 가장 높은 국회의원 등 정치인도 이 법의 적용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내 A의원 등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업청탁 문자를 주고받고도 넉살을 피워 비난을 산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 뇌물수수 등으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것만 11차례나 된다. 이런 마당에 ‘민원’이란 포장으로 부정청탁 적용대상에서 빠진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처사다.

 부정청탁의 14가지 유형을 적시하고는 정작 ‘선출직 공직자, 정당 등이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금지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모두의 손발을 묶고 300명 국회의원은 뒷문을 열어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회의원에게 입법ㆍ예산 확정권한을 부여했지만 민원청탁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당초 법 제정 취지에 따라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을 되살려야 한다. 때문에 ‘김영란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법의 적용에는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부패여 안녕…’을 위해서는 누굴 통해 청탁하는 관행을 버리고 법령과 기준에 따라 권리규제 및 민원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청탁이란 게 돈이 오가는 것이 아닌, 개입도 처벌되기 때문에 청탁의 불법화는 공직자들에겐 청탁단절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학연 혈연 지연에 얽혀 청탁을 거절하지 못한 경우 되레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튼 ‘김영란법’이 원하는 ‘맑은 물’에서 살려면 ‘청탁은 NO, 식사비는 더치페이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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