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1:56 (수)
자원봉사, 또 다른 봉사 씨앗
자원봉사, 또 다른 봉사 씨앗
  • 한중기
  • 승인 2016.08.16 2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중기 한국인성교육협회 교육위원
회원과 9년째 여름마다 집수리
다양한 직업군 힘모아 작은 기적
인성교육 첫걸음, 시작해야

 초등학교 4학년 세희는 정말 의미 있고, 신나는 광복절 연휴를 보냈다. 하루는 아빠랑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나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또 하루는 봉사활동을 했던 사람들과 함께 바닷가에 가서 자원봉사 나온 오빠 언니들이 온 종일 공짜로 태워 준 제트스키를 즐기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짜릿한 시간을 보냈다. 첫 하루는 남을 위해 보냈고, 또 하루는 남의 도움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셈이다. 모르긴 해도 세희의 일기장은 기쁨과 긍정의 글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을 게 분명하다. 지난 주말과 일요일을 함께 보냈던 한 후배의 둘째 딸 이야기다.

 몸담고 있는 국제 봉사단체 회원들과 9년 째 여름마다 집수리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올해는 가화강이 내려다보이는 농촌마을에서 홀로 사는 한 할머니의 집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봉사활동을 3주 동안 진행해 광복절 연휴 첫날인 지난 주말 가족봉사활동으로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른 아침부터 폭염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무더위가 절정을 이뤘지만,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힘 모아 ‘희망의 집 9호’를 탄생시켰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앉아서 사용할 수 있는 싱크대가 즉석에서 만들어 졌고, 수세식 화장실도 숙련된 솜씨로 번듯하게 들어섰고, 농촌마을의 필수품인다용도 평상도 뚝딱하니 만들어졌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참여하다 보니 그렇게 어렵게 보였던 일들이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각기 다른 다양한 직업적 특성을 살려 대부분 재능기부와 물품기부 형식으로 진행됐다. 변변한 주특기가 없는 필자로선 허드렛일 전담이지만 나름 뿌듯함을 맛 본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원봉사가 자원봉사를 낳는다’는 사실을 실제 확인한 것은 또 다른 기쁨이었다. 이날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한 학생들의 봉사정신을 전해들은 창원의 한 제트스키 동호인들이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제트스키 체험 봉사를 자청했다. 자원봉사가 또 다른 자원봉사를 불러일으키는 작은 기적을 보여준 것이다. 고성 앞 바다를 출발한 제트스키 4대, 모터보트 1대가 편대를 이루어 삼천포 신수도 앞 바다에 출현하자 아이들은 열광 했다. 다양한 제트스키 체험을 통해 해양레포츠의 묘미와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자원봉사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실감했다. “나의 작은 자원봉사가 또 다른 봉사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나의 작은 소명이라 생각하고 ‘티 나지 않는’ 자원봉사 교육을 했던 것도 보람으로 기억된다.

 자원봉사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주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현대 사회의 필수항목이 됐다. 국어나 영어 수학처럼 자원봉사교육도 학교 교육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최근의 자원봉사 트랜드는 매우 다양화 되고 있다. 불우 이웃돕기나 양로원 방문 같은 전통적인 자원봉사에서 재능 기부는 물론 5분에서 2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을 활용해서 큰 영향력과 높은 효율성을 발휘하는 마이크로자원봉사, 기업별로 특성화되고 지속가능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공유가치경영(CVS), 베이비부머의 전문성과 역량을 활용한 자원봉사활동, 자신의 적성과 관심에 맞는 창의적 자원봉사 등 자원봉사는 이제 소중한 사회적 자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원봉사가 문화화 됐을 때 보다 강력하고 보편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거대한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자원봉사를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이웃의 소중함을 느끼며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면서 올바른 인성을 갖추게 된다는 점이다. 별도의 인성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자원봉사 그 자체가 인성교육 기능을 하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인성교육의 첫 걸음이 자원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만의 이유가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가장 큰 죄는 ‘삶의 이유’를 모르는 것이라 했다. 자원봉사는 어쩌면 삶의 이유를 찾는 일일지도 모른다.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위해 자원봉사를 해 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