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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와 박원순 설전의 교훈
2016년 08월 21일 (일)
박재근 기자 jkpark@kndaily.com
   
▲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서울은 만원이다’는 1960년대 중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시골에서 상경한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운 삶을 그린 소설이다. 넓은 서울도 삼백팔십만이 살아보면 여간 좁은 곳이 아니다.

 일자리는 없고 사람들은 입만 까지고 약아지고 당국은 욕사발이나 먹으며 낑낑거리고 신문은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본문 중에서) 산업화를 향해 치닫는 서울을 배경으로 소외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보고서였다. 하지만 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공룡인 서울공화국은 균형발전은커녕, 지방(촌놈)이야 다음에 또는 넘치면 흘러간다는 ‘돌비현상’을 강조할 뿐이다.

 때문에 꿈을 그리며 무작정 상경한 그때나, 스펙 또는 출세를 위해 IN서울에 목을 매는 지금이나 소외된 삶은 하등 다를 게 없다. 이에다 국가명운이 걸린 청년문제를 서울시만 해결하려는 듯, 지급하는 ‘청년수당’을 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야 할 판이니, 숨이 턱 막힌다.

 ‘서울이 만원’이란 그때, 그 시절, 경남 출신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에서 학업에 증진했다. 그 후, 법조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격동의 세월에도 여야를 대표하는 잠룡으로 2017년 대선을 뒤흔들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고 정계에 진출, 여당무덤으로 불리는 서울 강북에서 4선 국회의원에다 당 대표를 지낸 후 고향에서 경남지사를, 박 시장은 검사로 출발했지만 곧바로 변호사를 개업한 후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등 시민운동가로 활약했다.

 창녕 출신인 홍 지사와 박 시장은 여야의 잠재적인 대권 후보다. 서로 간의 선연, 또는 악연을 제쳐놓고 최종 목표인 대권을 위해 경쟁자 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경남도민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은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홍 지사는 보수의 아이콘을 마다하지 않고 박 시장은 진보정치를 생활화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 시ㆍ도지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청년수당’ 문제를 놓고 홍준표 지사와 박원순 시장의 설전은 복지문제의 간극을 달리하지만 뜻하는 바가 크다. 서울시가 19∼29세 저소득층 서울시민 2천831명을 선정, ‘청년수당’이란 명목으로 월 50만 원씩 최장 6개월간 지급에 나선 후, 정부가 직권으로 취소했다.

 물론,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해당하는 청년수당 시범사업에 중앙정부가 개입하는 건 재량권을 남용한 행위다’며 청년수당에 제동을 건 복지부의 직권취소 조치에 대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 복지도 법관들이 재단해야 할 상황이다. 보수와 진보가 복지정책을 두고 이견을 달리한다지만, 국가적 난제인 청년문제까지 법정에서 해결해야 할 정도로 성숙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단상을 드러내서야 쓰겠는가.

 ‘청년수당’ 문제는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지만 국가적 난제란 것에 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반대하던 고용노동부에서도 지난 12일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청년 중 약 2만 4천여 명에게 3개월에 걸쳐 1인당 60만 원 이내에서 취업에 필요한 비용을 현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때문에 서울시 정책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지방정부가 대신해 주는 ‘좋은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 있다.

 홍 지사의 주장이지만 특정 지역보다는 국가 전체의 이익(공익)을 감안한다면 서울시만의 시행에 앞서 전국 광역단체장이 협의, 추진하거나 정부에 건의, 일괄시행이 우선이란 것이 공감을 갖는다. ‘서울청년들만 혜택을 누리는 차별적 정책’이란 비판에 대해 ‘효과가 입증되면 더 많은 인원이 지원받고 타 지자체나 전국 확대를 기대한다’는 것도 무상급식의 데자뷔(deja vu)로 이해되기에 씁쓸하다. 때문에 대통령 면전에서 청년수당을 놓고 홍준표 지사와 박원순 시장의 충돌은 내년 대선 때 휘몰아칠 표(票)플리즘의 상황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서울시가 처음부터 정책수요자인 청년은 안중에도 없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가며 오로지 박 시장의 정치적 인지도만 높이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일종의 기획된 ‘정치 쇼’를 벌여 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옳고 그름에 앞서 청년에게 일할 역량을 키워주고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주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부와 서울시가 티격태격해서야 쓰겠는가. 때문에 청년수당문제는 금수저(서울), 흙수저(지방)로 구분될 일이 아니다. 경남 등 전국 곳곳에도 청년들이 넘쳐나기에 국가아젠다로 논의돼야 옳다는 지적이다.

 부자나라 스위스가 지난 6월 모든 성인에게 월 300만 원, 어린이 등은 67만 원씩 지급하는 법안을 국민투표에 붙여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포퓰리즘과 다른 복지혜택 축소’를 우려한 스위스국민들이 부결했다. 우리 국민이나 복지정책 입안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 아닌가.

 ‘마지막 종착지인 ‘종 3’까지 흘러가, 병을 얻은 미경이의 죽음을 지켜본 후 이놈의 서울 못 살 곳이라고 고향을 찾아 떠나는 길녀, 그 서울에서 청년수당은 어음이 아닌 현찰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도는 세태를 누가 탓할까만 오늘도 서울은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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